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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4강 문앞까지 간 여자컬링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김민정 감독은 인터뷰 도중 잠시 울컥했다.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내고 만들어낸 새로운 역사에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인터뷰가 잠시 끊어지자 옆에 있는 선수들이 도와줬다. “감독님이 힘든 상황마다 항상 저희를 이끌어서 주시고 애쓰셨어요.” 김씨로 구성된 선수들과 감독이 만들어낸 ‘김가네’의 컬링 드라마는 이제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간다.

한국 여자 컬링이 평창에서 새 역사를 썼다. 올림픽 예선에서 최다승을 기록하며 4강행 고지에 성큼 다가섰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강원도 강릉시 컬링센터에서 18일 김은정(스킵), 김영미(리드), 김선영(세컨드), 김경애(서드)로 이뤄진 대한민국 여자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중국과 경기에서 5엔드를 승리로 마치며 환하게 웃고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김은정 스킵이 이끄는 여자컬링 대표팀은 18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예선 5차전에서 중국(스킵 왕빙위)을 12-5로 제압했다. 중국은 8엔드에서 한국에 2실점하며 점수 차가 벌어지자 남은 9·10엔드를 포기했다. 이로써 한국은 예선전적은 4승1패를 기록, 5승의 스웨덴에 이어 일본과 함께 공동 2위를 달렸다. 2014 소치 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예선에서 3승을 거두며 8위에 머문 한국 여자 컬링은 예선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메달 획득의 희망을 밝혔다. 컬링은 예선에서 10개 참가국이 한 차례씩 맞붙고 상위 4위에 들어야 4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은 남은 4경기에서 2승만 거두면 4강행이 유력하다.

예선전 상승세는 중국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세계랭킹 8위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랭킹 1위 캐나다와 2위 스위스, 4위 영국을 꺾으며 승승장구했다. 한국은 지난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결승에서 5-12로 패한 중국을 상대로도 완벽한 경기력으로 당시 패배를 화끈하게 설욕했다.

한국은 후공을 잡은 1엔드부터 확실한 기선제압을 했다. 중국의 잇단 샷 실수를 틈타 3득점에 성공했다. 선공인 2엔드에서 1실점으로 선방한 한국은 다시 후공을 잡은 3엔드에 또 3득점, 6-1로 달아났다. 4엔드에도 1점만 내준 한국은 5엔드에는 4점을 쓸어 담았다. 중국은 6엔드에 2점을 가져갔고, 7엔드에는 1점을 스틸(선공 팀이 득점) 하며 10-5로 따라왔으나 한국이 8엔드에 2점을 추가하며 중국의 악수를 받아냈다. 한국은 샷 성공률이 84%로 중국(72%)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동안 후보였던 김초희가 리드로 나서 86%의 정교한 샷으로 승리를 따내는데 힘을 보탰다.

4명의 선수들은 경기 중간 서로를 격려하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번 대회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정신력을 다잡아온 선수들은 냉철한 플레이를 펼치면서도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컬링연맹이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지정되면서 올림픽을 앞두고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으나 여자 대표팀은 끈끈한 팀워크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김민정 감독은 “4승으로 새 역사를 썼다고 만족할 게 아니다”면서 “우리가 걸어왔던 길이 힘들었고, 아직도 가시밭길이다. 컬링을 더 알리고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목표로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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