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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디오 로맨스’ 유라 “걸스데이,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하고 싶다”

“연기를 하니까 난생 처음 사람의 뺨을 때리는 경험도 하게 되네요.”

배우와 가수는 겉보기에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많이 다른 분야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 한 가운데 서있고 인기도 얻는 점은 비슷하지만 배우는 작품에서, 가수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인다는 점이 다르다. 따라서 가수는 가장 멋있고 예쁜 부분만을 보이려 애쓴다. 연기를 하지 않으면 무대 위에서 울거나 누군가를 때린다거나 하는 경험은 할 수 없다. 그래서 가수를 하다가 연기자를 겸업하기 시작하는 많은 아이돌들은 이 다른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적잖이 애를 먹는다.

2010년 데뷔해 햇수로는 9년차가 된 걸스데이의 유라 역시 최근 이런 경험에 한창이다. 가수로는 활동한지 오래됐지만 배우로는 이제 막 KBS2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를 통해 주연 신고식을 치렀다. 무대에서는 가장 빛나 보이려 애쓰던 그도 이번 작품을 통해서 허당의 면모도 있었지만 악역연기를 했다. 인기의 끝물로 접어드는 ‘한 물 간’ 배우를 연기하면서 언젠가 올지 모를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도 해봤다. 무대 위에서 불태웠던 열정을 또 한 번 연기로도 불태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최근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에서 진태리 역을 연기한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유라. 사진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제가 연기를 아예 안 한 건 아니었는데 형식이 대본이 미리 다 나오는 단막극이나 웹드라마 그게 아니라면 예능 안에서 코너의 느낌이 나는 연기를 했어요. 이렇게 긴 작품에서 고정 출연을 한 건 처음이었는데 훨씬 현실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연예인 역할이었고 저도 경험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저와 성향이 다른 인물을 연기하니 많이 방황했죠. 생각도 많아지고, 대사도 수없이 연습하게 되고요.”

그가 연기한 진태리는 아역 출신으로 주인공 지수호(윤두준)와 필적할 만한 인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대중의 눈에서 벗어난 인물이었다. 그는 재기를 위해 지수호의 약점을 잡기로 하고 그의 가족사를 이용하려고 한다. 분명 인물구도에 있어서는 악역이지만 진태리에게는 그만큼 대중의 관심이 필요했다. 유라도 이런 부분에서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초반에 태리가 악성댓글을 다는 분들과 생방송으로 싸우는 장면이 있어요. 그리고 매니저가 제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저를 욕하는 모습을 듣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 부분에서 태리에게 많이 공감을 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받는 아이였으니 과연 행복했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는 좀 태리가 짠하기도 해서 신경써서 연기했어요.”

어린 시절 울산에서부터 귀하게 컸던 그가 남의 뺨을 때리는 경험은 연기자이니 할 수밖에 없는 경험이었다. 그는 첫 장면 나중 자신의 연인이 되는 매니저 역의 하준 뺨을 때리던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안 아프게 때리고 소리만 큰 노하우가 있다’는 말에 연습을 많이 했지만 심장이 펄떡펄떡 뛰는 일은 어쩔 수 없었다.

최근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에서 진태리 역을 연기한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유라. 사진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정말 이럴 때는 맞는 게 편하더라고요. 세게 때린다고 했는데 약해서 다시 촬영하는 경우도 있었죠. 그래서 (김)소현이와 싸울 때는 절치부심했어요. 소현이도 ‘언니 한 방에 부탁해요’ 그러고요. 촬영 3일 전부터 긴장이 되더라고요. 정말 잊지 못할 장면이었죠.”

유라가 소속된 팀 걸스데이에는 주로 예능 활동으로 가닥을 잡은 맏언니 소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기를 겸업하고 있다. 2016년 <미녀 공심이>로 연기자로 안착한 민아를 비롯해 <응답하라 1988> 시리즈로 인기 배우 반열에 오른 혜리도 걸스데이 멤버다. 이제 유라도 지상파 주연급의 자리를 차지했기에 이번 드라마의 소감도 남달랐다. 그리고 걸스데이는 2010년 결성 후 아이돌 활동의 분수령이라 할 수 있는 ‘계약 후 7년차 해체 징크스’를 넘어선 팀으로 주목받았다.

“저희가 나이가 다 달라요. 소진 언니가 기둥역할을 해주니까 싸움이 잘 안 나는 것 같아요. 서로 싸움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요. 저는 멤버들과의 관계를 친구와는 다른 수준으로 봐요. 24시간 붙어있으면서 같은 일도 하는 특별한 관계잖아요. 멤버들과는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걸 다 아는 느낌인 것 같아요.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그런 기분이 있어요. 서로 성격도 다르지만 함께 하면서 서로의 특징이 고루고루 섞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죠.”

걸스데이의 미래는 어떠할까. 연기자로서의 입지도 넓히고 있기에 자연스레 이들의 미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유라는 아직도 그들이 쌓은 시간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달리 생각하면 아직 누리고 느끼고 싶은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는 걸 의미하는지도 몰랐다.

최근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에서 진태리 역을 연기한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유라. 사진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언제까지 하겠다’하고 정해놓은 것은 없어요. 노래만 좋고 콘셉트만 좋으면 할 수 있죠. 회사와의 계약이 끝나도 걸스데이가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보고 싶어요. 사실 저희가 데뷔 후 좀 늦게 사랑을 받기 시작해서 정말 인기가 있다고 생각한 시간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7년이 되고 재계약할 때도 실감이 잘 안 났고요.”

걸스데이의 앨범계획도 그런 믿음 때문인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팬들 입장에서는 조금 안타까울 일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걸스데이는 이미 자매와도 같아 보였다. 유라의 표정에서는 함께 한다는 사실에 있어 그 어떤 다른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더욱 힘을 내 달리는 일만 남았다.

“예능 MC도 봤는데요 토크쇼도 좋지만 리얼리티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연기나 노래 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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