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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엄마 시선 속 퀴어, 그 새로운 감성 ‘환절기’

■편파적인 한줄평 : 작가주의 감독 한 명 나올 때 됐다

가족 영화일까? 퀴어 영화일까? 영화 <환절기>(감독 이동은)는 엄마의 시선을 통해 보는 퀴어를 소재의 영화다. 영화의 장르가 퀴어인지 가족극인지 헷갈리지만 어쨌든 관객에게는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갈 것이다. 가족 영화로는 감정선이 섬세하고 퀴어영화로 보면 좀더 따뜻하다.

영화 ‘환절기’ 포스터. 사진제공 리틀빅픽처스

영화 속에서 특별한 사건은 일어나지는 않는다. 영화는 아들 수현(지윤호)의 사고 이후에 일어나는 엄마와 아들 친구간의 심리 변화를 통해 갈등과 화합을 그린다.

웅장한 규모와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요즘 영화들 속에서 일상과 맞닿은 잔잔한 영화는 보기 힘들다. 그런 영화가 ‘고플 때’는 이웃나라 고레이다 감독의 작품 정도를 찾아보곤 했다. 앞으로 그런 목마름을 이동은 감독이 풀어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이동은 감독은 그래픽 노블 <환절기>와 <당신의 부탁>의 원작자이며 연출도 맡았다. 지난해 <당신의 부탁>은 임수정 주연으로 새로운 가족의 형태에 대한 이야기로 관객에게 호평을 받은 바있다.

늘 관객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메시지를 던지는 이동은 감독은 두 작품으로 작가주의 감독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특히 <환절기>에서 무엇보다 이 감독의 놀라운 점은 젊은 남성임에도 중년 여성이 느끼는 감정들을 정확하게 읽어냈다는 점이다. 아들의 사고와 이혼으로 막다른 길에 선 미경(배종옥)의 독백 “갈 데가 없대, 도망칠 데가 없네”라는 대사 한 마디로 갱년기의 무기력한 상황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영화 속 잔잔함은 또다른 얼굴, 지루함이 따라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환절기>는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감독의 미장센 가득한 장면과 결합돼 가슴이 뭉클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과정이 가능했던 이유에는 배우 배종옥의 일당백 덕분이다. 또렷하고 카랑한 목소리 속에서 보이는 감정의 변화에서 심심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그가 표현하는 감정의 파고에 따라 관객은 그저 몰입당하고 만다.

영화 <환절기>는 지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KNN 관객상을 수상하고 몇몇 해외 영화제를 돌다가 2년 만에야 개봉했다. 오죽하면 영화를 보고 난 후 배종옥은 “남의 영화 보듯 감상 잘했다”라고 털어놨을까. 우리 영화계가 보여주는 다양성의 부재는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서로의 마음을 두드린 세 사람의 아름다운 이야기. 퀴어라기보다 한 편의 훈훈한 가족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다. 안도감이 느껴지고 뒷끝도 깔끔하다.

영화 <환절기>는 오는 22일 개봉.

■고구마지수 : 1개

■수면제지수 : 1개

■흥행참패지수 :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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