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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로봇이 아니야’ 유승호 “시청률 빼고 아쉬움 없는 최고의 작품”

유승호는 할 말이 많아보였다. <로봇이 아니야>를 끝내고 콘디션 난조로 감기에 걸렸지만 적극적으로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처했다.

“시청률 빼고는 아쉬울 게 없던 최고의 작품”이란 것이 이번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늘 군더더기없는 답변을 내놓는 배우 유승호의 일문일답이다.

배우 유승호. 사진제공 산엔터

■저조한 시청률에도 유승호가 종방 인터뷰를 자처한 이유

- 감기에 걸렸나? 드라마 일정이 힘들었던 모양?

“현대극이어서 촬영 장소들이 가까울 줄 알았는데 세종, 용인 그리고 거제도도 다녀왔다. 이동 시간이 길었고 신도 많아서 좀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모양이다. 일정으로 따지면 이게 사극인지 현대극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 <로봇이 아니야> 메이킹 영상이 유독 즐거워 보였다

“즐겁게 촬영했다. 스태프, 감독 그리고 배우들…최상의 사람들을 만났다. 시청률이 조금 저조했지만 너무나 즐겁게 촬영했다”

- 보통 시청률에 따라 현장 분위기가 좌우된다. 시청률이 나쁘면 종영 인터뷰도 ‘스킵’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장 분위기가 다운되는 순간이 있었지만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시청률 무시하고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자고 했다”

- <로봇이 아니야>가 특히 마음에 드는 이유는?

“나도 이 작품을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드라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짜임새와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아쉬움이 크고 애틋하다. 인터뷰를 자처한 이유도 종영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 혹시 연하의 여배우를 상대역으로 만났기 때문에 더 즐거웠던 건?

“그건 아니다. <군주>에서 소현씨도 6살 동생이었다. 한 때 나이 어린 파트너에게 뭔가 알려줘야겠다거나 내가 이끌어줘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소현씨, 수빈씨는 모두 그럴 필요가 없는 배우였다. 어리지만 오히려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훌륭한 배우다. 게다가 수빈씨는 쉬지 않고 세 번 연속으로 작품을 한 터라 피곤할 만할 텐데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즐겁게 임해줬다”

- 이번 드라마에서는 멜로 장면도 팬들에게 호평을 받았는데?

“서사가 좋았다. 인간 알러지 외톨이였던 민규가 로봇과의 갈등에 이어 자연스레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민규뿐만 아니라 유승호도 함께 겪으면서 많이 익숙해졌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 후반 키스신 장면도 화제가 됐다

“급하게 로코신을 넣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해피엔딩을 위해 밝은 신이 필요했다. 처음해보는 키스신은 아니지만 너무 부끄럽더라. 그런데 수빈씨가 오히려 ‘빨리 와서 찍자 시간 없다’고 아무렇지 않게 재촉하는 바람에 긴장이 많이 풀렸고 예쁜 장면이 나온 것 같다”

- 군대 다녀오는 엔딩신 어땠나?

“군대라는 장소가 대부분 꺼려지는 곳이지만 민규는 그 마저도 가고 싶었던 장소가 아닐까? 군 전역 엔딩이 나름 좋았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베레모부터 군복까지 실제 내가 입던 것을 가져와 촬영했다”

- ‘인간 알러지’ CG가 좀 충격적이었다

“처음에는 목소리도 변하고 헐크처럼 몸이 커진다는 설정이었다. 애초에 현실성 없는 병이지만 헐크는 너무 나간 느낌이라 감독님과도 상의했다. 결국 발진정도로 표현했는데 CG보다는 특수분장으로 표현했다. 특수분장을 받는데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세 시간 정도 걸렸다”

배우 유승호.

■갈길이 먼 19년차 배우 유승호

- 민규처럼 타인에게 상처받은 적 있는지?

“당연히 너무 많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상처 받지 않을까? 근데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 치유받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맞는 거 같다.”

- 누구에게 치유 받나?

“팬들에게 그리고 같이 작업하는 좋은 사람들에게 치유 받는다. 작품을 하며 정신없이 보내며 추억을 만들면서 치유가 되는 것 같다. 이번 작품, 힐링 많이 됐다”

- 19년 차 배우 실감하나?

“전혀 신경 안 쓴다. 십몇년 됐다는데 그렇게 따지는 건 부끄럽다. 어릴 때 진심을 다해 연기를 했던 것도 아니고 부모님 손에 이끌려 했던 거다. 그런 것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

- 예능을 해볼 생각은 없나?

“얘기가 몇 번 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 자신이 없다. 관찰 예능 얘기가 오갔는데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집에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방송이 될까 싶을 정도로”

- 작품이 끝나면 뭘하나?

“하는 게 정말 없다. 신비주의 콘셉트가 아니라 말씀 드릴게 없는 것. 만나는 연예인 친구도 없고 중학교때 동네 친구를 만나거나 집에서 영화본다. 그게 전부다.”

- 과거에 팬들의 조공도 받지 않는 걸로 유명했는데 여전히 그런가? 팬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나?

“준비하는 것에도 큰 돈이 들텐데 미안하더라. 그래서 받지 않았는데 오히려 팬들 입장에서 생각 못한 것 같다. 그렇게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라 하더라. 지금은 편지나 작은 선물들은 많이 받고 있다.”

- 지난해 MBC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는데?

“대상 후보에도 올라 정말 깜짝 놀랐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최우수상을 받고도 좀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보니 똑같은 디자인으로 2008년에 <선덕여왕>으로 받은 빛바랜 신인상이 있어서 기분이 묘했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이런 상까지 받을 정도가 됐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 대상을 받는다면?

“대상은 못 받을 것 같다. 그 상을 받게 되면 목표를 이뤘다는 느낌때문에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힘들고 즐거운 과정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데 대상을 받으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것 같은 무서움이 크다. 정말 받고 싶은 상이지만 동시에 제일 받고 싶지 않은 상이기도 하다.”

- 유승호하면 ‘바른 청년’ 이미지가 크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예의바르고 착한 이미지 속 유승호는 진짜 유승호라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중인격이란 말도 아니지만 ‘과거처럼 강박적으로 예의를 지킬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내 스스로 자연스럽게 조금씩 풀어가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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