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의 달인’ 김벌래(본명 김평호)씨가 2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김벌래씨의 아들 아들 태근 씨는 22일 연합뉴스에 “최근에는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쉬고 계셨다”며 노환으로 별세하셨다고 전했다.
김벌래씨는 콜라 광고에서 병 따는 소리로 백지 수표를 받았다는 일화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반대를 무릅쓰고 다듬이 소리를 틀어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일로 유명하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병뚜껑 따는 효과음을 만들어 말로만 듣던 백지수표를 받았다”면서 “당시 집 한 채 가격을 적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시면 상쾌하고, 기분 좋은 소리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그냥 맥주병이나 소주병을 따서는 안 됐고, 고무풍선을 터뜨려 비슷한 소리를 냈다. 풍선은 재질이 약해 콘돔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1962년 동아방송에 입사하면서 음향 일을 맡게 됐으며 1970∼1980년대 여러 광고에서 다양한 소리를 선보였다.
만화영화 <로봇 태권브이>의 음향작업을 담당했으며,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월드컵 및 대전엑스포 등 여러 대형 이벤트에서 사운드 연출과 제작을 맡았다. 2007년에는 저서 <제목을 못 정한 책>을 내고 학벌 사회에 대한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고인의 예명 ‘벌래’는 연극판을 누빌 때 연극인 고(故) 이해랑이 붙여준 별명 ‘벌레’를 ‘벌래’로 고친 것이다.
고인은 홍익대 광고홍보학부 겸직교수를 맡는 등 20년 가까이 강단에 서기도 했다.
빈소는 21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23일 오전 8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