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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를 빛낸 '별들의 아이들'

토론토의 유망주 보 비셰트(가운데)가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캐나다 야구 주니어 국가대표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1회말 투런홈런을 친 뒤 동료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왼쪽·83번)와 팔꿈치를 부딪치며 축하하고 있다. 더니딘 | AP연합뉴스

1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토론토와 캐나다 야구 주니어 국가대표팀의 연습 경기. 토론토가 베테랑 포수 러셀 마틴과 에이스 마커스 스트로먼을 선발로 내보내긴 했지만 주니어 대표팀을 맞아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테스트하는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이 경기는 단순한 친선전에 그치지 않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빅리거들의 아들들이 나와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토론토는 이날 선발 내야진을 모두 빅리거들의 2세로 꾸렸다. 3루수였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는 올해 야구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정된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아들이다. 유격수 보 비셰트의 아버지 역시 1990년대 콜로라도의 강타자였던 단테 비셰트다. 2루수 캐번 비지오는 역시 명예의 전당 헌액자이자 휴스턴의 전설이던 크레이그 비지오의 둘째아들, 그리고 1루수 캐시 클레멘스는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의 셋째아들이다. 클레멘스는 네 아들의 이름 첫 글자를 삼진을 뜻하는 알파벳 ‘K’로 맞췄다.

여기에 이날 토론토의 6번·지명타자로 출전한 브랜든 그루질라넥은 빅리그에서 16년을 뛰었던 마크 그루질라넥의 조카다. 마크 그루질라넥은 1998시즌 중반부터 LA 다저스의 내야 한자리를 맡아 박찬호 선발 경기에서 자주 모습을 보였던 선수다.

당장 빅리그 진출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게레로와 비셰트는 캐나다의 어린 선수들을 상대로 제 기량을 맘껏 뽐냈다. 비셰트는 투런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을 올렸다. 4번타자로 나선 게레로도 4타수 2안타에 2득점을 올렸다. 토론토 에이스 스트로먼은 “솔직히 ‘보’와 ‘블라디’는 빅리그 로스터에 오를 준비가 된 것 같다”며 “그들에게 마이너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팀에 합류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클레멘스도 4타수 2안타에 2타점으로 멀티안타·타점 경기를 치렀고, 비지오와 그루질라넥도 안타 1개씩을 쳤다.

토론토가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경기에, 캐나다 주니어팀에서 또다른 빅리거의 자녀가 나와 감동을 선사했다. 8회말 수비 때 캐나다팀 마운드에 오른 브레이든 할러데이는 지난해 11월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로이 할러데이의 아들이다. 브레이든이 상대한 토론토는 아버지가 데뷔해 열두시즌을 뛴 친정팀이었다. 2003시즌 22승을 거둬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탔을 때 할러데이는 토론토 선수였다.

브레이든은 세 타자를 상대해 안타와 사사구를 하나도 내주지 않고 이닝을 마쳤다. 브레이든이 마지막 타자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자 구장을 찾은 팬들부터 토론토 더그아웃의 선수들까지 마운드를 내려오는 브레이든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MLB.com은 “브레이든은 아버지처럼 90마일 중반의 강속구를 가졌거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가능성이 높은 선수는 아니”라면서도 “투구동작만큼은 아버지를 빼닮았다”고 전했다. 브레이든은 경기 후 취재진에게 “투구에 대한 모든 것은 아버지로부터 배웠다”며 “지금도 내가 실수할 때마다 아버지가 나를 가르치는 상상을 하곤 한다”고 했다. 그리고 브레이든은 “아버지라서가 아니다. 나는 아버지보다 더 나은 선생님을 본적이 없다”고 했다. 현역 시절 ‘교수’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할러데이에 대해 그의 아들까지도 존경의 뜻을 전했다.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로이 할러데이의 아들 브레이든 할러데이. MLB.com 웹사이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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