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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의 고민사전] 나는 왜 잘난 척 하는 걸까

저는 제가 잘난 척 한다고 생각지 못했는데, 고등학생, 대학생 때도 종종 ‘잘난 척’ 한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저를 질투하는 친구들이 저를 험담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친구들과는 관계를 끊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죠. 학점이 좋아서 올해 원하던 기업에 입사를 했어요. 늘 긴장하면서 연수를 받았어요. 연수가 끝날 때, 동기들끼리 익명 페이퍼를 돌렸는데, ‘잘난 척 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참 안쓰럽다’는 문장이 있었어요. 회사에 다니기 두려울 정도로 상처를 받았어요. 모두가 저를 그런 시선으로 보는 것 같고, 예전에 친구들이 저를 험담하던 게 떠올랐어요. 그리고 밤새 울면서 생각해보았죠. 인정하기 두렵지만 ‘잘난 척’하는 모습이 제게 있는 거 같아요…. 저는 한 부모 가정에서 경제적으로도 힘들게 자랐어요. 아버지랑 둘이 살면서 사랑도 많이 받지 못해서, 열등감이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제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서 저도 모르게 제 자신을 과장하고 포장했었나 봐요. 무시당할까봐 두려워서요….<박하연(가명) 25세 직장인>

지금 마음이 많이 아프겠네요. 먼저, 원하는 직장에 취업한 거 정말 축하합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학점 관리도 잘 하고, 면접도 잘 보고, 참 대단합니다. 축하받고, 기쁘게 직장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데, 지금 마음이 이렇게 아파서 어쩌지요?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돌아보고 상담을 요청한 건 용기 있는 결정이에요.

하연씨는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노력하고, 많은 성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외롭고, 슬펐을 거예요. 그러면 ‘나의 노력과 성취에 대해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이 과해질 수 있어요. 유년기, 청소년기에 ‘성취’에 대해서 합당한 인정을 받아 본 사람들은, 굳이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나를 꾸미거나 과장 할 필요가 없거든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어요. 하지만 나 스스로 내 삶에 만족하고 ‘이정도면 괜찮아’ 인정하는 게 먼저예요. 타인에게 주목받으면서 자기 가치를 확인해야만 ‘자기만족’을 느끼고 안심이 된다면, 인생 참 피곤하게 사는 거예요.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남을 위한 삶이잖아요? ‘내 만족’이 우선이고, 그 다음에 남의 평판 관리도 하면서 살면 됩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나쁜 게 아니에요. 하지만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과해지면, 자신을 실제보다 과대포장하게 돼요. 남들이 볼 때는 ‘자기과시’가 심한 사람으로 보이는 거죠. 남의 평판에 24시간 신경 쓰기 때문에, 누군가 나를 험담하는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고. 인간관계가 더 자신 없어지게 됩니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극심한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자기 이미지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진짜 내 모습은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내면 자아는 잘 알고 있죠. 때문에 극심한 자기 불안감에 시달리게 돼요. 진짜 자기 모습을 사람들에게 들키기 싫어서 더 자신 있는 척, 우월한 척 하기 위해서 과장하고 포장하느라 마음은 탈진상태일 거예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을 자신이 없어서, 가까운 사람에게도 진심을 말하지 못하죠. 그래서 늘 외롭고요. 외형적 자아의 우월감, 내면적 자아의 열등감이 충돌하면서 자존감은 더 낮아지고, 우울에 빠지기 쉬워요.

나의 가치를 외부세계와 타인의 평가에 맡기지 마세요. 남들의 인정을 못 받으면 어때요? 과장되고 포장된 내 모습을 유지하느라 내 감정과 시간을 소비하고, 남 눈치 보느라 신경 쓰지 말고, 맘 편하게 살아요.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내 모습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친구도 되고 연인도 되면서 말이에요. 나를 과장하고 포장할수록 사람들은 내 곁을 떠나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때 진정한 ‘자기애’가 생기고, 자존감도 높아져요. 그러면 ‘척’ 할 필요가 없어진답니다. 지금 모습 그대로 당신은 충분히 멋진 사람이에요!

■‘마음치유 전문가’ 박상미는?

‘마음치유 전문가’로 불리는 박상미씨는 문화치유 교육센터 ‘더공감 마음학교’와 ㈜더공감 커뮤니케이션의 대표다. 경찰대학교 교양과정 교수로 있으며, 법무부 교화방송국에서 전국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영화치유 강의를 하고, 교도소와 소년원에서는 <문화치유학교>를 연다. 저서로는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 등이 있다. 고민상담은 skima1@hanmail.net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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