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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 추억, 우리도 많이 배웠어요” 평창을 빛낸 자원봉사자

대박난 영화에는 늘 명품 조연이 있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의 주인공은 감동의 스포츠 드라마를 써내려간 장애인 선수들이었다. 그 무대가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것은 그림자 역할을 한 또 다른 이름 덕분이었다.

약 5200명의 자원봉사자. 이들은 2월9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부터 지난 18일 패럴림픽 폐막까지 적게는 약 50일, 많게는 몇 개월을 평창에서 머물면서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의 손님맞이에 앞장섰다.

최혜인양(가운데)이 강원도 정선 알파인스키장 믹스트존에서 ‘의족 댄서’로 유명한 스노보드 스타 에이미 퍼디(미국)와의 인터뷰를 통역하고 있다. 본인 제공

웬만한 의지로는 할 수 없는 일이 올림픽 자원봉사이기도 하다. 올림픽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지구 반대편에서 건너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직장을 그만두면서 축제를 찾은 사람까지 다양하다. 외국인도 492명이나 됐다. 이들에게도 그동안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패럴림픽은 매우 특별했다.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만난 한정숙(49)씨는 자신을 대한민국 여성 1호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로 소개했다. 1983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아 1986년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상으로 낙마한 뒤 다른 길을 걸어왔다. 두 자녀가 성장하면서 잊었던 꿈이 다시 움텄다. 한 씨는 현장 복귀에 대한 욕심을 갖고 지난해 11월 경기도 장애인 스키협회 코치로 계약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 자원봉사로 참가하면서 큰 용기를 얻었다.

젊은 시절 크로스컨트리 선수로도 뛰었던 한정숙씨(위)가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신의현(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주변에서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올림픽이라고 깎아 내리지만 가까이에서 패럴림픽을 보면서 감동했다. 올림픽에서는 전쟁같은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면 패럴림픽에서 뜨거운 열정 속에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느꼈다.”

한 씨는 또 “내가 사는 울산은 큰 도시지만 스키팀이 없다. 울산에 스키팀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패럴림픽을 보면서 ‘포기하지 않으면 할 수 있다’는 큰 용기를 얻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신의현의 경기를 인상깊게 봤다는 대학 2학년 조수진(20)양은 “이전에는 의미를 두고 패럴림픽를 보지 않았지만, 신의현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보면서 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이 열정적으로 운동하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이후 장애인 시설을 찾아 봉사할 계획이 생겼다고 했다.

프레스 매니저 백명훈씨(가운데)가 정선 알파인스키 경기장에서 함께 일한 동료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본인 제공

백명훈(28)씨는 정선 알파인스키 경기장에서 ‘프레스 매니저’라는 직함으로 일을 했다. 유급으로 일하는 전문직으로 취재진을 돕는 역할이다. 백 씨는 “보광, 정선 스키장에서 일했던 많은 자원봉사자들은 영하 20도의 날씨에도 열정적으로 일을 했다. 너무 감사드린다”며 엄지를 들었다. 광주 유니버시아드, 평창 테스트이벤트 등 국제대회 같은 분야에서 경험이 있었던 그 역시 올림픽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회사를 그만 두고 평창으로 향했다. 백 씨는 “개인적으로 스포츠를 좋아하는데도 장애인 올림픽은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스노보드 크로스같은 종목은 정말 비장애인 경기 못지 않게 박진감이 넘쳤다. 외신들도 많이 찾아왔던 경기”라고 말했다.

프레스 매니저 백명훈씨(오른쪽)가 정선 알파인스키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본인 제공

최혜인(21)양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공부 중에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자원봉사에 지원해 통역 업무를 맡은 경우였다. 그는 “장애를 느낄 수 없었던 선수들의 노력이 존경스러웠다. 삶에 대한 열정과 밝은 표정을 마음에 담아 간다”며 “(자원봉사 지원은)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일 잘한 결정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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