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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직접 가봤더니…“어,어, 스톱!” 교통안전 빨간불

“새로 지은 터미널이라는게 믿기지 않아요. 80년대 터미널도 이렇게는 안 만들었어요. 답답합니다.”

18일 첫 문을 연 인천공항(사장 정일영) 제2여객터미널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18일 오전 공식 개장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 터미널 내 공항버스 정차장. 버스들이 좁은 간격의 기둥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있다. 취재가 진행된 이날 오전 1시간 가량에도 정차장을 나오려고 후진하는 버스들과 서울 방향으로 진행하는 버스들의 아찔한 순간이 수 십차례 이어졌다. 20년째 버스 운전을 하고 있다는 공항버스 기사 ㄱ씨는 “정차장 내 기둥이 지나치게 많고 또 좁다”며 “새로 지었다는 공항 정차장을 이렇게 설계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며 혀를 찼다. |이충진 기자 hot@khan.kr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지하에 마련한 공항버스터미널이 지나치게 좁은 통행로와 수많은 기둥들로 인해 사고의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개장 첫날부터 쏟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확인해 본 결과, 버스터미널이 건물 기둥 사이 공간을 활용한 필로티식으로 설계되면서 수 십개의 기둥 사이를 버스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장면이 이어졌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만 한 상황이었다.

올해로 20년 째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는 공항버스 기사 ㄱ씨는 “정차장 내 기둥이 지나치게 많고 또 좁다”면서 “새로 지었다는 공항 정차장을 이렇게 설계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고 혀를 찼다.

경기도 성남시를 오가는 또 다른 공항버스 기사 ㄴ씨도 “80년대 버스 터미널 마냥 세로식으로 정차 공간을 만들어 놔가지고 버스가 나가려면 이 좁은 길을 후진해야 한다. 기둥도 너무 많아 누가 봐주지 않으면 도저히 나갈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재가 진행된 이날 오전 1시간 남짓 동안, 약 40여개 노선 버스 수 백대가 정차 뒤 후진을 반복하다 보니 좁은 통행로는 수시로 정체가 빚어졌다. 터미널 곳곳에서는 “어, 어, 스톱!” 등의 고성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정차장을 나오기 위해 후진하는 버스들과 서울 방향으로 진행하는 버스들이 불과 수 십㎝를 남기고 멈춰서는 아찔한 순간도 수 십차례 이어졌다.

공항공사 측에서 급히 10여명의 안전 요원을 배치해 버스의 진행을 돕게 했지만 쉴새없이 오가는 버스를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승객들을 태운 버스가 후진등을 켤 때마다 뒤에 서서 경광봉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지만 버스들이 내뿜는 굉음에 이들이 내지르는 소리는 애처롭기까지 했다.

18일 오전 공식 개장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 터미널 내 공항버스 정차장. 버스들이 좁은 간격의 기둥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있다. 취재가 진행된 이날 오전 1시간 가량에도 정차장을 나오려고 후진하는 버스들과 서울 방향으로 진행하는 버스들의 아찔한 순간이 수 십차례 이어졌다. 20년째 버스 운전을 하고 있다는 공항버스 기사 ㄱ씨는 “정차장 내 기둥이 지나치게 많고 또 좁다”며 “새로 지었다는 공항 정차장을 이렇게 설계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며 혀를 찼다. /이충진 기자 hot@khan.kr

더욱이 이들은 안전 요원이 아니라 임시 배치된 비정규직 직원들로, 당초 여객터미널 내 안내 업무를 담당하기로 했지만 이날 오전 급히 버스터미널로 보내진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 요원’ ㄷ씨는 “원래 터미널 3층에 배치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노란 조끼를 주고는 이 곳에서 버스 진행을 도우라고 지시 받았다”며 “1시간에 수 백대씩 왔다갔다 하는데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경기도 일산 노선 기사 ㄹ씨는 “오늘 개장 한 지 몇 시간 안되서 사람이 없는 편인데도 이런데 나중에 여기 사람들 꽉 차게 되면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다”며 “조만간 기자양반이 여기 버스사고 소식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측은 “현 상황에서 설계에 대해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안전 요원을 증원해 버스운행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총 4조 9천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은 체크인부터 세관검사·검역·탑승까지 출입국을 위한 모든 절차가 제1 터미널과 별도로 이뤄지는 독립적인 터미널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에어프랑스항공·KLM 네덜란드항공이 운항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새 터미널 개장으로 인천공항은 연간 7200만 명의 여객과 500만t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게 돼 ‘아시아 대표 허브 공항’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고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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