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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미디어데이] ‘호랑소년단’부터 말타기까지… 흥부자 인증샷 주인공은?

2018 KBO리그 우승 경쟁이 어느 해 보다 치열하다. 전력 보강들이 이뤄졌고, 전력차이가 더 줄었다. 하지만 우승 경쟁보다 더 치열한 게 있다. 어느새 미디어데이 최고 화제로 굳어진 ‘우승 공약 전쟁’이다.

디펜딩 챔피언 KIA는 지난해 우승 후 ‘걸그룹 댄스’ 공약을 지켰다. MVP 양현종은 검은 드레스를 차려입고 손가락을 들어 흔들며 팬 감사제 때 춤을 췄다. 올해도 ‘춤 공약’이 이어진다. 22일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KIA 나지완은 “현종이랑 가볍게 (댄스를) 한 번 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걸그룹 댄스가 아니라 보이그룹 댄스다. 당초 공약은 팬들을 위해 선수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었지만 보다 ‘강도 높은 공약’으로 바뀌었다. 나지완의 깜짝 공약에 양현종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지완-양현종의 커플 보이그룹 댄스라면 동방신기를 연상시키는 ‘나양신기’라 불릴 만 하다. 지난 공약 처럼 젊은 선수들이 더해진다면 ‘호랑 소년단’이 될 수도 있다.

정운찬 KBO총재가 22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미디어데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3.22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LG 박용택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대형 공약’을 내걸었다. 박용택은 “1994년 이후 우승이면 24년만이고, 365를 곱하면 8760일이다”라고 운을 뗀 뒤 3가지 공약을 밝혔다. 첫번째는 8760개의 사인볼 무료 제공, 두번째는 성인 팬들을 위한 ‘일일 호프’ 개최다. 세번째는 어린이·청소년 팬을 위한 야구교실 운영이다. 두번째 공약 ‘일일호프’에서는 선수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일 수 있다. 박용택은 “그러다 보면 선수들의 상의 탈의 세리머니도, 여장 장면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 우승 공약의 하이라이트는 3번째 공약이다. 박용택은 “잠실구장에서 야구교실을 연다. 그리고 야구교실에 앞서 이병규 코치님과 이상훈 코치님이 말을 타고 입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의 레전드급 스타인 이상훈의 별명은 야생마, 이병규의 별명은 적토마였다. 이병규의 승마 입장은 오랜 공약이었지만 여기에 이상훈이 더해졌다. 지금은 둘 모두 LG의 코치다.

LG 보다 더 오랫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한 롯데는 주장 이대호가 우승 현장에서 그라운드 파티를 하기로 했다. 그라운드에 내려온 팬들과 술잔을 나누는 세리머니다. 그때 필요한 술과 음식은 이대호가 준비하기로 했다. 가장 나이 많은 팬으로부터는 이대호가 정중하게 술 한 잔 받아 마신다. 술자리에 춤과 노래가 빠질 수 없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손아섭은 마운드에서 노래를 부른다. “눈물 흘리는 분이 많으면 발라드를, 기뻐하는 분들이 많으면 댄스곡을 부르겠다”고 했다. 발라드 곡은 정해졌다. 윤종신의 ‘좋니’다.

댄스, 노래 등 ‘다른 모습 공약’ 외에 ‘물량 공세 공약’도 나왔다.

NC 모창민은 “내년 시즌 창원 마산 야구장이 새로 개장한다”면서 “우승하면 개막전 티켓 전부 선수단이 쏘겠다”고 했다. 넥센 서건창은 “한 겨울 고척돔 빌려서 팬들과 1박2일 야구장 캠핑을 하겠다”고 했다. SK 박종훈도 “팬들과 홈구장 전광판 빅버드로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하는 자리 만들겠다”고 했다. 한화 정우람이 판을 더 키웠다. 정우람은 “대전 야구장 그라운드에서 모든 팬들과 샴페인 파티를 하겠다. 비용은 선수단이 낸다”고 했다.

미디어데이 강자 삼성 강민호가 질 수 없다. 강민호는 “이미 구단의 허락을 받았다”면서 “원하는 모든 팬들을 오키나와 캠프에 초청하겠다. 숙박비, 비행기표 모두 무료다”라고 말했다. kt 고영표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공약을 발표했다. 고영표는 “앞의 공약들이 너무 좋아 할 게 없다”면서 “앞에 팀들이 약속한 공약, 우린 모두 다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우승 공약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두산 유희관은 “가슴에 대일밴드 붙인 사진이 아직도 돌아다닌다”면서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두산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때 밝히겠습니다. 커밍 순.” 24일 개막하는 2018 프로야구가 ‘공약 전쟁’으로 벌써 불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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