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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떤 엄마냐고요?”…‘국민엄마’ 이일화가 울컥한 이유

“실제론 어떤 엄마냐고요?”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시리즈로 ‘국민엄마’ 호칭을 얻은 배우 이일화는 간단한 질문 하나에 동공이 흔들렸다. 금방이라도 울컥, 눈물을 쏟을 기세였다.

배우 이일화가 3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2018. 1. 31

“전 그동안 참 괜찮은 엄마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최근에 딸과 2박3일 괌 여행을 다녀왔는데, 딸과 진정한 소통을 못 이뤄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딸이 어릴 적 제가 많이 보살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지금에서야 위로를 주고 회복해 주려고 했는데, 다 제 욕심이었더라고요. 지금은 딸에게 필요한 건 제가 아니라 친구인데 말이죠.”

이일화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딸을 향한 미안한 마음을 솔직하게 나타냈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 <천화>로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나선 소감과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준 <응답하라> 시리즈에 대한 생각까지, 차분하게 모두 털어놨다.

배우 이일화가 3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2018. 1. 31

■“영화 속 노출 장면, 앞으론 두려워하지 않을래요”

그는 <천화>에서 신비로운 여자 윤정 역을 맡았다. 뭔가 비밀을 간직한 듯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내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있는 그대로 ‘윤정’을 표현하려 했어요. 연기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게요.”

그러나 ‘윤정’이란 캐릭터를 받아들이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던 그다.

“노출 장면이 있어서 두려움이 앞섰던 것 같아요. 처음엔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러다 윤여정 선배가 찍은 <죽여주는 여자>를 보고선 마음이 바뀌었어요. 내가 배우로서 이 나이에 그런 두려움을 느끼나 싶어서 오히려 창피했죠. 앞으론 두려워하지 않으려고요.”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된 건 그동안 고민해온 ‘죽음’이란 소재 때문이었다.

“전 늘 ‘오늘 죽는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요. 그래야 삶이 더 풍성해지니까요. 주위에선 ‘부정적인 죽음을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이상하게 보기도 하지만, 전 그렇게 해야 매번 감사하며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상대역 양동근에 대해선 ‘어려운 후배’라고 설명했다.

“제가 선배들보다 후배들을 더 어려워하는 성격이에요. 특히 양동근 씨는 워낙 말도 없고 카리스마가 강해서 연기하는 내내 친해지지 못 했죠. 그나마 촬영 마치고 영화 홍보 활동을 함께 하며 친해졌는데, 정말 멋진 배우인 것 같아요.”

배우 이일화가 3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2018. 1. 31

■“박보검과 사진 화제? 감사하고 미안했죠.”

그는 <응답하라 1988> 출연진의 포상 휴가 사진 한 장으로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박보검과 함께 걷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으로, 20대 못지 않은 이일화의 완벽한 몸매가 누리꾼의 감탄을 자아낸 것.

“기분이 좋으면서도 박보검에겐 미안하더라고요. 기분 나빴을 수도 있으니까요. 의도하지 않았던 일인데, 마치 박보검 인기에 기대려는 듯한 인상을 준 것 같아서요.”

그럼에도 박보검과 동료애를 넘어선 우정은 계속 이어진다고 즐거워했다.

“이번 <천화> 시사회에 찾아왔더라고요. 전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어요. 호호. 참 괜찮은 친구인 게,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들도 잘 챙겨요. 인성이 훌륭한 후배랍니다.”

그에게 있어 <응답하라> 시리즈는 ‘인생작’이라고.

“앞으로도 과연 다시 만날 수 있을 지 모를 만큼 큰 의미의 작품이죠. 은혜로운 작품이에요. 신원호 PD나 이우정 작가가 필요하다면 아주 작은 일에도 달려가고 싶을 정도로요.”

배우 이일화가 3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2018. 1. 31

■#엄마 #여자 #그리고 배우

이일화에겐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 엄마, 여자, 그리고 중년 배우다. 그 중 딸은 그에게 있어 여전히 ‘숙제’였다.

“그동안 딸과 무수한 대화를 주고 받았지만 제대로 소통하진 못한 것 같아요. 제가 해준 것밖에 생각 못했나 봐요. 이제 곧 딸이 호주로 유학을 가는데,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게 임신했을 때부터 써온 육아일기를 선물로 주려고요. 유학가서 혼자 있을 때 읽어보라고요.”

배우로서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서도 담담히 속내를 내보였다.

“나이를 먹으면서도 외모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지 못한 여배우들이 많은 것 같아요. 시간이 가면서 제안받는 역이 달라지는 터닝포인트를 맞이해야 하는데 그걸 많이 힘들어하는 거죠. 다행히 저는 자연스럽게 ‘엄마’ 역을 맡았던 것 같아요. 저 역시 실제 ‘엄마’라 그 역이 굉장히 편안했고요. 그러다가도 작품 속에서 ‘엄마’가 아닌 ‘여자’를 보여줘야 할 땐 관리하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몸매부터 피부까지 늘 준비된 배우가 되기 위해서요.”

지치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마지막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영혼을 백지장처럼 늘 깨끗하게 정화하려고 노력해요. 그렇지 않으면 많은 색깔을 집어넣을 수 없거든요. 배우로서 이기적인 마음을 제어하고 스스로도 위로해야 다양한 캐릭터가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매번 어떻게 변신할까’란 질문은 배우의 풀리지 않는 숙제지만, 나를 깨끗이 비우고 캐릭터를 넣으면 색다른 게 나오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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