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재판을 한 차례 연기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두 번째 공판에서 차명재산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자신의 뇌물과 횡령 혐의 재판에서 차명 재산으로 의심받고 있는 ‘도곡동 땅’에 투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번에 문제가 되고 나서 살펴봤더니 그 땅이 현대가 갖고 있던 체육관 경계선과 붙어있는 땅이란 걸 알게 됐다”며 “제가 그래도 현대에서 7∼8개 회사 대표를 맡고 있고, 정주영 회장 신임을 받고 일을 하는데 어디 땅 살 데가 없어서 현대 체육관 담벼락에 붙은 땅을 샀겠느냐”고 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대에 있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압구정이나 강남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서 (땅을 매입한다면)더 좋은 데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 재임 중에 내가 개인적으로 땅을 산 건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또 다스 협력업체 노조갈등 당시 울산공장에 내려가 회의에 참석한 적 있는지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도 “그런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성우 전 다스 대표 등이 서울에 있는 자신을 찾아와 수시로 보고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선 “날 만나러 간다 하고 오는지 모르지만, 제 앞에서 고개를 들고 이야기 할 입장이 못 된다”고 했다.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판 도중 재판부가 몸 상태를 물어보자 “나의 건강 상태를 지금도 그렇고 평생 숨기고 살았다”며 “교도소에 오니까 감출 수 없게 됐다. 교도소에서 걱정을 해서 위에 보고를 하고 진찰을 받고 치료를 받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저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치료를 받으며 재판에 나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권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치료를 받으러 나오면 특별대우했다는 여론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두 달 간은 잠을 안 자도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며 “걱정을 많이 하긴 하지만 (재판)기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