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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kg 감량 후 ‘나쁜 도시 남자’ 된 한희준 “난 원래 나쁜 스타일, 그런 노래 부르기 위해 나를 바꿨다”

보통 연예인이 이미지 변신을 할 때는 자신이 원래 갖고 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수 한희준의 경우에는 반대였다. 상대적으로 온화한 이미지 안에 갇혀있는 자신의 ‘섹시한 면’과 ‘나쁜 남자’의 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내기 위해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2012년 미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11>에서 톱 9 안에 들었을 때도, 이듬해 SBS <K팝스타 시즌3>에 출연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의 모습은 전형적인 ‘교회오빠’였다. 동글동글한 몸과 얼굴을 6개월에 걸쳐 10㎏ 감량하니 날카로운 턱선이 드러나고 ‘널 갖고 싶어’류의 알앤비 노래도 부를 수 있게 됐다.

그런 그가 최근 낸 싱글앨범 <딥 인사이드(Deep Inside)>를 통해 외모 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변신을 꾀했다. 자신의 본 모습을 찾는다는 것, 하나의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그에게 한 장르를 시도하는 도전 이상의 성과이자 큰 의미였다.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K팝스타’ 출신으로 최근 싱글앨범 ‘딥 인사이드(Deep Inside)’를 낸 가수 한희준. 사진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 새 앨범 제작에 전반적으로 관여했다고 들었다.

“마케팅에 뮤직 비디오 아이디어, 곡 선정에도 의견을 냈다. 원래 욕심도 있고 성격도 급해 이 방식이 힘에 부쳤다. 회사에 작곡진을 비롯한 새 인력이 많이 들어오고 오직 노래만 부를 수 있다는 말에 작업하던 결과물을 다 엎고 다시 앨범 작업에 들어갔다.”

- 타이틀 ‘딥 인사이드’는 어떤 노래인가.

“장르는 ‘얼반 알앤비’다. 뉴욕에 자주 울려 퍼질 만한 노래다.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달콤했다. 과연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나는 지금까지 착한 슬픔만 노래했는데. 사람들이 이 노래를 부르면 ‘쟤 왜 저래?’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어색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래에 맞춰 나를 바꾸기로 했다.”

- 감량 과정이 궁금하다.

“역대 가장 적은 몸무게에 도전해보자 싶었다. 6개월에 10㎏를 덜어내는 작업이었다. 100에서 90을 만드는 게 아니라 80에서 빼는 거여서 더 많이 힘들었다. 앨범이 걸려있지 않았다면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마치 바닷물을 빼니까 묻어놓은 진주들이 드러나듯 살이 빠지니 그동안 만들었던 근육이 드러났다. 토마토 죽을 주로 먹었고, 메뉴 다섯 개를 정하고 만들어서 먹었다. 아무 것도 먹을 수 있는 게 없으면 먹을 만한 걸 찾았다.”

- 어떤 이미지이고 싶었기에?

“내가 오직 바랐던 것은 이미지 변신이었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니다보니 포근하고 따뜻한 이미지였다. 나쁠 때는 또 나쁜 사람인데 말이다. ‘섹시한 도시 청년’이 되고 싶었다. 앨범의 콘셉트가 ‘혼자 사는 남자’다. 그에 맞는 외모를 하고 싶었다.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어떤 노래를 하든 자기 관리가 된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크다.”

- 대중들에게 자신을 알린 <K팝스타>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K팝스타’ 출신으로 최근 싱글앨범 ‘딥 인사이드(Deep Inside)’를 낸 가수 한희준. 사진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왜 이렇게 못 즐겼을까’ 싶다. 지금 생각하면 즐기지 않았다고 해서 잃을 게 없던 시절이었다. 즐겼다면 좀 더 좋은 추억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학교에서 냅다 공부만 한 셈이다. 또 비슷한 프로그램을 나간다면 친구도 사귀고 재미있는 추억도 쌓고 싶다.”

- 오디션 프로그램에 또 나가겠다는 말인가? 시간을 돌린다면 연습생이 나을까, 오디션 지망생이 나을까.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니고 경연 프로그램이면 좋겠다.(웃음) 원래 연습생 생활도 2년 정도 했다. 나는 스키를 배우러 갈 때도 차근차근 배우기보다는 제일 높은 곳의 어려운 코스에서 구르고 부러지고 떨어지는 과정을 겪으며 배울 것 같다. 어떤 방식이 맞는지는 개인의 차이겠지만 나는 그런 쪽을 또 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됐다. 늦게 데뷔한 탓에 금방 서른이 됐는데.

“‘서른’이라는 단어는 내가 쉽게 단정할 수 없는 것 같다. 20대 때는 누구보다 많은 일을 겪었다. 보통 사람으로서의 삶도 있었고, 스포트라이트 안에서의 삶도 있었다. 20대는 뿌리가 깊이 박히는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제는 키울 때겠지.”

- 어떤 노래를 즐겨듣나.

“느낌있는 노래를 좋아한다. 아리아나 그란데, 캐시미어 캣, 브루노 마스 등을 좋아한다. 캐시미어 캣의 ‘비 마이 베이비(Be My Baby)’와 ‘어도어(Adore)’, 브루노 마스의 ‘파인니스(Finesse)’ 등을 즐겨듣는다.”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K팝스타’ 출신으로 최근 싱글앨범 ‘딥 인사이드(Deep Inside)’를 낸 가수 한희준. 사진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 ‘내 인생의 가수다’ 싶은 이가 있나.

“‘다니 해서웨이(Donny Hathaway)’다. 이 가수의 노래를 듣고 가수의 꿈을 꿨다. 이 가수의 삶을 통째로 복사하고 싶었다. 태어난 곳, 피아노를 치던 곳도 가고 즐겨찾던 바(Bar)도 갔다.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이 분의 노래를 불렀는데 이 분의 피아노 세션이던 분에게 ‘내가 들은 것 중 기술적으로는 제일 떨어지지만, 다니가 아플 때 부르는 노래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대단한 칭찬이다. 그 기세를 이어 올해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음원 사이트에 가면 각 이용자마다 ‘플레이리스트’가 있지 않나. 세 분 정도 중 한 분에게 내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분이 지인들에게 내 노래를 추천하는 것이다. 하반기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더 느낌있는 음악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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