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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애·김성신의 북톡카톡] 숲의 눈으로 인간을 본 <숲은 생각한다>

intro

‘북톡카톡 시즌2’의 히로인 홍선애. 그녀의 직업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다. 경제와 건강, 그리고 교양 분야가 그녀의 전문영역이다. 방송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카메라 앵글 밖에서의 홍선애는 어처구니없을 만큼의 고지식함과 독서에 관한 한 가장 순수한 열정을 가진, 조금 엉뚱한 청춘이기도 하다. 톡방의 주인장 김성신의 직업은 출판평론가다. 방송과 강연, 집필 등 온갖 수단을 통해 책의 흥미로움을 세상에 전하고 있다. 그는 늘 재미를 찾는다. 책에 관한 격 없는 수다를 서평으로 기록해 보자는 ‘북톡카톡’ 칼럼도 그의 아이디어다. 책읽기가 연애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아가씨 홍선애. 꽃중년을 자처하는 수다쟁이 아저씨 김성신. 두 사람의 즐거운 책 수다, 북톡카톡 백여섯 번째 이야기는 <숲은 생각한다>(에두아르도 콘 지음 / 차은정 옮김 / 사월의책)이다.

성신:투표했나?

선애:아직요. 전 본 투표일에 할 예정입니다.

성신:난 일찌감치 사전투표를 하고 SNS에 인증샷을 올리면서 이렇게 적었지!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할걸….”

선애:ㅋㅋㅋㅋㅋ 잘하셨어요~

성신:난 사전투표율이 20%가 넘을 거라고 미리 예견하고 아내와 내기를 했는데… 만원 땄다!

선애:20%에서 딱 0.1% 넘었더라고요. 뿌듯하게도^^

성신:난 말이야. 가끔 숫자에도 영혼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

선애:숫자에 영혼이라… 애니미즘의 한 종류인가요? 그럼 넘버리즘? ㅎㅎ

성신:숫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회적 현상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신호랄까? 메시지랄까?

선애:맞아요. 지금 같은 선거 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죠.

성신:숫자가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의미가 있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바로 그런 국면이 있거든.

선애:그러면 20.1%라는 이번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이 말하는 것은?

성신:‘응 그래! 파랑 머리로 염색해!’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아? ㅎㅎ

선애:듣고 보니 그러네요.ㅎㅎ

성신:아무튼 동물이나 식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었던, 옛날옛적 애니미즘의 현대적 발현이랄까… 나는 요즘 통계와 숫자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어.

선애:또 무슨 책을 읽으셨기에 그런 오묘한 생각을? ㅎㅎㅎ

성신:응! 아주 인상적인 책이 있는데… 에두아르도 콘이라는 인류학자가 쓴 <숲은 생각한다>.

선애:왜 <숲‘을’ 생각한다>가 아니라 <숲‘은’ 생각한다>일까요? 제목부터 교묘한 것이 심상치 않네요.

성신:목적격조사가 아니라 주격조사가 쓰인 것을 발견했군! 역시 예리해!

선애:^^ 어떤 내용의 책인가요?

성신:묘한 지점에 있는 책이야. 기본적으로는 생태학을 다루는 자연과학 분야인데, 매우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 그렇게 보면 인문학서!

선애:고전으로 남은 과학 책들은 대개 철학적이기도 하잖아요. 굉장히 기대가 되는데요.

성신:그렇지. 이 책도 바로 그래. 인류의 보편적 인식의 근본을 뒤흔드는 아주 놀라운 이야기가 들어 있어!

선애:인류의 보편적 인식의 근본을 뒤흔드는 아주 놀라운 이야기라!

성신:책을 펼치자마자 ‘재규어인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선애:재규어인간? 늑대인간 같은 건가요? 실존한다고요?

성신:저자가 젊은 시절이었던 1980년대 후반, 생태학 연구를 위해 에콰도르의 아마존 숲속 마을에 들어갔는데, 그 마을 샤먼들로부터 아주 기묘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해. 주변 숲에 재규어인간이 출몰하니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어.

선애:오호~

성신:일종의 늑대인간 같은 존재인데, 사람에서 재규어로 변신해 가축이나 인간을 습격한다는 거야. 어때 재미있지?

선애:재규어 인간이 진짜 있었나요?

성신:진짜 있었어!

선애:어머나 세상에! 어떻게 된 일이죠? 무슨 동화 같아요.

성신:아니! 분명히 과학책이야! 이제 설명해줄게.

선애:흥미진진~

성신:아마존 숲 속에서 재규어와 마주쳤을 때, 재규어가 우리를 자신과 같은 포식자로 보느냐, 아니면 피식자, 즉 먹잇감으로 보는가 하는 것은, 인간의 입장에서는 생사를 가르는 중대한 문제가 되지.

선애:그렇겠죠.

성신:자, 그럼 여기서 돌발퀴즈! 이런 상황에서 선애라면 생존을 위해 어떤 행위를 해야 할까?

선애:흠… 냅다 뛴다?

성신:ㅎㅎㅎ 그건 가장 나쁜 방법! 나는 사냥감이니 나를 잡아먹으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똑같은 거지.

선애:그도 그러네요. 그럼 같이 으르렁거려요?

성신:빙고! 그게 답이야! 재규어에게 ‘난 너와 같은 재규어야! 우린 동료야!’ 이런 시그널을 보내고 이걸 재규어가 알아들으면 선애는 안전해진다는 것이지.

선애:와… 진짜 선택하기 쉽지 않은 방법이네요. ‘생즉사사즉생’인가요?

성신:맞아! 쉽지 않지! 인간이 어떻게 순식간에 재규어처럼 행동할 수 있겠어!

선애:맞아요.

성신:그런데 그 아마존 밀림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재규어와 일상적으로 만나게 돼 있잖아. 삶의 터전이 같으니까 말이야.

선애:아! 재규어인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제 이해했어요. 인간이 스스로 재규어가 돼 재규어와 소통하는 법을 찾아낸 거네요.

성신:비유하자면 ‘메소드 연기의 일상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배우가 극중 배역에 몰입해 그 인물 자체가 돼 연기하는 것을 ‘메소드 연기’라고 하잖아? 그런데 아마존 숲속 사람들은 영화를 찍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재규어와 함께 평생 살아야 하니까.

선애:메소드 연기의 개념을 극단적으로 확장시켜서 존재성 자체를 바꾸는 방법을 강구했다?

성신:그렇지!

선애:무지 흥미롭네요.

성신:생각해 보면 아주 예외적인 일도 아니야! 반려동물을 집에서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이걸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선애:그런가요?

성신:우리는 반려동물을 길들인다고 말하지만, 오래 키우다 보면 알게 되지. 일방적으로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상호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선애:인간이 개나 고양이가 되는 건가요?

성신:말하자면 그런 거지. 그러면 서로 거의 불편 없이,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거든.

선애: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없다고. 저는 그게 동물을 의인화하는 인간의 장난스러운 행동인 줄 알았더니, 진짜로 대화를 하는 거였네요.

성신:그렇지! 아무튼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아마존 밀림에서는 이 같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거야.

선애:서로 다른 종들이 의미 있는 대화를 한다?

성신:이 책에 따르면, 단지 인간의 언어만 사용하지 않을 뿐이지, 온갖 동식물들이 모두 각자 의미를 만들고 메시지를 만들며, 그것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해.

선애:굉장한 이야기네요.

성신: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니, 더 놀랍고도 신기하지.

선애:보석 같은 책을 발견하셨네요. 애니미즘이 원시종교가 아니라 현실이었다니요.

성신:그런데 이 책의 통찰력이 더욱 빛나는 부분은, 그런 신기함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에 있어!

선애:어떻게 또 확장되나요?

성신:저자가 생태학을 연구했지만 원래는 인류학자라고 했잖아!

선애:그렇죠. 인류학자로서의 해석은 또 어떻게 해요?

성신:이런 현상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 바로 그것을 이야기 하지.

선애:어떤 의미가 있는데요?

성신:저자의 결론은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야!

선애:아! 인간만이 감정을 가지고, 인간만이 생각하고, 인간만이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는 과학적 증거가 있으니, 이제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이게 책의 결론이군요.

성신:엄청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거지.

선애:이제 주변에서 동식물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분들이 있으면, 이상한 눈빛을 거두고 응원해야겠네요. ㅎㅎㅎ

성신:선애도 한번 해봐!

선애:재규어를 만났을 때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필요하겠어요!

성신:하하하. 강아지도 무서워 못 만지는 선애가 제 발로 아마존 숲속에 들어가서 재규어와 혼자 마주칠 확률은….

선애:그 확률 얼마나 될까요?

성신: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과 만나서 고스톱을 칠 수 있는 확률?

선애:ㅋㅋㅋㅋ

성신:그러니 그보다는…

선애:그보다는?

성신:선애는 눈이 크잖아?

선애:ㅎㅎㅎㅎㅎ네. 크죠.

성신:일단 부엉이에게 말을 붙여봐! 분명 잘 통할 거야!

선애:푸하하핫. 서로 똑같은 눈을 가지고 있어서요?

성신:부엉이하고 친해지면 쥐도 선물 받고 좋겠네!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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