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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예진 “연애, 나이 먹을 수록 쉽지 않아요”

“연애요? 나이 먹을 수록 누군가 만나는 게 쉽지 않네요. 소개팅을 한다거나 억지로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요. 그저 기다리고 있어요.”

배우 손예진도 벌써 30대 후반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연애의 필요성도, 결혼에 대한 조급함도 느끼지 못한다는 그다.

배우 손예진,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30대 초중반까진 ‘결혼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없어진 것 같아요. 정신없이 일만 하고 있으니 생각할 여건도 안 되고요. 또 가정이 있으면 배우로서 하고 싶은 대로 다 못하는 면이 있잖아요? 아내나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한 동경과 열망은 있지만 절 희생하면서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일을 할 수 있을지, 아직 제가 덜 성숙해서 자신이 없나봐요.”

최근 손예진은 개봉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란 멜로 영화로 돌아왔다. 소지섭과 함께 아름다운 멜로 연기로 개봉 12일 만에 16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에게 촬영 뒷얘기와 소소한 일상에 관해 이모저모 들어봤다.

■“멜로가 주종목? 새삼 깨닫고 있어요.”

그가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택한 건 멜로물에 대한 심한 갈증 때문이었다.

“멜로 영화를 계속 하고 싶었는데 그 시기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 출연 제안이 왔어요. 일본 원작이 담백하다면, 한국 리메이크판은 코믹한 부분이 강해서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 싶더라고요. 신인 감독이었지만 대본만 보고 출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클래식>부터 <연애소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 주옥같은 멜로물엔 항상 그가 있었다. 그는 ‘손예진이 한국 멜로물의 대표 아이콘 아니냐’고 묻자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 영화 공개 이후 ‘멜로가 주종목’이라고 주변에서 말해줘서 새삼 깨닫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20대에 찍은 멜로물과 이번 작품은 여러 면에서 결이 다르단다.

“<클래식>은 데뷔한 지 몇 년 안 됐을 때 찍은 거라 연기가 뭔지 잘 모르고 어설펐던 것 같아요. 감독의 의도도 파악하지 못했고 큰 그림을 볼 정신도 없었고요. 풋풋하긴 했지만요. 반면 이번엔 연기를 하면서도 ‘영화가 이렇게 나오겠구나’란 큰 그림을 봤어요. 훨씬 더 여유롭게 연기했고,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잘하는 건 아니라는 걸 느낀 현장이었죠. 날 것 그대로 연기하던 예전의 풋풋한 느낌은 없지만 관객이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수아’(손예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가는 세월엔 장사 없다’는 말을 실감한 순간도 있었다고. 극 중 수아의 스무살 추억을 연기하는 장면에서였다.

“그 장면에선 풋풋해야 하는데 이미 풋풋하지 않은 나이라 아무리 예쁜 표정을 지어도 안 나올 것 같은 거예요. 고민이 많았어요. 세월을 거스르는 건 제 힘으론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후반 보정 작업의 힘을 믿기로 하고 그냥 연기했어요. 감독이 잘 만들어줄 거로 믿어야지, 어쩌겠어요. 하하.”

드라마 <맛있는 청혼> 이후 17년 만에 만난 소지섭과는 끈끈한 연대감으로 묶여 있었다고 고백했다.

“<맛있는 청혼>이 제 데뷔작이라 연기가 서툴렀어요. 하루하루 고통스러웠죠. 연기 잘하는 수많은 선배들 속에서 나만 외톨이 같았고, 사회생활도 처음이라 마치 발가벗겨진 기분으로 어색하게 미소짓는 게 다였죠. 소지섭 앞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다행히 그는 당시를 기억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작품으로 만났을 땐 더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아무것도 모를 때 만나서 그런지 제 치부를 아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또 함께 촬영하면서 문제가 있거나 힘든 점이 있을 때 많이 배려해줬어요. 항상 든든한 존재였죠.”

■“배우와 자연인 사이 삶의 밸런스, 끝없는 숙제”

올해로 배우 18년차다. 아름다운 20대 시절을 모두 카메라 앞에서 보냈다. 완벽주의자인 탓에 치열하게 살았지만 스스로 고통 속에 몰아넣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내 자신에게 칭찬하지 않는 편이에요. 오히려 고통 속에서도 뭔가 찾으려고 닥달하죠. 심할 정도의 책임감도 있고요. 그래서 2배우로서 소중한 작품과 모르는 사람들의 사랑을 얻었지만 20대 청춘의 추억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일이 전부였으니까요.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거로 생각하지 못했어요.”

가장 아쉬운 점은 찬란한 그 시절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채찍질만 한 것 같아요. 항상 날이 서 있었고 예민했죠.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일도 즐기면서 하고 싶어요. ‘못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고요.”

이제는 선배보다 후배가 많은 위치에 서게 됐다고 하니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배들에겐 좋은 선배냐’고 하니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내놨다.

“후배들에게 물어봐야 알 것 같은데, 한 명도 대답 안 해주면 어쩌죠? 하하. 그냥 저는 후배들에게 용기를 많이 주려고 노력해요. 그 후배가 지금 어떤 상황이고 감정일지 조금은 짐작이 가니까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도의 조언을 해주는 거죠. 착한 선배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자연인으로서 ‘손예진’은 행복한지 물었다.

“배우와 자연인 사이 삶의 밸런스는 배우에겐 끝없는 숙제예요. 저 역시 개인적인 행복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고요. 배우로서 행복하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행복한 건 아니니까요. 그래도 요즘은 일도 즐기면서 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아요. 예전보다 더 행복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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