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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금빛 내 인생’ 신혜선 “지안의 불안한 청춘, 마치 나의 예전을 보는 것 같았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은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신화와 같은 이야기다. 학교에선 나은 성적을 위한 경쟁, 사회에 나오면 또 직장을 한 자리 잡아 삶을 영위해가는 경쟁을 거듭하다 보면 하늘보다는 땅을 바라보기가 십상인 날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유일하게 연예계 특히 배우의 세계에서는 이 말이 잘 통용되지 않는다. 물론 배우가 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겠지만 한 번의 성공은 많은 신인배우들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준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스타가 됐고 이후에는 연기로 스스로를 갈고닦지 않는 인물들을 많이 봐왔다.

하지만 배우 신혜선은 이러한 신화를 거부하는 행보를 해왔다. 2013년 드라마 <학교 2013>에서 정말 미약하다 싶은 조연으로 시작한 그는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그녀는 예뻤다> <아이가 다섯> <푸른바다의 전설> <비밀의 숲>까지 4년이 넘는 시간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조연’이라는 단어로 채웠다. 그렇게 주어진 한 번의 기회, 그는 놓치지 않았다. 자기도 모르게 어머니가 설계해 바꿔치기 해버린 운명을 거스르며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린 KBS2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의 서지안 역을 해냈기 때문이다. 극중에서도 혼란스럽고 번민했던 지안처럼 현실의 신혜선도 배우가 되기 위해 시련을 겪어왔다. 그래서 서지안은 신혜선에게는 인생이 반영된 ‘인생 캐릭터’다.

최근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지안 역을 연기한 배우 신혜선. 사진 YNK엔터테인먼트

- 45%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이 담보되는 KBS2 주말극이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성공을 예감했나?

“재미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죠. 매번 방송이 끝나면 검색을 해서 시청률을 확인했는데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어요. 사실 대본이 출생의 비밀이나 재벌가에 입성한 씩씩한 ‘캔디녀’ 등 클리셰(관습적인 설정)의 면모가 많았는데 오히려 이를 비틀면서 색다른 느낌을 줬던 것 같아요. 전개도 빨랐고요.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도 다음 대본이 기다려졌거든요.”

- 배우의 역량도 인기의 원인이지 않았을까.

“대본에서 캐릭터의 내면까지 감정이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말 현실에서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러한 느낌이 나지 않을까 싶은 감정이 많았죠. 그러다 보니 보시는 분들도 그 나름의 생각을 통해 다각적으로 작품을 보실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 모든 연기가 다 부담스럽죠. 하지만 저는 편하고 쉬울 수 있는 연기보다는 하기 까다로운, 생각이 많은 연기가 개인적으로는 좋아요. 성취감도 있고요.”

- 첫 주연작이라고 봐야 하는 작품이다. 부담감은 없었나.

“잘 해내고 싶었어요. 부담감은 없었던 것 같아요. 부담감보다는 캐릭터를 잘 그려보고 싶은 열정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저를 믿어주시고 많은 분들이 제게 배역을 주셨으니까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밖엔 없었죠.”

- 실제 당당하고 거침없었던 지안과 성격적으로 얼마나 비슷한가.

“저와는 다른 면이 많은 친구예요. 자기 줏대가 있고 고집이 있는 면들은 닮고 싶죠. 단적인 예로 극 초반 지안이가 정규직을 낙하산 출신에게 뺏긴 후 한 대 갈기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런 성격이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친구로서, 아는 언니로서 지안이를 본다면 안타까운 면도 많죠. ‘그렇게 힘들거나 고집을 부리지 않아도 되는데…’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최근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지안 역을 연기한 배우 신혜선. 사진 YNK엔터테인먼트

- 박시후와의 러브라인은 어땠나.

“마음 편하게 연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대본을 보면서 ‘연애는 언제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저는 지안이를 이해해야 했거든요. 극중 최도경(박시후)과 악연만 아니었다면 지안이 성격상 굉장히 화끈하게 연애를 했을 것 같아요. 결국 연애에 있어 이성과 감정은 맞지 않는 거더라고요. 머리로는 밀어내지만 마음으로는 그렇지 못하죠. 저도 그런 부분에서는 답답하거나 한 부분이 있었어요.”

- 서태수(천호진)의 ‘상상암’ 등 후반부에는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있는 병명인 것처럼 만드실 의도는 아니셨던 것 같아요. 긴 상황을 풀어쓸 수 없으니 ‘상상암’이라는 대상으로 압축하는 거죠. 사실 드라마에서는 아픈 단어였어요. 아버지가 얼마나 스스로 죽고 싶으셨으면 암과 비슷한 증상을 스스로 만들어내 앓으셨을까 생각하는 거죠. 가족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못하고 불치병이라도 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슬펐어요.”

- 차근차근 작품을 쌓아온 ‘대기만성’형의 배우로 불리고 있다.

“한 작품이 끝나면 늘 고용 불안에 시달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었고, 마음 한 쪽에서는 불안감이 있었어요. 1, 2년이 지나고 경력이 길어지지만 결국 새로운 고민이 추가되는 것 같아요. 불안하고 초조했죠.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조금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싶은 고민이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이 일을 제외하고는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아이였어요. 그래서 그런 마음이 더 커졌던 것 같아요.”

- 그렇게 고생했던 자신의 20대에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좀 더 고생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젊었을 때는 사서도 고생한다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제가 딛고 있는 상황에 대한 감사함을 모를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고생하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희망의 아이콘’? 그런 표현도 너무 과분하고, 감사하죠.”

최근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지안 역을 연기한 배우 신혜선. 사진 YNK엔터테인먼트

- <학교 2013>에 이어 5년 만에 단막극 <사의 찬미>로 이종석과 제외하게 됐다.

“데뷔 전에 듣던 라디오 역사 코너에서 짧은 사랑 이야기를 들었는데 윤심덕과 김우진의 이야기였어요. 실제 있었던 그 이야기에 바탕을 둔 작품에 출연하게 됐어요. 언젠가 배우를 한다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이야기였거든요. 이렇게 <황금빛 내 인생>을 마치고 바로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처음 출연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마음이 설렜어요.”

- 이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작품을 챙겨볼 텐데.

“지금까지 많은 모습을 보여드린 게 아니라 지금은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정답이지 싶어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억지가 아닌 최대한 다양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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