연예

[편파적인 씨네리뷰] ‘1급기밀’ 방산비리, 그것이 알고싶다

■편파적인 한 줄 평 : 실화의 힘은 강력하다

실화의 힘을 무기로 장착한 또 한 편의 영화가 관객 맞을 채비를 끝냈다. 방산비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 <1급기밀>(감독 故 홍종선)이다. 마치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봄직한 충격적인 사건들이 스크린을 101분간 수놓는다.

영화 ‘1급기밀’ 공식포스터, 사진제공 리틀빅픽쳐스

영화 <1급기밀>은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부임한 박대익(김상경) 중령이 자신을 찾아와 전투기 부품 공급업체 선정 의혹을 제기한 공군전투기 파일럿 강영우(정일우)가 의문의 죽음을 맞자 그 뒤에 거대한 비리를 직감, 파헤치는 과정을 담는다.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카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다. 1997년 국방부 조달본부에 근무했던 군무원의 전투기 부품 납품 비리 폭로,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 2009년 김영수 소령의 군납비리 폭로 등 세 가지 실화를 가상의 인물 박대익에 녹여낸다. 이미 뉴스로도 충분히 접한 사건들이라 개연성을 따질 필요 없이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여기에 거대한 악의 축을 설정해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 언론·수사기관 등을 주무르며 박대익을 내부고발자로 전락시킨 천장군(최무성)과 그를 비호하는 세력들의 비열한 행보는 보는 이를 분노케 한다. 또한 ‘진실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지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칭으로 내세워 선악 구도를 명확하게 한다. 이는 익숙지 않은 군 용어가 난무하고 복잡한 사건 개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장치가 된다.

배우 김병철과 최무성.

하지만 이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자칫 ‘권선징악’이란 식상한 이미지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날의 검이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이름값 그대로를 해낸다. 김상경은 그가 가진 선한 얼굴을 이용, 양심 있는 FM 스타일의 박대익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기자로 분한 김옥빈이나 껄렁껄렁한 군법무관 신승환을 보는 재미도 나쁘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최무성이다. 포커페이스 천장군이 더욱 더 악랄하게 구현된 건 그의 연기력 덕분이다. <응답하라 1988> 속 이미지는 찾을 수 없다. 항공부품구매과 실세 황주임으로 분한 김병철도 톡톡 튀는 감초다. 비아냥거리는 말투나 표정은 실제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얄미운 직장 동료를 떠오를 정도로 생생하다.

이 작품은 사실 개봉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여러 진통 끝에 겨우 베일을 벗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 처음 기획된 이후 8년 만이다. 투자 난항을 겪다 겨우 촬영을 마쳤지만, 메가폰을 쥔 홍기선 감독이 촬영 직후인 지난 2016년 12월15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 후반작업이 중단됐다. 이후 고 홍기선 감독의 영화적 동지인 이은 감독의 도움으로 영화가 완성됐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합쳐진 덕분에 작품성을 지키는 데엔 성공했다. 오는 24일 개봉.

■고구마지수 : 3.5개 (5개 만점)

■수면제지수 : 2개

■흥행참패지수 : 2.9개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