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지상파와 종편은 내 무대” 가수 김정연…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최근 들어 가수 김정연이 핫한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 안내양으로 전국을 돌면서 어르신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더니 이제는 인생을 논하는 <노래하는 강연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진심이 담긴 그녀의 노래와 이야기는 관객의 마음에 마법을 건다. 가수 김정연의 이야기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남음이 있다. 가수 김정연은 노래. 강연. MC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끼로 만능엔테터이너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방송에 최적화된 그녀는 ‘가수 김정연 사용설명서’를 통해, 10가지 활용법을 스스로 밝혔다.

■희노애락 녹아낸 인기 강사

김정연의 강연법은 스스로를 낮추는 것. 단순히 말솜씨라는 테크닉 만으로 객석을 울리고 웃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은 웃을만한 이유가 있어야 웃지 그냥 웃지는 않는다. “맞다! 맞다! 바로 내 이야기네”라며 무릎을 치게 만들어야 웃음보가 터지고 눈시울이 적시게 된다.“내가 이렇게 못나고 못됐다”라는 진심어린 고해성사를 해야 그들이 울고 웃는다. 그 스스로 망가져야 “정연이 보다는 내가 낫구나”란 우월감이 느껴져야 긍정 에너지를 얻고 비로소 웃음보가 터지는 것이다. 나이 쉰을 바라보는 김정연은 이렇듯 어떤 무대에서든지 나를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강단이 생겼다.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찰진 입담

방송 패널은 순간포착력이 중요하다. 분위기에 맞게 적절한 유머를 섞어 치고 들어가야 효과가 있다. 분위기는 스스로 만들기보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분위기에 올라타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언제 어떻게 올라탈지 순간포착을 잘 해야 한다. 타이밍을 놓친 유머는 김빠진 사이다와 같다. 타이밍을 잘 잡아서 분위기의 흐름을 타고 촌철살인의 묘를 발휘하면 존재감이 드러나는 사이다 발언으로 각인된다. 또 하나 기술은 ‘반전’을 꾀하는 것이다. 씨름에서 가장 화려한 기술은 뒤집기다. 밑에 깔려서 곧 넘어질 것 같던 선수가 넘어지면서 상대선수를 쓰러뜨릴 때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진다, 영화나 드라마가 재미있으려면 반전이 많아야 하듯이 토크쇼나 강연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반드시 반전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도록 감추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허를 찌르는 것이다.

■개성 가득한 관객, 관객에 최적화된 이야기

자기 혼자 재밌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모두가 환호를 보내는 건 아니다. 공부에 지름길이 없고 바둑에 절대적인 묘수가 없듯이 강연. 토크쇼. 콘서트도 절대적인 비법은 없다. 다른 곳에서 통했던 이야기가 이쪽에서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객석 수준에 맞는 이야기를 해야 공감을 할 수 있고 공감을 해야 울고 웃을 수 있다. 낚시를 하는 사람이 때와 장소에 따라 사용하는 미끼가 다르듯이 강연. 토크쇼. 콘서트 할 때도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거리. 김정연이 생각하는 공감의 핵심은 ‘진심’과 ‘진실’이다. 그는 “그런데 사실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다. 실제로 해보면 마음먹고 날린 유머가 반응이 없거나 썰렁한 분위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가볍게 던진 한 마디에 폭소가 터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험을 자꾸자꾸 하다보니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를 테면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도(道)가 텃다는 말인데, 공감능력을 키워준 자양분은 <6시 내고향 고향버스>라고 밝혔다.

<6시 내고향 고향버스>를 타면서 만나본 어르신들 이야기 속엔 인생진리가 담겨 있다. 아무리 좋은 야구선수도 타율이 4할을 넘지 못하는 법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진심을 다해 강연. 토크쇼. 콘서트에 임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김정연의 진심 강연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그는 ‘복을 많이 짓는 사람’을 예로 들며 KBS 광주방송국 공개홀에서 ‘오늘도 달린다! 국민 안내양 김정연의 인생버스’라는 주제로 공개강좌를 시작했다. 강연은 전남 곡성군과 전남 영광군으로 이어졌다. 그는 그 자리에서 “어르신들의 인생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자식으로부터 벗어나 내 인생과 아름다운 황혼을 즐기자, 남은 인생 꼭 해야 할 10가지를 적어보고 실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보자” 등의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 ‘노찾사’ 출신의 트로트 가수

1990년 대학 3학 때 가을쯤인가 연세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노.찾.사’ 공연이 있었다. 김정연은 ‘대학Y’에서 함께 활동하던 선배와 같이 ‘노.찾.사’ 공연을 관람했는데 안치환의 ‘지리산’에 빠져들었다. 그가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 참여하게 된 이유다. 김정연은 여러 날을 고민하다가 결국 ‘노래를 찾는 사람’ 사무실을 찾았고, 짧은 오디션을 거쳐 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막상 학업을 병행하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이내 포기했다. 그러나 ‘노.찾.사’ 식구가 되고픈 열망은 쉽게 식지 않았다. 김정연은 4학년이던 1991년 ‘노래를 찾는 사람’의 새로운 단원이 됐다. ‘1년 동안 무급’이라는 단서는 중요치 않았다. 안치환, 김광석, 권진원 같은 쟁쟁한 가수들과 음악활동을 같이 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1990년대 초.중반 우리 ‘노찾사’ 멤버들은 앨범 발매와 함께 투쟁현장을 찾아다니면서 꾸준히 활동했는데 그 쟁쟁한 가수들 사이에서 내 역할은 많지 않았다. 김정연은 “솔로보다는 중창으로 주로 활동했다. 어쩌다가 솔로를 하더라도 한 두 소절 부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속이 많이 상했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그러나 미약한 역할도 창대한 공연의 밀알이 됨을 오래지 않아 알게 됐다. 김정연은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중창을 부르고 막간에 무대에 나가 ‘싱얼롱’을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막간 공연이지만, 본 공연의 흥을 예열시키는 중요한 과정이란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작은 사람은 있어도 작은 역할은 없다는 사실을 그 때 알게됐다.

■‘뽕필’의 추억

1992년 5월, 김정연은 대학로 학전 소극장에서 열린 ‘노래를 찾는 사람들’ 10회 정기공연 ‘한국 근현대 노래 80년사 끝나지 않은 노래’ 무대에 섰다. 김정연은 “이 때 삽입된 곡 중 하나가 ‘복지만리’였는데 이 노래를 내가 부르게 됐다. 그 당시 간들어진 목소리를 꺾어가면서 ‘복지만리’를 열창했다. 내가 이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은 내 속에 내재된 ‘뽕필’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뽕필은 뽕짝 느낌이 난다는 뜻인데 80~90년 대에는 트로트를 뽕짝이라고 불렀다. 트로트에 대한 인식이 고루했던 시절, 비록 음악다큐 성격을 지닌 무대극이었지만 20대 초반의 젊은 가수가 ‘복지만리’를 열창하자 많은 호응을 받았다. 그 열기 덕분이었는지 그는 마흔 살 늦은 나이에 트로트 가수로 전향을 했다.

■리포터와 가수로 터닝 포인트

김정연은 라디오 리포터로 뒤도 안돌아보고 13년을 활동했다. 발 빠른 부지런함과 신뢰를 무기로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과연 김정연이다’라는 찬사가 따라 붙었다. 그러던 중에 KBS <세상의 아침>과 연이 닿아 라디오에서 TV로 갈아 탔다. 하지만 3번 출연하고 아웃됐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당시 느낀 퇴출의 경험은 김정연의 오기를 자극했다. 홧김에 음반을 냈다. 당시 김정연의 남편 사업도 바닥을 쳤다. 한마디로 설상가상이었다.

김정연의 첫 음반 <사랑하니까>은 그의 나이마흔이던 2008년도에 냈다. 나이 사십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불혹(不惑)이라 한다는데 그는 그 때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셈이다.

트로트는 할 게 없어서 그냥 해보는 노래가 아니다. 목소리만 꺾는다고 해서 트로트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놀부가 오장육부에 심술보가 하나 더 달고 있듯이 트로트 가수는 타고 날 때부터 트로트 장기(臟器)를 하나 더 달고 나와야 된다는 말도 있다.

다행히 노찾사 출신 트로트 가수라는 꼬리표가 붙자 이름만 대만 알만한 대형 가요프로그램에서 출연제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MBC<가요 큰잔치>에 출연했을 때 워낙 큰 무대다보니 중압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청심환을 3알이나 먹고 무대에 올랐는데 압박감이 가시지 않았다. 김정연은 “이용, 현숙, 조항조, SG워너비 등 대형가수들 틈에서 노래를 부르려니 높은 하이힐이 천길 낭떠러지 같았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 중압감으로 첫 공연은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이후 10년간 섰던 무대에서 그 마저도 극복해 냈다. 이제 김정연은 10년차 가수다. 베테랑이 된 셈이다.

■‘국민 안내양’은 고마운 닉네임

그의 4집 앨범에 ‘어머니’란 노래가 실려있다. 김정연은 “4집 앨범 타이틀 곡은 ‘세월네월’인데 나는 이 노래에 더 많은 애착이 간다. ‘세월네월’이 누구나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디스코풍의 빠른 노래인 반면 ‘어머니’는 가슴 절절한 발라드 곡이다. 이 노래를 녹음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시골버스 안내양으로 살았던 원동력은 바로 ‘어머니’였다”고 밝혔다.

2009년 12월 말쯤, KBS <6시 내 고향>에서 안내양 컨셉으로 파일럿 (시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들어 왔다. 그 당시 김정연은 2집 앨범까지 낸 가수였지만 ‘시골버스 안내양’ 역할이 싫지는 않았다. 김정연은 “<6시 내고향>은 라디오 리포터 시절 가장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었다. 2010년 1월 19일 파일럿(시범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가 첫 시골 버스를 탔다”고 그 날짜까지 기억해 냈다. 그 속에서 어르신들을 통해 친정 부모님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그런 애틋함이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끈 이유가 됐다.

■ ‘어머니’를 부를 때 심정은?

이제 김정연도 엄마가 됐다. 그는 “내가 태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한테 잘 할 걸’이란 아쉬움과 후회가 불쑥불쑥 찾아 온다”고 말했다. 김정연이 부모님과 등을 지고 산 것은 남편 때문이다. 결혼을 반대했던 부모님이지만 뱃속의 태현이는 보듬어 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뱃속의 아이까지 버리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인연을 끊었다. 그는 태현이가 태어났던 날, 엄마가 보고 싶어 정말 많이 울었다.

이런 마음을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를 통해 풀어냈다. 마흔 여섯에 늦둥이 아들 낳고 방송하랴 노래하랴 고군분투하는 김정연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그 방송을 계기로 부모님과 화해할 수 있었다. 이제 김정연은 부모님을 한달에 두 번 이상은 찾아뵙는다. 그의 노래 ‘어머니’처럼 “어머니 힘들 때 불러 봅니다. 눈가에 맺힌 눈물 훔쳐 닦으며 날 보고 가엾다 울지 마세요. 나도 이제 엄마라고 불린답니다. 금이야 옥이야 좋은 거라면찾아서 다 해주시던 어머니 그 마음을 이젠 알 것 같아요”에 그의 마음이 담겨있다. ‘어머니’는 노래라기보다 김정연의 고백서다.

■자서전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버스’

오는 24일 김정연은 영등포 아트홀에서 <효 행복 콘서트>를 올릴 예정이다. 김정연은 “작년에 자서전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버스> 발간을 기념해 그 동안 고향버스에서 만나 뵈었던 어르신을 초대해 무료 공연을 펼쳤는데 전국 각지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다. 먼 길 마다 않고 달려오는 부모 심정으로 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오신 덕분에 영등포 아트홀 개관이래 가장 많은 관객이 몰렸다”고 밝혔다. 이번 <가수 김정연의 효 행복 콘서트>는 작년의 열기를 뛰어넘을 것이라 자신한다. 시골버스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6시 내고향 시골버스를 통해 특별한 재주를 뽐내신 분들을 초청해 무대를 뜨겁게 달구려고 한다. 또 전국 각지에서 초청을 받아 그 동안 펼쳤던 <토크 콘서트>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가수 김정연의 힛트 곡을 접목, 마법의 무대를 만들 예정이다. 그런 다음 이 무대를 전국 각지로 확산 시켜 서울 공연을 못 보신 어르신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아들바보’ 김정연

김정연은 “내 나이 나이 마흔 여섯, 남편의 나이 쉰다섯에 얻은 아들 태현이를 보면 문득 문득 미안해질 때가 있다. 태현이가 스무살이 되면 내 나이가 예순 넷이고, 아빠 나이가 일흔다섯이다. 한참 뒷바라지를 해야 할 나이인데 그 때 우리 부부가 너무 늙어버린 것이 아닌가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자고 있는 태현이를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 사무친다는 그다.

요즘은 부모의 능력에 따라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로 계급을 나누니 마음이 시리고 또 아프다. 어느 날 문득 태현이가 “엄마, 우린 금수저야? 흙수저야?”라고 물어보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에 김정연은 “나는 가요계 흙수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힘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어 버틸 수가 있다. 그런데 태현이를 생각하면 그렇지가 않다. 흙수저와 금수저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금수저는 자산 20억 이상이거나 가구 연 수입 2억 원 이상이고 흙수저는 자산 5000만 원 미만이거나 가구 연 수입 5000만 원 미만이라고 나와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정연만의 해법은 있다. 그는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을 아예 잊고 살기로 했단다. 대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면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어도 행복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그는 이를 위해 오늘 하루가 생의 마지막인 날인 것처럼 치열하게 뛰고 또 뛸 것이라 다짐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