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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6차례 실험 끝 역사 속으로

북측이 ‘북부 지하 핵시험장’이라고 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이 폐쇄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부 지하 핵시험장’이라는 용어는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단행과 관련한 조선중앙통신사 보도에 처음 등장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핵실험장의 북한식 표현이다.

정부와 국내 언론은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부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지명을 따 이곳을 줄곧 ‘풍계리 핵실험장’이라고 불렀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 5월 25일, 2013년 2월 12일, 2016년 1월 6일과 9월 9일, 2017년 9월 3일 등 모두 6번에 걸쳐 북한의 핵실험이 이뤄졌다.

23일(미국시각) 디지털글로브가 제공한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해실험장 전경. AP연합뉴스

핵실험이 이뤄질 때마다 남한은 물론 주변국들과 국제사회는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다. 그만큼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 핵 시설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영변 핵 단지와 더불어 북한의 핵 억제력 개발의 상징적인 장소라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풍계리는 해발 2205m의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 학무산, 연두봉 등 해발 1천m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국내외 정보당국과 북한 연구자들은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사전에 감지하기 위해 위성사진 등을 이용해 이 지역을 면밀히 주시했다. 전문가들은 암반 대부분이 화강암으로 이뤄져 핵실험 이후 발생하는 각종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아 핵실험 장소로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평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양강도 백암군과 함경북도 명간군 사이에 있는 만탑산 계곡에 위치한다. 함경북도 길주군 시내에서는 약 42㎞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핵폭발이 이뤄지는 지하 갱도는 방사성 물질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여러 갈래로 뻗은 달팽이관 모양으로 건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달팽이관 모양의 가장 안쪽에 설치된 핵폭발 장치를 터트리면 가스나 잔해가 갱도를 따라 급속히 퍼지는데 이를 차단하기 위해 두꺼운 격벽과 여러 겹의 차단문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실험장의 갱도 입구는 총 4개다. 동쪽에 있는 1번 갱도는 북한의 첫 핵실험 당시 사용됐으나 방사능 오염으로 폐쇄됐다. 북서쪽에 있는 2번 갱도는 북한이 2∼6차 핵실험을 진행한 곳이다.

2번 갱도에서 남쪽으로 150m가량 떨어진 4번 갱도는 북한이 4∼5차 핵실험 준비 중에 굴착을 중단했다가 작년 10월부터 굴착을 재개했다. 가장 남쪽에 있는 3번 갱도는 북한이 2012년 3월 굴착을 완료한 뒤 현재까지 유지·관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보안을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 지역의 주민을 다른 지역으로 소개(疏開)하고, 상시 경비로 이 지역에 대한 출입을 통제했다. 특히, 6차례 핵실험으로 풍계리 주변은 방사성 물질로 크게 오염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달 21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결정서를 통해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24일 남한을 비롯한 5개국 취재진을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초청해 폐기행사를 진행했다.

장철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풍계리 핵실험장은 그동안 북한의 핵 고도화 능력이 표출된 장소”라며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의 미래 핵 능력이 매몰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상징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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