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이다원의 씨네마AS] ‘염력’을 왜 하찮게만 보는가

■AS 견적서 : 슈퍼히어로물이 아닙니다, ‘사실주의’물로 본다면 더 재기발랄해집니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이 혹평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염력’이 아닌 ‘염병’이란 반응마저 튀어나올 정도다. 흥행 적신호가 켜진 지도 이미 오래다.

영화 ‘염력’ 공식포스터, 사진제공 NEW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염력>은 11일 하루 9605명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9위에 머물렀다. 총 97만7825명이 누적됐다.

<염력>은 지난 2016년 <부산행>으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이라 제작 단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심은경, 정유미 등 그의 페르소나들과 오랜만에 스크린 기지개를 켜는 류승룡의 출연으로 작품에 힘이 실린 듯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개봉과 동시에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상 누리꾼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슈퍼히어로물에 전혀 준하지 않은 류승룡의 액션, 가볍지 않은 유머, 깊은 메시지 등이 관객들의 관람 목표에 반해 비아냥을 샀다. 오락 코드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이라면 얼굴을 찌푸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천만영화 <부산행> 연상호 감독 신작’ ‘초능력에 대한 유쾌한 상상’ 등의 수식어를 뺀 뒤 콘텐츠 자체로 평가했을 때 <염력>이 그렇게나 혹평을 받을 정도인가에 대해선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한다. 마블에 비교되는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나이 든 소시민 아버지가 초능력을 얻었다면?’이란 작은 질문으로 출발한 휴먼드라마로 보고 지갑을 열었다면, 이토록 실망했을까. 담백한 콘텐츠가 ‘넘사벽’ 감독의 이름값과 높은 기대치, 빗나간 마케팅 전략에 ‘밍밍한 맛’으로 변해버렸다.

연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스코어를 아쉬워하면서도 “처음부터 이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건 철거민 이슈 등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이런 이미지를 보여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동안 이런 사회 이슈들은 독립 영화에 자주 다뤄져 관심 있는 소수 사이에서만 소비됐다”며 “철거민을 다룬 영화들이 그동안 여럿 있었지만, 그 중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슈를 보여준 것 같아 만족한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영화 ‘부산행’ 포스터.

<염력>이 <부산행>과 달리 관객들에게 아쉬운 평가를 받은 이유도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내 애니메이션 작품들인 <사이비> <돼지의 왕>이나 <부산행> <염력>은 모두 ‘우화’다. 다만 장르성이 강해질 수록 ‘장르적 클리셰(흔히 쓰이는 소재나 이야기 흐름)를 어느 정도 이용할 거냐’란 선택이 갈린다. <부산행>은 그 클리셰를 <염력>보다 많이 사용한 작품이다”며 “반면 <염력>은 그 클리셰들을 적게 사용해 영화가 마이너하게 보일 거로 예상하긴 했다. 하지만 <부산행>이 워낙 잘 됐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내가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란 마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염력>은 애초부터 마이너하게 만든 작품이다. <부산행>보다 <사이비> <돼지의 왕>에 더 가까운 내음이 나기도 한다. 그렇기에 작품에 대한 접근법이 수정되어야 한다. 슈퍼히어로물로 오해하지 말고 그의 전작과 비슷한 결로 이해한다면, 혹은 리얼리티에 주목하고 본다면 이 작품이 좀 더 친절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