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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경단녀’ 류주혜 “‘20세기 작가’는 연극판 ‘나의 아저씨’…‘찌질’ 극복 위해 연극 도전”

‘터닝포인트’라 쓰고 ‘용기’라고 읽는다. 한 주부의 연기 도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문학소녀’를 꿈꾸던 젊은 날의 초상에 아련해 지는 중년은, 누구랄 것없이 꿈꿀 뿐 나서지 못한다. 그것이 배우라면 더더욱. 하지만 이 낙타 구멍 통과의 도전에 한 발 내딛은 대기만성형 배우가 있다. 류주혜가 그다. 젊은 그는 ‘연기’를 전공은 했지만, 연기보다 방송 진행에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꿈보다 현실에 빠져 배우가 아닌 ‘현실’ 아내이자 엄마로 20여년을 보냈다. 그런 그가 ‘경단녀’의 벽을 넘어 연극무대에 올랐다. 대학로 후암스튜디오에서 내달 7일까지 펼쳐지는 연극 <20세기 작가>의 주연으로 더블 캐스팅됐다. 지난 18일 첫 무대에 선 그의 떨리는 데뷔 무대를 전한다.

배우 류주혜.

- 이번 공연에 대해 설명해 달라. 어떤 캐릭터를 맡았나, 이번 공연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20세기 작가>에서 작가 역을 맡았다. 배경은 2016년이다. 왕년에 잘나가던 오현리는 1990년 대엔 유명 드라마 작가였다. 하지만 그 역시 한 때였다. 현재는 오수정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며 시청률 0.0%를 찍는 ‘능력0’의 케이블 예능작가다. 해도 해도 안되는 감 떨어지는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예능으로 제작하라는 제안을 받고, 돈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것을 수락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뤘다. 한마디로 대중의 인기에 좌지우지되는 드라마 작가의 몰락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자한 작품이다.”

연극 ‘20세기 작가’의 한 장면. 사진 오른 쪽이 배우 류주혜.

- 연극 무대에 선 것이 오랜만이라고 알고 있다. 무대에 선 계기는 무엇인가

“연기 전공을 했지만 졸업후 방송만 하다가 결혼과 동시에 모든것을 내려 놓고 살았다. 무대에는 25년만에 선다. 3년전 모교(중앙대 연극영화과)의 학과 동문회 부회장직을 맡았다. 연극계 선·후배들과 교류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그런 와중에 요즘 대학로에서 ‘핫’한 차현석 연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두 달여의 연습기간을 거쳐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배우 류주혜.

- 오랜만의 무대라 여러가지로 어려운 점이 있었을 듯 싶다. 어떤 것들을 극복했나?

“똘망똘망한 시절은 분명 지났다. 가장 힘들었던 것이 대사를 외우는것이다. 어렵더라.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내 욕심과 관객의 기대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다. 무대를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오랜 세월의 공백이 있는 상태에서, 관객을 만날수 있을만큼의 역량이 내 자신에게 남아있는가가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공연은 관객이 없이는 안되는 예술이기에 관객에 대한 최소한의 예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배우 류주혜가 주연으로 더블 캐스팅된 연극 <20세기 작가>의 포스터.

- 앞으로 연기는 계속할 생각인가?

“기회가 주어지면 계속 할것이다. 무대의 매력에 푹 빠졌던 두 달이었다. 30년전 처음 무대에 섰을때의 감동과 열정을 다시 깨울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 류주혜 배우에게 연극이란 무엇인가?

“내게 연극이란 숨이다. 그동안 불편함없이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무대에 다시 서고 관객을 만나고 나니 비로소 숨을 쉴 수 있더라.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진정한 숨을 쉴 수 있어 좋았다.”

-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연극 희망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모해선 안되겠지만 경력 단절의 세월을 무서워하지 말기를 바란다. 연기를 하고 무대를 사랑했던 그시절이 있었다면, 어릴 때 배운 수영을 몇십년이 지나서도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내 깊숙한곳에서 아직 숨쉬고 있는 무대위에서의 나와 만날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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