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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금빛 내 인생’ 신현수 “인생의 터닝포인트 작품, 더욱 성장하겠습니다”

그렇게 도드라지지는 않았지만 신현수는 지난해와 올해를 통틀어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었다. 2016년 여름부터 JTBC <청춘시대>를 찍고 그 겨울에 MBC 단막극 <세가지색 판타지-우주의 별이>를 찍어 지난해 초 선보였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 대부분의 시간을 MBC <군주-가면의 주인>을 찍으면서 보냈다. 이어진 <청춘시대2> 촬영. 그리고 드라마가 끝난 다음 날 KBS2 <황금빛 내 인생>에 합류했다. 재작년 여름부터 정신없이 촬영을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2018년 3월이 된 셈이다.

<청춘시대>의 ‘볼펜선배’ ‘종열선배’로 젊은 층에 이름을 알렸던 그는 이번 작품을 끝내고 중장년층에도 ‘서지호’란 이름을 각인시켰다. 친 어머니의 바람으로 자녀들의 운명이 바뀌고, 그 아버지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운 드라마 속 무거운 분위기에서 그가 최서현 역 이다인과 맺은 ‘막내 커플’은 그나마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 그의 삶도 그랬다. 연기를 위한 열정으로 둔탁하게 달려나가는 것 같은 여정이 결정적인 계기로 반전이 되면서 전혀 다른 각성의 시간이 됐다. 신현수, 조금 더 자주 들릴 것 같은 이름이 됐다.

최근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지호 역을 연기한 배우 신현수. 사진 김영민 기자

“드라마를 마치고 괌에 포상휴가를 다녀왔는데요. 스카이다이빙을 하면서 많은 부분을 버리고 온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좋은 역할에 대한 욕심이 저도 모르게 생겨나고, 제가 가진 인물이 틀이 정해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걸 많이 떨쳤어요.”

원래부터 극중 해성가의 딸 최서현과의 관계가 이어지지 않는 건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무거운 대본의 분위기에서 화사함을 줄 사명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마다 좀 더 열심히 하자고 서로 다독였다. 신현수 스스로도 완급조절이 뛰어났던 소현경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고 있었고 그들에게 주어진 역할을 더 절실하게 마칠 수 있었다.

“(이)다인이와는 의욕이 넘쳤어요. 집이 가까워서 만나서 상의하면서 즐겁게 작업했죠. 서현이로서 주는 연기의 호흡을 받으면서 ‘이걸 이렇게 처리할 수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놀라서 했던 것 같아요. 큰 누나 서지안 역 (신)혜선이는 동갑이었고, 둘째 누나 서지수 역 (서)은수는 여섯 살이 어렸죠. 제가 낯을 가렸지만 오빠이면서도 동생 역을 해야했기에 제 성격을 넘어서 팀에 활력을 주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그는 특히 엄마 역 김혜옥과의 연기 호흡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극중 누나를 바꿔치기 해 재벌가로 보낸 사실을 안 막내는 처음으로 엄마에게 쓴소리를 한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몰입이 된 장면에서 김혜옥은 신현수와의 연기 후 스스로 주체를 못 할 만큼 눈물을 흘려 그를 당황하게 했다. 결국엔 “네가 너무 잘 해서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는 칭찬이 돌아왔다. 진짜 연기는 이래야만 하는가. 머리를 무엇인가에 맞은 듯한 충격이 왔다.

“이 작품을 하면서 아버지에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생겼어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그 무게를 짊어지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됐죠. 사실 아버지와는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거든요. 이번 기회에 많이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지호 역을 연기한 배우 신현수. 사진 김영민 기자

어린시절 운동을 좋아하던 신현수는 디자인에 재미를 붙여 인천디자인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친구도 할 것도 딱히 없던 상황에서 연극부는 훌륭한 놀이터였다. 태어나서 그렇게 열심히 무언가를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인천시립극단에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으면서 신현수의 연기는 급격히 늘었다. 청소년 연극제에 직접 만든 연극을 출품해 올리게 됐고 전공도 관련된 쪽으로 바뀌었다. 사실 상을 받던 학창시절이라 스스로의 연기에 대한 자만도 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이를 뒤집는 상황이 생겼다.

“대학교 2학년 때 전공수업으로 아크로바틱을 연습하다가 심각한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았어요. 허리를 다쳐 재활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거든요. 그때 느꼈어요. 내가 노력한 만큼 걸을 수 있구나, 노력한 만큼 움직일 수 있구나. 땀을 흘리며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죠. 사실 이론 공부도 철저히 하지 않고 막연하게 연기에 접근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사람에 대한 생각, 고민, 관찰에 항상 공을 들입니다.”

그는 좋은 배우는 좋은 사람과 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에는 이 말의 의미를 몰랐다. 하지만 여러 번 고민의 기회를 받으면서 타인의 감정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이고, 이러한 사람들이 연기를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좋은 사람’은 또 ‘착한 사람’과는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좋은 표현을 하면서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제 안에 어떤 그릇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뭔가를 다 비워냈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열정이 있어서 이를 잘 달구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열이 과하면 안 되겠죠. 스스로를 잘 조절하고 가누면서 좋은 배우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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