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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한국 쇼트트랙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1순위로 예상하지 않았던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계주팀은 넘어지고도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1위를 했다. 한국 쇼트트랙이 첫날부터 세계 최강의 괴력을 확인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후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된 10일 임효준(22)의 남자 1500m 우승으로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남자 1500m는 당초 한국이 금메달을 기대했던 종목이다. 2014년 소치에서는 메달을 놓쳤지만 그동안 한국이 강했던 종목이다. 외신들도 일제히 한국의 우승을 전망했다. 그러나 모두가 예상했던 황대헌(19)이 아닌 임효준이 금메달을 땄다. AP통신 등 외국 언론도 황대헌의 2관왕을 예상했던 것은 이번 시즌 랭킹 때문이다.

임효준이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짓고 포효하고 있다. 2018.02.10 / 강릉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500m 랭킹에서는 황대헌이 1위, 임효준은 4위에 올라있다. 임효준은 1차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허리를 다쳐 2·3차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고 이 대회에서 황대헌이 우승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에이스’로 불리던 임효준이 부상으로 멈춘 사이 황대헌이 치고올라 세계1위로 주목받았다. 김선태 대표팀 총감독은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7~8위권까지 선수들은 모두 똑같이 우승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승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서이라(6위)까지 한국 남자 선수 3명이 이 종목 랭킹 상위권에 있었다. 한국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도 경기 전까지 이호석과 성시백 등이 주목받았지만 정작 이정수가 1500m를 우승했고 1000m까지 금메달을 따 2관왕에 올랐다. 잘 달리던 우승후보 황대헌이 결승전에서 넘어졌듯이 올림픽 쇼트트랙에서는 워낙 강력한 변수가 속출한다. 임효준은 8명이 다툰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들의 집단 견제를 뚫어냈고 무려 9명이 뛴 결승전에서도 침착하게 1위를 지켜냈다.

여자 대표팀은 이날 앞서 열린 3000m 계주 예선에서 최악의 상황을 최고의 결과로 만들어 보고도 믿기 힘든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심석희, 최민정, 김예진, 이유빈이 출전한 한국은 레이스 초반 3위로 달렸으나 23바퀴를 남겨둔 채 이유빈이 넘어지면서 대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평소에 연습해둔대로 돌발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했다.

이유빈이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경기 예선에서 넘어지자 최민정이 터치하고 있다. 2018.02.10 / 강릉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이유빈은 미끄러져 레이스 대열을 이탈하면서도 끝까지 집중하며 손을 뻗었다. 동시에 다른 선수들은 빠른 상황 판단으로 주자를 교체했다. 이미 안쪽 코스에 들어가있던 다음주자 김예진을 대신해 최민정이 달려와 이유빈의 손을 터치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다른 팀들에 반 바퀴 가량 처졌으나 포기하지 않고 무섭게 질주하며 점점 따라잡았다. 11바퀴를 남긴 채 최민정이 3위로 올라섰고 이유빈과 심석희가 잇달아 인코스를 공략해 2위로, 1위로 추월했다. 최민정과 김예진은 2위와 격차를 벌려가며 더욱 치고나갔다. 돌발상황에 레이스 순서가 바뀌면서 1번주자 심석희가 마지막 두 바퀴를 뛰어 결승선을 1위로 통과했다. 4분6초387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한국 여자 계주는 넘어지고도 1위로 결승에 올랐다.

이날 NBC 중계 해설을 맡은 아폴로 안톤 오노는 이유빈이 넘어진 직후 “아직 시간이 있다”고 한국 여자 계주의 저력을 예고했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한국이 넘어진 순간은 다른 국가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며 “한국을 이기려면 도대체 얼마나 거리를 벌려야 하는가”라고 한국 여자 계주팀의 놀라운 질주에 찬사를 보냈다.

경기 뒤 김예진은 “그동안 연습했던 상황이라 잘 대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 여자 계주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은 2006년 토리노 올림픽까지 4연속 우승을 했다. 2010년 밴쿠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뒤 2014년 소치에서 다시 금메달을 차지해 역대 6번의 여자 계주에서 5개 금메달을 독식했다. 그 이유를 평창에서 예선전부터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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