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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년차 아기곰’ 박치국의 필승조 성장기 “매일매일이 재미있어요”

두산 박치국. 두산 베어스 제공

박치국(20·두산)은 지난해 두산과 KIA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돼있었다. 고졸신인임에도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설렘으로 시작했던 지난 가을의 기억은 정작 한 번도 던지지 못하면서 아쉬움으로 마무리됐다.

불과 몇 달이 지난 지금, 박치국은 두산의 필승계투조가 돼있다. 불펜의 중심으로서 두산의 올시즌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개막 이후 꾸준히 1위를 지키고 있는 두산 김태형 감독은 “공백이 생길 때마다 부분별로 선수들이 잘 메워준 것이 가장 큰 힘이었다”고 말했다. 그 시작은 불펜이었다. 마무리 김강률이 부진으로 2군에 가고 베테랑 이현승이 다친 데다 선발 이용찬이 부상당해 이영하가 선발로 이동하면서 초반 두산 불펜은 사실상 막내들이 지켰다. 함덕주가 마무리로 가고 1·2년차 곽빈과 박치국이 중간을 맡았다. 거듭되는 연투 속에서도 위기를 넘겨냈던 막내들의 활약은 형들이 돌아와 불펜이 정상화 될 때까지 두산이 고비를 넘길 수 있게 한 가장 큰 힘이었다. 그 중 박치국은 기대를 훨씬 뛰어넘은 모습으로 존재감을 보이면서 불펜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박치국이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힘은 두 가지, 묵직한 직구와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다.

지난해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2차 1순위 지명돼 두산에 입단한 박치국은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프로야구 1차 수업을 거쳤다. 기록상 큰 성과는 없었지만 눈에 띄는 신인이었다. 박치국은 직구 투수다. 직구와 커브를 던지지만 아직 변화구 제구가 완전치 못해 거의 직구만 던진다. 최고시속 140㎞ 중반대인 직구만 던지는데도 승부가 되는 것은 볼끝이 좋기 때문이다. 이 장점을 살리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사이드암 투수들의 롤모델인 이강철 수석코치의 집중 조련을 받았다.

박치국은 “지난해에는 스트라이크를 잡아야된다는 생각에 안 맞기 위해 낮게만 던졌다. 그런데 코치님께서 사이드암은 높게 던지면 오히려 떠오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높게도 던지고, 좌우로, 대각선으로도 생각하고 던지라고 하셨다”며 “그래서 직구를 여러 코스로 던지는 연습에 집중했고 개막한 뒤 배운대로만 하고 있는데 정말 신기하다. 높게 던지는데 맞지도 않고 타자가 헛스윙을 하니 매일 경기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볼끝 좋은 직구를 스트라이크존 내에서 모두 던질 수 있게 된 박치국은 사실상 직구 승부만으로도 올시즌 28경기에서 1승(2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 2.86을 기록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가장 칭찬하는 것은 박치국의 표정이다. 마운드 밖에서는 항상 밝은 표정이고, 마운드 위에서는 한결같은 표정이다. 좋은 중간 계투로서 꼭 갖춰야 할 강점이다.

맞아도 흔들림 없이 보이는 강심장의 비결에 대해 박치국은 “마운드에 올라갈 때는 머릿속을 텅 비우고 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치국은 “안타를 맞으면 물론 아쉽기는 하지만 경기를 하면서 투수인 나만 잘 던질 수는 없는 일이다. 타자들도 잘 쳐야 하는 사람들이다”며 “게다가 나는 아직 어려서 전부 나보다 경력 많은 타자들이라 맞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그냥 ‘맞았나보다’ 생각하고 만다. 그래서 표정 변화가 없다고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5월까지 두 달을 잘 달려왔지만 박치국은 지난 날보다 앞으로 올 날을 더 염두에 두고 있다. 박치국은 “지금은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다 분석되면 내게도 한계가 올 것이다. 더 완벽하게 변화구를 장착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스트라이크가 들어가야 승부 되니까 직구에 집중해왔지만 커브를 연마하고 있다. 많이 많이 던져봐서 변화구도 (제구의) 완벽한 포인트를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소박하게도 “끝까지 1군에 있는 것”을 올해 목표로 삼고 있는 박치국은 한 가지 작은 소망을 더 키우고 있다. ‘2년차 아기곰’ 박치국은 “올해는 한국시리즈에서 꼭 던져보고 싶다. 중요한 상황에 등판해서 잘 막아내고 싶다”며 1위 팀 두산 필승계투조로 무럭무럭 성장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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