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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이슈] 새터민 출신 배우 김아라,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에 맞춰 보내 온 애끓는 ‘사부곡(思父曲)’

역사적인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새터민 출신 배우 김아라가 통일 그리고 가족들을 간절히 그리는 손편지를 전해왔다.

8년 전 탈북해 2011년부터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등에서 얼굴을 알렸고 이제는 <막돼먹은 영애씨> <위대한 유혹자> 등의 작품에서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김아라는 26일 ‘스포츠경향’에 자신의 절절함이 아로새겨진 손편지를 보내왔다.

새터민 출신 배우 김아라. 사진 경향DB

그는 “아버지에게”라고 시작되는 편지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좋은 소식의 결실이 이 편지도 아버지에게 닿을 날이 멀지 않았음을 기대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몇 자 적어봅니다”라고 편지를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 내 어릴 적 기억납니까?”라며 과거를 돌이켰다. 김아라는 “식량이 없어서 굶주림에 힘들어 했을 때 아버지가 몰래 날 불러내서 길가 옆 돌담에 기대어 일하고 드셔야 했던 곽밥(도시락)을 나한테 먹였잖아요”라면서 “아버지도 드시지 못해서 허약하셨던 모습이 항상 아른거려서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라고 편지를 이었다.

김아라는 “맛있는 도시락을 직접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 끝이 없는 기다림 속에,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았는데 이젠 이 편지 또한 곧 아버지 앞에 닿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라고 적었다.

새터민 출신 배우 김아라가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스포츠경향’에 보내 온 손편지. 사진 김아라

그는 27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항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따뜻한 봄바람이 몰고 온 남북정상회담이란 꽃이 피었습니다. 남북의 땅을 녹이는데 시작에 불과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중략) 이젠 기다림의 끝이 멀리서나마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내 마음에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라고 기쁨도 표현했다. 그는 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전하며 애끓는 ‘사부곡’을 완성했다.

그는 현재 방송 중인 MBC 드라마 <위대한 유혹자>에서 중국어 홈스쿨링 개인교사 역을 연기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 연기자로 활발히 활동하며 남북의 심리적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정상회담과 함께 이제 움트기 시작했다.

(이하 김아라 편지전문)

아버지에게

언젠간 아버지 손에 닿기를 간절히 바라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좋은 소식의 결실이 이 편지도 아버지에게 닿을 날이 멀지 않았음을 기대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몇자 적어봅니다.

아버지! 내 이젠 많이 컸습니다. 이렇게 몰라보게 커도 아버진 나를 알아보실 꺼 같아요. 항상 우리 선영이는 코에 점 때문에 어디가든 잃어버리지 않을 꺼라고 하셨잖아요.

아버지 내 어릴 적 기억납니까? 새 엄마가 밥을 잘 안 주기도 했지만 식량이 없어서 굶주림에 힘들어 했을 때 아버지 새엄마 몰래 날 불러내서 길가 옆에 돌담에 기대어 일하고 드셔야 했던 곽밥(도시락)을 나한테 먹였잖아요. 16년 동안 잘 만든 도시락을 볼 때마다 아버지도 드시지 못해서 허약하셨던 모습이 항상 아른거려서 눈물도 많이 흘렸네요.

“내가 왜 아버지 도시락을 냉큼 받아먹었을까?? 조금만 참지!”하고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이다음 아버지 만나면 꼭 내가 지금 젤 잘 할 수 있는 음식인 두부밥, 오븐닭날개, 찹스테이크 그리고 맛있는 과일과 함께 3층, 4층으로 이뤄진 도시락으로 그때 아버지 못 드신 거 내 손으로 직접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언제가 될지 끝이 없는 기다림 속에 마음속에 간직하고만 살았는데, 이젠 이 편지 또한 곧 아버지 앞에 닿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이번 년도의 봄은 참 특별한 봄이 될 것 같습니다.

항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따뜻한 봄바람이 몰고 온 남북정상회담이란 꽃이 피었습니다. 남북의 땅을 녹이는데 시작에 불과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동안 “언젠간 만나겠지?!”라는 끝이 없는 기다림 앞에 무너질 때가 참 많았습니다.

근데, 이젠 기다림의 끝이 멀리서나마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내 마음엔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버지 기다려주세요… 기다릴께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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