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잠실구장 원정 감독실. KIA 감독실을 찾은 헥터 노에시를 두고 김기태 감독은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그리고 물었다. “컨디션이 어떠냐”고. 헥터는 유쾌하게 웃으며 답했다. “별로 좋지 않다”고. 물론 농담이었다. 김 감독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쓰는 에스파냐어로 헥터의 말을 받았다.
헥터는 개막 2번째 등판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 24일 KT와 광주 개막전 피칭 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 5.1이닝 동안 9안타를 맞고 4실점했다. 이에 헥터는 물론 김 감독도 이에 은근히 신경이 쓰였을 터. 그러나 둘 모두 내색하지 않고 웃음 가득한 얼굴러 마음만 주고 받았다.
그리고 헥터가 응답했다. LG전 선발로 6이닝 동안 6안타를 맞았지만 삼진 4개를 낚아내며 2실점으로 잘 막았다. 팀의 4-3 승리를 이끌며 시즌 첫승도 따냈다. 투구수 106개로 조금 많은 편이었지만 경기 중반 이후로 가면서 특유의 맞혀잡는 피칭이 살아났다. 최고 구속도 150㎞까지 나왔다.
지난해 헥터가 견고한 모습을 보이며 KIA가 차곡차곡 승리를 쌓았듯, KIA는 올시즌 원정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헥터는 경기 뒤 “올해 나의 첫승이기도 하지만 팀이 이겼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다”며 “경기 초반, 상대 타자들이 내 공을 커트해내며 투구수 늘어났지만 4회부터 투구수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헥터는 또 “지난 2년처럼 한 시즌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내가 선발로 등판하는 날이면 그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바로 김 감독이 기대하는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