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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아이들이 선생님들에게 새해 세배를 올리고 있다.

동무들과 노래를 부르며 골목을 누비던 때가 있었다. 마을 어른들의 집을 돌며 큰절을 하면 빳빳한 1원짜리 종이돈을 꺼내 주던 분은 부잣집 아저씨였다. 가난한 집들은 아이들의 절을 받으면 떡과 부침개를 정성스레 차려서 먹게 했다. 마을 집집을 돌며 절을 하고 또 집에 오면 할머니가 계시는 우리 집은 명절 이삼일을 손님맞이로 바빴다. 나는 뜨뜻한 아랫목 한쪽에 다소곳이 앉아 어른들이 나누는 덕담을 듣곤 했다. 정겹던 그 풍경들이 아스라한 흑백사진으로 내 마음에 살아 있다.

민족의 큰 명절인 설은 작은 설인 동지 때부터 계획을 세워 설날이 되면 그 계획을 다잡는 날이기도 하다. 작년 동짓날 전주 책마루어린이도서관에서 마련한 ‘한솥밥 먹기’에 참여했던 우리 아이들은 팥죽을 한 그릇씩을 먹고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며 웃었다. 양력 1월2일에는 2018년 새해 계획을 세웠다. 놀기, 공부하기, 스마트폰 하기에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좀 더 친해지기, 수학 공부 부지런히 하기, 식물에 물 잘 주기, 음식 남기지 않기, 분류 배출 하기, 책 많이 읽기, 우는 일을 조금 참기, 부모님 말씀 잘 듣기 등이 있다. 그것들을 사물함 앞에 붙여 놓고 때때로 들여다보게 한다.

설을 앞두고 센터에서는 ‘세배하기’ 행사를 한다. 설의 뜻, 유래, 놀이, 음식과 세배하는 법을 함께 공부한 다음 설맞이 세배하기를 센터에서 해보는 것이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어른들께 절을 올리며 새해 마음먹은 뜻을 잘 이루고 몸 개운하시라고 인사드리고요. 어른들도 여러분에게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날이죠. 그것을 덕담이라고 해요. 어른들께 절 올리고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좋은 말을 꼭 해 드려요. 알겠죠?”

“네”라고 씩씩하게 대답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다. 세뱃돈이 얼마냐고 묻는 아이에게 금액을 말해 주면 “에이 너무 적어요” 하면서도 벌써 ‘가게에서 뭐를 사 먹을까’를 먼저 생각하던 아이들이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올해는 달라졌다.

“이 돈, 저금해도 돼요?” 하고 물어온 아이들이 생긴 것이다. 나는 저금이 1번, 부모님 선물이 2번이라고 알려 주었다. 미리 준비한 빳빳한 새 돈 1000원짜리를 넣은 봉투에 일일이 이름과 덕담 한마디씩을 써주니 준비하는 마음도 흐뭇했다.

해마다 이렇게 따숨에서 하는 ‘설맞이 세배하기’ 행사 덕에 나를 포함한 선생님들은 모두 어른 노릇을 경험한다. 아이들에게 해 줄 덕담을 미리 생각하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말을 해주기도 한다. 당연히 아이들과 주고받는 눈빛, 오가는 말빛, 전해지는 마음빛이 따숩다.

“세배하기 프로그램 정말 좋아요.”

“우리 아이가 세배를 잘해서 어른들께 칭찬도 받고 세뱃돈도 더 많이 받았어요.”

설연휴, 부모님들이 보내온 문자를 보면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온 나라 부모님과 어린이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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