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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NC 왕웨이중의 꿈 “커쇼처럼, 어디서든 기억되고 싶다”

NC 왕웨이중이 5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 하고 있다. 란초쿠카몽가 | 김은진 기자

“어떡해.”

아는 한국어를 묻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는 기본이라며 내놓은 대답은 책보다 생활속에서 배울 수 있는 말들이었다. 한국 드라마에서 배웠다고 했다.

NC의 새 1선발 왕웨이중(26·NC)은 한국을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KBO리그 최초의 대만 출신 투수로 화제 속에 데뷔를 앞둔 왕웨이중은 스프링캠프에서 이미 위력적인 구위로 NC를 사로잡았다. 앞서 2월23일 애리조나 캠프에서 첫 등판에 시속 150㎞를 찍은 왕웨이중은 LA로 건너온 뒤 지난 1일 미국 대학팀과 연습경기에서는 시속 152㎞를 찍으며 3이닝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프로야구 최초 대만 출신 외국인 선수에 좌완 파이어볼러로서 NC와 KBO리그를 설레게 하는 왕웨이중을 지난 5일 NC와 kt의 연습경기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쿠카몽가의 론마트구장에서 만났다. 왕웨이중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야구를 보여주고 싶다”며 KBO리그 데뷔를 위한 마음의 준비를 완료하고 있었다.

■한국행, 내게도 특별하다

왕웨이중은 한국행에 대해 “내게도 특별하고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실업야구 시절에 뛴 서생명 이후로 한국 야구에서 뛰는 대만 출신 투수는 왕웨이중이 처음이다. 왕웨이중은 “실질적으로 한국 야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그동안 국제대회뿐이었다. 7년 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과 처음 겨뤄봤다”며 “대만 선수가 한국에 와서 야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고 그것이 내가 되리라는 생각은 더욱 못 해봤다. 내게도 굉장히 특별하고 놀랍다”고 말했다. 임창용, 이대호, 강정호, 김광현의 이름을 나열하며 “이 네 선수는 대만 사람들도 모두 안다. 이들을 비롯해 KBO리그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왕웨이중은 2011년 피츠버그와 계약해 미국으로 진출했다. 메이저리그 22경기 등판을 끝으로 마이너리그에 머물렀지만 그동안 줄곧 미국 야구를 경험했다. 아직 시즌을 치르지는 못했지만 스프링캠프를 통해 본 한국 야구의 가장 다른 점을 ‘인사’에서 찾았다. 왕웨이중은 “모두가 코치님, 선배님, 동료들을 만나면 하루에 몇 번이고 인사하는 점이 가장 다르고 인상적이다. 나는 존댓말을 아직 제대로 못 배워서 지금 열심히 배우고는 있지만 그래도 일단 코치님한테 인사할 때는 모자를 벗고 깍듯이 인사하고 있다”며 웃었다.

NC 왕웨이중이 5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 하고 있다. 란초쿠카몽가 | 김은진 기자

■이민호, 잘 알고 있다

왕웨이중은 한국 드라마의 열혈 팬이다. 아는 한국어를 이야기하다 자연스럽게 한국 드라마 이야기가 시작됐다. 상속자들, 푸른바다의 전설, 태양의 후예, 영화 부산행을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봤다는 왕웨이중은 “전부 미국에서 봤다. 시즌이 길어서 시간 보내야 할 때 보라며 대만 친구들이 소개해줘 봤는데 진짜 매우 재미있었다”며 “공교롭게 이민호 드라마를 많이 봤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왕웨이중의 NC 입단이 화제를 모은 것은 야구선수로서의 특별한 프로필 때문만은 아니다. 잘 생긴 외모로 먼저 시선을 끌었다. 특히 미남 배우 이민호를 닮았다는 평가에 온갖 호기심들이 쏟아졌다. 왕웨이중은 “대만에서도 상속자들의 한 장면 때문에 닮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배우와 비교되기에 나는 너무 까맣고 잘 생기지 않았다”며 “내가 한국에 온 이유는 야구를 잘 해서 팀을 돕고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어서다. 모든 관심에 감사하지만 그래도 내가 보여드릴 야구에 관심 갖고 지켜봐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상속자들’을 두 번이나 봤다는 왕웨이중과의 말에 인터뷰가 드라마에 대한 수다로 살짝 빠져있을 무렵, NC 투수 몇 명이 지나가며 인사를 건넸다. 왕웨이중이 인사하며 그 중 한 명에게 “김탄!” 하고 소리쳤다. 상대는 바로 투수 이민호.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배우 이민호가 연기한 주인공의 이름이 김탄이다. 왕웨이중은 “우리 팀에 이민호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통역이 말해줘 처음 알았다. 그 이름을 갖고 있다니 부러웠다”며 웃었다.

■내 이름, 한국에 남기고 싶다

왕웨이중이 KBO리그행을 결정한 이유는 단 하나, 선발로 뛸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한국의 많은 꿈나무들처럼 왕웨이중도 성공의 꿈을 안고 미국에 진출했지만 유망주에만 머물렀다. 대만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은 선발 투수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차근차근 꿈을 이루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기 위해서다. 왕웨이중은 “나는 오랫동안 선발 투수로 뛰고 싶었다. NC로부터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결정할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선발로 뛰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려 하루 만에 바로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오랜 베테랑 외국인 투수들을 떠나보내고 20대의 젊은 투수들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김경문 NC 감독은 “1선발은 왕웨이중”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한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인상 깊은 야구를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왕웨이중은 “메이저리그에서 ‘커쇼’ 하면 좋은 선수로 인식되듯, 어디서 야구를 하든 사람들이 내 이름을 기억해 비교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야구선수로서 내 목표다”며 “시간이 지나 제2, 제3의 대만 출신 선수가 한국에 올 때도 모두가 나를 좋은 동료이자 좋은 선수였다고 기억해 그들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물일곱의 왕웨이중은 야구인생의 전환점을 위해 2018년 KBO리그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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