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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풍파…‘선수 안현수’의 인생 역정

빅토르 안. Getty Images

한국과 러시아의 ‘쇼트트랙 영웅’ 빅토르 안(33·한국명 안현수)이 굴곡진 선수 인생을 불명예스럽게 마감할 위기에 놓였다.

타스통신을 비롯한 러시아 언론은 23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빅토르 안과 러시아 팀 일부 선수를 출전 불허 대상으로 결정했다”며 “이들은 ‘맥라렌 보고서’에 이름이 올라가 평창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맥라렌 보고서’는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실태를 낱낱이 폭로해 IOC가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하게 만든 결정적 자료다. 여기에 빅토르 안의 이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러시아가 평창 올림픽 출전 자격을 상실하면서 도핑 의혹에서 자유로운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기로 했다. 당초 도핑 의혹 대상이 아니었던 빅토르 안 역시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IOC에 제출한 개인자격 출전 희망 선수 500명 가운데 111명이 최근 ‘불허’ 결정을 받았고 그 중 빅토르 안도 포함됐다.

IOC가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있지만 올림픽 개막이 2주밖에 남지 않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해 올림픽 출전을 노려볼 여지마저 없는 상황이다. 평창행은 불가능해졌다. 도핑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에는 자격정지 징계도 받게 돼 사실상 선수 인생을 마감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평탄하지 않았던 선수 인생의 마지막 도전마저 파문 속에 불발될지도 모를 처지에 몰렸다.

‘안현수’는 한국의 쇼트트랙 천재였다. 주니어 시절부터 국제무대를 주름 잡았고 15세였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메달은 따지 못했으나 한국 쇼트트랙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김동성의 후계자로 성장해 세계무대를 평정한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1000·1500m, 5000m 계주 금메달과 500m 동메달을 따내 전종목 수상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2008년 무릎 부상이 찾아왔다. 3차례 수술과 재활을 거친 끝에 재기에 도전했으나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이후 소속팀 성남시청이 해체되는 불운까지 겪으면서 갈 곳을 잃은 안현수는 적극적으로 구애해오던 러시아와 손을 잡아 2011년 국적을 바꿨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였다. ‘빅토르 안’이 된 이후 러시아의 지원 속에 재기에 성공했고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는 남자 500·1000m, 5000m 계주 금메달과 1500m 동메달을 따내 러시아의 스포츠영웅으로 올라섰다.

귀화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빙상연맹의 파벌싸움이 영향을 미쳤다는 여론은 한국 팬들의 마음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팬들은 여전히 ‘안현수’를 그리워하며 30대 중반에 접어든 빅토르 안의 마지막 올림픽을 응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빅토르 안은 침묵하고 있지만 함께 명단에서 제외된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는 “비챠(빅토르의 애칭)는 그의 힘만으로 승리를 거뒀다”고 빅토르 안의 결백까지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IOC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도핑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결백함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빅토르 안은 불명예 속에 선수 인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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