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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의 고민사전]내 상처를 자녀에게 대물림하지 마세요- 우리부모님은 도대체 왜 저러실까?②

자신의 상처를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부모는 세상에 없을 거예요. 과거에 내가 겪었던 아픔을 내 자식은 겪지 않게 하려고 애를 쓰지요.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상처를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분들이 많다는 겁니다. 지난주에 언급한 김숙영(70세·가명) 어머니처럼 부모 사랑을 받지 못한 원망과, 결혼 후에 남편의 사랑마저 받지 못해서 쌓인 서러움, 분노의 감정을 보상받고자 자식들에게 큰 기대를 하는 분들이 많아요. 나의 결핍을 자식들에게 보상받고자 할수록 인생은 외로워집니다. 본인의 감정,‘내 상처의 뿌리’를 돌보지 못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상처를 자식에게 대물림하게 됩니다.

우리 친척 집에서 일어난 대화의 한 장면이에요.

아들 : 저 학교 자퇴하고 싶어요. 지금 전공이 저랑 너무 안 맞아요. 쉬면서 제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어요.

아버지 : 뭐야?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대학 졸업장 없이 즐겁게 일하면서 돈을 버는 게 쉬운 줄 알아? 뭐가 부족해서 딴 생각이야?

어머니: 당신은 항상 아이한테 윽박지르기만 해요? 너그럽게 대화를 하고 조언을 해주는 아버지가 될 수 없어요?

저 아이는 어려서부터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 했고, 재능도 있었거든요. 화내고 있는 아버지의 감정 속에는 말하지 못한 과거의 감정, ‘초감정’이 숨어있어요. 그 과거의 감정이 올라와서 아들에게 과하게 화를 내고 있는 거죠. 아버지의 과거는 이렇습니다. 중학교 때 항상 전교 1등을 했지만, 집안이 어려워서 상고를 가야 했고, 취업한 후에 야간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합니다. 하지만, 매번 승진에서는 상고 출신, 야간대학 이라는 것 때문에 밀려났죠. 그때 겪은 좌절, 분노, 절망…. 과거에 상처받은 감정이 아들과 대화하는 현재 상황에 떠오르면서 폭발한 것이죠.

이젠, 이 집 어머니의 감정을 살펴볼까요? 어릴 때 아버지 사랑을 못 받고 자라서, 내 아이에게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를 선물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편은 늘 아들에게 ‘더 강해져라, 더 열심히 살아라, 더 공부에 힘써라’만 강요하고, 방황하는 아이의 마음에 공감을 못 해주니, 남편에 대한 불만이 커집니다. 남편에게 ‘자상한 아버지가 되어 줄 수 없느냐’고 화를 낼 때, 지금의 감정뿐만 아니라, 어릴 때 아버지 사랑을 받지 못해서 ‘인자한 아버지’를 갈망했던 자신의 초감정이 개입된 것이지요.

갈등의 상황 앞에서, 나의 ‘초감정’을 만나보는 일은 중요합니다. 과거의 내 상처, 그때 생긴 내 감정인 ‘초감정’이 올라와서 현재의 내 가족 관계를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초감정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누구나 아픈 상처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감정이 어찌 좋고 나쁜 것으로 나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지금 나의 감정이 오롯이 현재의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과거에 내가 상처받은 감정의 뿌리에서 기인 된 것이라면, ‘내 상처의 뿌리’를 들여다보는 일은 현재의 관계를 살리기 위해서 매우 중요합니다.

“잊혀지지 않는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있나요?” “당신의 부모님은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셨나요?” “요즘 당신은 무엇 때문에 슬픔/분노를 느끼나요?” “내 부모님이 나에게 감정을 표현하던 방식과, 지금 내가 나의 자녀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닮은 점이 있나요?”

차분하게 종이에 적어 보세요. 나이가 들수록, 내가 정말 싫어했던 내 아버지, 어머니의 말투, 화내는 모습까지 닮아가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당황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내 상처의 뿌리, ‘초감정’을 돌보지 않으면, 나의 상처를 자식에게 대물림하게 됩니다.

■‘마음치유 전문가’ 박상미는?

‘마음치유 전문가’로 불리는 박상미씨는 문화치유 교육센터 ‘더공감 마음학교’와 ㈜더공감 커뮤니케이션의 대표다. 경찰대학교 교양과정 교수로 있으며, 법무부 교화방송국에서 전국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영화치유 강의를 하고, 교도소와 소년원에서는 <문화치유학교>를 연다. 저서로는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 등이 있다. 고민상담은 skima1@hanmail.net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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