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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세계무대 결승서 커제·박정환과 붙고 싶다

신진서 9단(왼쪽)과 이세돌 9단이 GS칼텍스배 결승5번기 최종국을 치른 뒤 승부 과정을 되짚어 보고 있다.

‘한국바둑의 미래가 한국바둑의 전설을 넘어섰다.’

18세의 ‘젊은 피’ 신진서 9단이 35세의 ‘레전드’ 이세돌 9단을 꺾고 GS칼텍스배 첫 우승사냥에 성공했다.

‘21세기 키드’ 신진서 9단은 지난 18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3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결승5번기 최종국에서 이세돌 9단을 백불계승으로 꺾고 종합전적 3-2로 우승을 차지했다. 1승1패씩을 주고받은 끝에 거둔 극적인 승리였다. 백을 쥔 선수가 이기는 ‘백번필승’의 승부이기도 했다.

이번 우승으로 신9단은 입단 후 통산 6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이는 신예들만 참여하는 제한기전도 포함한 것으로, 전체 기사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종합기전에서는 이번이 두 번째 우승이다. 첫 우승은 2015년 12월의 렛츠런파크배였다.

이때부터 신9단은 한국바둑의 ‘될성부른 떡잎’으로 통했다. 당시 15세9개월6일 만의 종합기전 우승은 역대 최연소 2위 기록(1위는 14세11일 만에 KBS바둑왕전에서 우승한 이창호 9단)이었으며, 2000년대생의 종합기전 우승은 세계적으로도 신진서가 처음이었다.

신9단은 이후 2017년에는 20세 이하 세계대회인 제4회 글로비스배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해 메이저 세계대회인 LG배와 백령배에서 4강에 오르는 등 세계무대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랭킹 1위이자 세계1인자로 불리는 박정환 9단의 뒤를 이을 한국바둑의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우승으로 신9단은 세대교체의 속도를 더욱 높이게 됐다. 이세돌 9단은 50차례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한국바둑의 전설. 이번 대회 직전까지 신9단도 이9단에게 3전 전패를 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결승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상대전적에서 3승5패로 간격을 좁혔다.

반면 7·11·17기에 이어 통산 4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이9단은 신9단의 상승세에 막히며 3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9단이 후배기사와의 타이틀전에서 패하기는 박영훈·홍성지·강동윤·박정환·김지석·최철한 9단에 이어 신9단이 7명째다.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신9단은 “결승을 앞두고 승패와 관계없이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두자는 마음을 가졌는데, 최종국까지 가게 돼 욕심이 났고 열심히 뒀다”면서 “이번 GS칼텍스배 우승을 발판으로 세계대회에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세계대회 결승에서 커제 9단이나 박정환 9단과 두어 보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한편 이번 GS칼텍스배 결승 5번기는 신·구를 대표하는 ‘빅 스타’의 맞대결로 팬들의 관심이 모았다. 결승5번기에 앞서 열린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서는 신진서 9단의 승리를 예측하는 바둑팬과 이세돌 9단의 우승을 점치는 바둑팬으로 양분돼 양측이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특히 바둑TV와 네이버TV 생중계에서 평소 같은 시간대 2배 이상의 팬들이 시청하는 등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빅판’에는 자연스레 바둑팬들의 관심과 호응이 쏠린다는 것이 입증된 셈. 결국 이번 결승5번기는 한국바둑 프로대회의 지향점을 보여준 한판 승부였다.

GS칼텍스가 후원하는 GS칼텍스배는 우승상금 7000만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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