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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ing] 인기절정 여자 컬링팀에 ‘숟가락’ 얹는 기업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여성 컬링 국가대표팀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해 일부 누리꾼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몇몇 매체와 기업이 컬링 국가대표 선수(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은정, 김초희)의 인기에 편승해 이미지를 소비하면서 정작 선수들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가는지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롯데푸드가 컬링 ‘안경소녀’ 김은정을 패러디한 광고를 올렸다. 또 의성여고의 사진을 무분별하게 가져오기도 했다. / 롯데푸드 인스타그램

롯데푸드는 지난 23일 자사 제품 의성마늘햄 광고를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해당 이미지에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여자 컬링팀 ‘안경선배’ 김은정을 연상시키는 모델이 등장했다.

이 모델은 컬링 선수들이 자세를 낮추고 스톤을 미는 ‘딜리버리’ 자세를 취하며 의성마늘햄을 내밀고 있다. 뿔테 안경과 머리스타일이 김은정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팀 킴 선수들 모두 경북 의성 출신인 점에서 롯데푸드의 의도가 불 보듯 뻔했다는 지적이다.

동아오츠카가 21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광고. 김은정 선수의 이미지를 활용한데다 누리꾼이 만든 이미지에 대한 표절 논란도 낳았다. / 동아오츠카 페이스북

또 동아오츠카는 자사의 비타민 음료 제품 홍보에 ‘안경선배’ 김은정의 이미지를 활용했다.

게시물에는 김은정과 닮은 인물이 김은정의 트레이드 마크인 ‘무표정’을 짓고 있다. 그 가운데 해당 음료를 먹을 때만 밝은 표정 변화를 보이는 내용이다.

이 광고는 타인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문제도 있다. 올림픽 당시 컬링이 한국 컬링팀이 한참 인기가도를 달릴 때 이미 이와 유사한 콘셉트의 이미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

실제로 해당 광고와 누리꾼이 만든 이미지를 비교해보면 ‘기분’을 나타내는 부분이 회색 톤을 띤다는 점, 배경에 컬링 경기장이 보인다는 점, 특정 음식을 먹을 때 등에만 표정에 변화를 보인다는 콘셉트가 똑같다.

누리꾼들은 “광고는 김은정의 허락은 맡고 광고를 싣나” “광고비는 지불되는 것이냐” “누리꾼 아이디어까지 도용하나” 등 많은 비판을 낳았다.

동아오츠카에 ‘표절 논란’이 붙은 이미지. / 트위터 갈무리
MBC 측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성 컬링 국가대표팀에 ‘대국민 애칭 공모’를 했다. 여기에 비판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 인스타그램 ‘mbcolympics’

MBC는 인스타그램 페이지 ‘mbcolympics’를 통해 한국 컬링 국가대표팀에게 ‘마늘소녀가 아닌 다른 애칭을 짓자’며 공모를 제안하기도 했다. MBC 측은 ‘수호랑 인형’과 ‘무한도전 시계’를 상품으로 내걸었다.

일부 누리꾼은 “왜 컬링과 상관없는 MBC가 컬링 국가대표팀 별칭 짓기에 나서냐”고 반발했다. 또 자사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시계를 주는 것이 컬링팀의 인기에 편승해 자사 프로그램을 오히려 홍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왜 컬링 대표팀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누군가에게 ‘별명을 지음받아야’ 하는가”라며 “그 주체가 소속단체인 경북체육회도, 대회 주최측인 올림픽위원회도 아닌 일개 방송사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영미 선수의 이름을 활용한 마케팅 사례. / (위) 아이허브 홈페이지, (아래) 왓챠플레이

이밖에 비타민 직구 쇼핑몰로 유명한 아이허브는 이름 ‘영미’를 ‘영(Young)’ 과 ‘미(Me)’ 즉 ‘젊은 나’로 조합했다. 아이허브 측은 홈페이지 메인에 ‘건강하게 젊음을 유지하라’며 “영미!”를 외치고 있다.

영화·드라마 스트리밍 사이트 왓챠플레이는 국내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배포하는 24시간 무료 시청 쿠폰의 코드를 ‘영미’로 정했다. 지난 25일까지 ‘영미영미영미’ 코드를 등록하면 2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이었다. 왓챠플레이 측은 “승리를 부르는 마법의 주문, ‘영미영미영미!’, 전국의 ‘영미’들을 위해 24시간 쿠폰 쏩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편, 논란이 이어지자 동아오츠카와 롯데푸드 측은 각자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지에서 게시물을 삭제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림픽 기간 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직접적인 올림픽 활용 마케팅은 올림픽에 1000억원 이상씩 후원한 ‘올림픽 파트너사(TOP)’ 13개 기업만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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