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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돋보기]해리 케인이 전설을 만났을 때

여기 오래된 사진이 있다. 젊은 데이비드 베컴이 보이고, 그 앞에 수줍은 웃음을 짓고 있는 까까머리 소년이 있다. 베컴과 사진을 찍는 게 얼마나 꿈만 같은지 소년의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 까까머리 소년이 다음 달 러시아 월드컵에서 주장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게 된 해리 케인이다.

해리 케인(오른쪽 두번째)이 12살 때 데이비드 베컴과 함께 찍은 사진.‘더 선’·오마리스타 트위터 제공

베컴은 늘 케인의 우상이었다. 같은 동네,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고, 런던 북동부의 칭포드 파운데이션 스쿨과 리지웨이 로버스라는 지역 유스팀에서 축구를 한 것도 똑같다. 칭포드 파운데이션 스쿨에는 베컴의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과 케인의 21세 이하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이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다. 월드컵 대표팀 주장을 맡은 것도 공통점. 마치 케인이 베컴의 발자취를 똑같이 되풀이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잉글랜드의 월드컵과 관련해 케인의 기억 속에 최고의 장면으로 남아 있는 것도 베컴이다. 베컴은 2002년 한·일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조별예선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1-0 승리를 이끌었다. 마이클 오언이 페널티킥을 유도했는데 그때 오언에게 반칙한 선수가 공교롭게도 현 토트넘 감독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다.

케인은 2005년 베컴이 런던 그리니치에서 축구 아카데미를 열자 1기생으로 참가했다. 우상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간 것이다.

케인은 “그는 위대한 선수였고, 그와 같은 사람들을 보는 것은 당신을 더 나은 사람과 더 나은 선수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인은 최근 대표팀 주장으로 선임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베컴 같은 리더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베컴에게도 앞서 스타의 꿈을 키워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보비 찰튼이었다. 베컴의 인스타그램에는 1986년 베컴이 찰튼과 만나 악수를 나누는 사진이 있다. 그때 베컴의 나이 11살. 찰튼과의 만남은 베컴에게 성공의 열망과 꿈, 용기, 열정을 심어줬을 게 틀림없다. 찰튼에서 베컴으로, 베컴에서 다시 케인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의 ‘전등’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잉글랜드의 전설 보비 찰튼과 악수를 나누는 데이비드 베컴. 11살 때 사진이다.베컴 인스타그램 제공
앙리와 음바페.음바페 트위터 제공

30일 영국 일간 ‘더선’에 따르면 어릴 때 전설을 만나 꿈을 키우고, 성공 반열에 오른 선수는 케인과 베컴만이 아니다.

유럽 최고의 재능으로 각광받고 있는 킬리안 음바페에게는 어릴 때 찍은 두 장의 사진이 있다. 하나는 앙리, 다른 하나는 호날두와 함께한 사진이다. 음바페는 자신의 방 벽에 호날두의 브로마이드를 걸어둘 정도로 광팬이었다. 앙리와 찍은 것은 더 어렸을 때인데 그때 벌써 현재와 미래의 레전드가 연결돼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신기한 느낌이 들 정도다.

호날두는 제시 린가드에게도 영감의 원천이었다. 호날두는 2003년 맨유에 입단하고 얼마 안 있어 유소년들을 대상으로 특유의 발기술 시범을 보인 적이 있다. 그 중 한 명이 린가드였다. 이후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와 함께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는 대스타로 발돋움했고, 린가드도 지난 시즌부터 맨유의 주축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린가드는 “호날두는 늘 나의 롤모델이었다”고 말했다.

네이마르 역시 브라질의 전설 호나우두와 찍은 사진을 남겼다. 호나우두가 2002년 월드컵에서 그랬던 것처럼 네이마르도 러시아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6번째 우승을 꿈꾸고 있다. 모두가 꿈을 키워가는 데 롤모델들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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