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강주일의 다욧일기] 다이어트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꼰대 #만나면_도망쳐”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인터넷 서칭을 하고 있었는데(이거슨 나의 일) 저 문구를 보고 갑자기 ‘움찔’하는 마음이 들었다.

3주 전 입사한 신입 부원이 며칠 전 부터 안색이 좋지 않은 걸 보며 “운동하라”며 몸평(몸매 평가)과 함께 잔소리를 퍼 부은 것이 마음에 걸려서였는데, 그 친구는 착하게도 내 조언을 따라 다음 날 폼롤러를 구입했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난 어느새 ‘다이어트 꼰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난 또 거기다 대고 “폼 롤러는 어떤 걸 구입했니? 저가? 중저가? 고가? 중국산 저가를 구입하면 탄성이 떨어지고 금새 부스러기 떨어져서 안된다, 중저가보다 살짝 비싼 걸 사용해야 좋다, 밥 먹을 때 식탁에 놓고 발 바닥에 놓고 굴려라…내가 피트니스 전문 기자 잖니”라는 등의 폭풍 잔소리를 또 늘어놓고야 말았다.

뒤 돌아서며 “내가 언제부터 운동에 할 말이 많은 사람이 됐지?” 하며 얼굴이 빨개졌다. 운동은 ‘ㅇ’도 관심 없던 내가, 끈기도 없이 이 운동 저 운동을 전전하다 최근 들어서야 축 늘어진 뱃살과 오랜만에 만난 사람은 알아보지도 못하는 뒤태, 이젠 맞지 않는 옷들, 여기저기 빨간 불이 들어온 건강 수치 등에 놀라 운동을 시작한 내가 말이다.

하지만그 후배는 초콜릿과 젤리 등을 입에 달고 살며, 투 샷 커피를 즐겼는데 초코 아이스크림과 에스프레소를 애정하던 나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았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 아이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지, 마른 몸인데도 하체가 상체에 비해 통통하고 얼굴은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혈색이 좋지 않고 피부도 트러블이 있었다. 또 타고난 좁은 어깨 였는데 운동을 해서 일자 어깨를 만들면 가는 목과 갸름한 턱선이 더 돋보이면서 얼굴도 작아보이고 훨씬 예뻐질 것 같았다.

맞다. 근데 이건 내가 아무리 얘기해도 본인은 모르는거다. 그가 내게 조언을 구하지 않았지 않은가. 나도 과거에는 내가 그런 줄 몰랐다. 주변 사람들이 “주일아 너 술 조금만 먹고 그 시간에 나랑 같이 필라테스 다닐래”라던 진심어린 말들이 전혀 들리지 않았던 것 처럼 말이다.

우리 이제 이렇게 함께 예쁘고 건강하게 늙어가자.

약 7~8년 전 요가에 푹 빠졌을 때 ‘요가 전도사’가 된 적이 있었다. 그 땐 내 뒤태가 조금 예뻐보였는지 몇 몇이 “무슨 운동 하냐”고 물었던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지금의 내 모습은 말만 ‘피트니스 전문기자’지 누구에게 조언을 할 처지는 아니다. (아직도 체지방이 보통 이상…미안하다 후배야ㅠ)

말 뿐인 ‘다이어트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더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에게 내가 먼저 “야 너 관리해야 겠다, 우리 이제 나이들면…”이라며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들지 말고, 그 사람에 먼저 내게 “어떻게 관리하길래?” 라며 다이어트 노하우를 묻는 그 날이 오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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