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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에를 아는 여자, 기업 얼굴을 바꾸다…조희진 김정문알로에 상품기획팀장

김정문알로에가 달라졌다….

요즘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좀처럼 경쟁사 제품을 칭찬하지 않는 이쪽 업계지만, 김정문알로에가 최근 보여준 혁신에 대해서만큼은 결코 평가에 인색하지 않은 모습이다. 실제로 한 대형 화장품 회사의 홍보팀장은 “김정문알로에처럼 오래된, 그것도 사명에 창업주와 주원료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회사가 이런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모르긴 해도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조직과 이를 지지하는 경영진의 노력이 잘 어울렸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문알로에는 지난해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선보인 차세대 큐어크림을 비롯해 알로에를 활용한 다양한 ‘화장품’을 출시했다. 몇몇 홈쇼핑을 통해 선보인 이 제품들은 브랜드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갖고 있던 소비자들에 의해 곧 품절 사태를 겪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상당한 노력에도 제품 하나를 시장에 안착시키기 어려운 화장품 업계에서 순식간에 수십억원 어치의 제품을 판매한 김정문알로에가 눈에 띄었던 것은 당연했던 것. ‘뷰티기업’으로 거듭 난 김정문알로에를 찾아 그 비결을 직접 들어봤다.

조희진 김정문알로에 상품기획팀장이 3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김정문알로에 본사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충진 기자 hot@khan.kr

지난 3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김정문알로에 본사에서 만난 조희진 상품기획팀장(39)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그는 1975년 첫 제품을 출시한 뒤 벌써 40년을 훌쩍 넘긴 김정문알로에에 젊은 감성을 더한 장본인이다. 2004년 한 화장품 회사의 상품기획팀에 근무하며 알로에를 활용한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는 등 ‘내공’을 쌓아 온 그는 이후 중국의 대형 화장품회사로 스카웃돼 글로벌 제품 개발에 앞장섰다.

‘잘나가던’ 그가 김정문알로에에 합류한 것은 지난해 초. 화학을 전공해 원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특히 알로에 관련 제품 개발에 대한 의지가 컸던 그에게 김정문알로에는 더 없이 좋은 일터였다.

“소비자로서, 또 경쟁사의 직원으로서 김정문알로에는 늘 관심의 대상이었어요. 사실 직업으로서의 관심 외에도 어렸을 때, 또 제가 결혼해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사용했던 제품들이라 더 친숙하기도 했죠. 그러던 중 알로에 화장품 개발이라는 거절하기 힘든 제의를 받게 됐죠.”

그의 합류 이후 조직에 ‘새 바람’이 일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조 팀장의 알로에에 대한 애정과 지식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어 보였다.

“알로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장품 원료 중 하나에요.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알로에는 성경에도 치료제로 등장할 뿐 아니라 미모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 클레오파트라가 화장품으로 사용했다는 문헌이 발견될 정도로 다른 소재에서는 찾기 힘든, 뛰어난 진정·보습효과를 가진 최적의 화장품 원료에요.”

조희진 김정문알로에 상품기획팀장. /이충진 기자 hot@khan.kr

이같은 알로에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는 입사 직후부터 기존 제품을 ‘화장품’으로 바꾸기 위해 주력했다.

“기존의 큐어크림이 워낙 오래된 제품인데다 방문판매로만 유통됐던 제품이었기 때문에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품에 대한 리서치를 하다보니 20~30대의 많은 젊은 소비자들이 이미 큐어크림을 알고 있었어요. 30여년동안 이어진 방문판매를 통해 할머니가 엄마한테 발라주고 엄마는 딸에게 발라줬던 기억이 있었던 거죠. 실제 제품 판매 데이터에서도 젊은 소비자들의 구입율이 높았어요. 젊은층 공략을 위해 ‘김정문알로에’와는 별도의 새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 또한 필요없는 것이 됐죠. 다만 젊은 세대에게 더욱 다가설 수 있는 작지만 다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죠.”

조 팀장은 곧 개발을 시작해 흡사 바르는 연고처럼 느껴졌던 무거운 사용감을 보다 가볍게 바꿨고 용기 디자인도 최신 트렌드에 맞춰 개선했다. 이렇게 ‘큐어 에센셜 크림’이 탄생했다.

결과는 ‘대박’.

출시 6개월만에 누적판매량 30만개를 돌파하며 약 40억원(판매가 기준)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판매 없이 홈쇼핑 단 몇 회로 얻은 성과다. 일반적으로 회당 2~3만개를 판매했을 때를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화장품 업계에서 이것저것 사은품 없이 단일제품으로 이 같은 매출을 내는 경우는 ‘대박’을 넘어서는 결과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3월 첫 선을 보인 조 팀장의 두 번째 작품, 큐어 선스틱 또한 출시 2개월 만에 약 24만개, 매출액 30억원(판매가 기준)을 가뿐히 넘겼다.

“원료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단순한 광고 효과가 아닌 회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이 컸다고 생각해요.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개발이 가능했던 것 또한 이미 알로에에 대한 수 많은 연구가 축적된 회사였기 때문에 가능했죠. 특히 선스틱 개발은 회사가 가진 노우하우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거에요. 초기 성분 밸런스를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어요. 알로에가 가진 우수한 성분을 최대치로 넣으면 제형이 무너지고 발림성을 만족시키기면서 제형을 유지하려면 함량을 줄여야 했기 때문이죠. 진짜 아무나 못 하는 거에요. (웃음)”

조희진 김정문알로에 상품기획팀장과 그의 두 번째 작품 ‘큐어 선스틱’. /이충진 기자 hot@khan.kr

하지만 이 같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회사 내부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기존에 잘 만들어왔던 제품군을 중심으로 서서히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심지어 선스틱이 뭔지 모르는 분들도 계셨죠. 건강기능식품이 주력인 회사였기 때문에 제품의 효능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새로운 시장에 맞는 디자인과 사용감에 대해 우려가 크셨던 것 같아요. 또 카운셀러(방문판매 사원)들도 반대가 많으셨어요. 좋은 제품으로 믿음을 드리는 수 밖에 없었죠. 이 또한 저희에게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야만 하는 ‘기쁜’ 계기가 됐죠.”

그에게는 꿈이 있다고 했다.

“‘원조 슈퍼푸드’ 알로에를 트렌디한 화장품으로 탈바꿈 시키고 싶습니다. 저희는 제주도에서 직접 알로에를 재배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대형 알로에 업체 중에서는 유일하죠. 제조 공장 또한 농장 바로 옆에 있어 갓 제배한 3년근 생알로에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어요. 수입분말을 사용하는 다른 회사 제품하고는 전혀 다르죠. 핵심은 알로에수에요. 알로에에서 나오는 수분이요. 알로에수를 확보할 수 있는 회사는 정말 많지 않거든요. 화장품의 90%는 물로 이뤄져요. 저희는 이를 이용해 ‘아주 좋은’ 화장품을 개발할 수 있어요. 저의 이 믿음을 소비자들에게도 꼭 전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김정문알로에는 올 시즌 전속모델로 배우 이민정을 최근 발탁했다. 소비자에게 ‘뷰티기업’ 김정문알로에를 알리기 위해서다. 김정문알로에 제공

■김정문알로에는?

1975년 국내 최초로 알로에 아보레센스를 보급한 故 김정문 창업주가 세운 알로에 전문 기업이다. 이후 법인체제로 전환하며 건강기능식품업계 최초로 ISO9001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 국내 기업 중 알로에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 하는 등 알로에 전문 기업으로서 확고한 입지를 갖고 있다. 2015년에는 알로에 농장이 집결한 제주도로 공장을 이전해 6시간 안에 생알로에 가공을 마치고 제품을 완성하는 원스톱 공정시스템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방문판매 중심의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 홈쇼핑·온라인 등으로 유통경로를 확대하고 썬크림을 비롯해 보습크림, 알로에 음료 등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이 쉽게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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