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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오늘밤, 로맨스 극장에서’ 오글거려도 참을 수 있다면

■편파적인 한줄평 : 사카구치 켄타로만 보기엔, 109분이 너무 길다.

일본 영화 한 편이 국내 극장가에 도전장을 내민다. 타케우치 히데키 감독의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다. 국내 로맨스물 마니아들을 섭렵하겠다는 의지인지, 주연을 맡은 사카구치 켄타로까지 내한하며 홍보에 힘을 실었다.

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공식포스터, 사진제공 엔케이컨텐츠

그러나 양국간 정서적 차이인 걸까, 아니면 작품의 한계인 걸까. 이 영화는 뻔한 전개, 상투적 캐릭터, 손발이 오그라지는 설정들로 러닝타임 109분을 가득 채워, 순수한 사랑에 대한 메시지마저 겨우 받아들이게 한다. 사카구치 켄타로의 내한이 무색할 정도다.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켄지’(사카구치 켄타로)가 현실로 튀어나온 흑백 고전 영화 속 ‘미유키’(아야세 하루카) 공주와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다. 순수 청년 ‘켄지’와 말괄량이 공주 ‘미유키’가 신분, 피부색, 시공간을 초월하며 로맨스를 펼친다.

작품 속 ‘영화 속 인물과 실제 로맨스에 빠진다’는 설정은 꽤 신선하다. 특히 어릴 적 한번쯤은 꿈꿔봤을 법한 왕자나 공주와 연애는 보는 이의 향수를 자아내기 딱 좋다.

그러나 이를 스크린 위에 재현하는 과정에서 감독은 센스를 발휘하지 못했다. 오프닝부터 흑백 영화 장면을 지나치게 길게 사용해 관객의 몰입도와 흥미를 떨어뜨리는가 하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캐릭터들과 사건을 끼워넣으며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 전개를 헐겁게 한다.

로맨스물에서 늘 봄직한 상투적인 캐릭터들도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사랑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순수 청년 남주인공이나 제멋대로지만 알고보면 슬픈 비밀을 감춘 여주인공은 이미 대중에게 익숙해진 캐릭터라 매력을 느낄 만한 양념이 필요하지만, 이런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밍밍한 맛을 낸다. 그나마 키타무라 카즈키가 열연한 ‘류노스케’가 극 중 가장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내용마저 모두가 예상한 대로 흘러간다. 마치 뒷통수를 치는 패 하나 없이 사카구치 켄타로의 스타성 하나에 의존해 러닝타임을 소진하는 모양새다. 그러다 보니 패션쇼처럼 여러 의상을 소화한 아야세 하루카가 극 중 다른 옷을 몇 벌이나 입고 나오는지, 사카구치 켄타로가 얼마나 ‘꽃미모’를 자랑하는지 등 영화 속 가십들에만 눈길이 간다. 연출력이 아쉬운 지점이다.

혹시나 ‘현실’에 찌들어 우유처럼 흰 순수성을 되찾고 싶은 관객이라면 티켓 사기를 권한다. 중학교 때 읽던 ‘오글’거리는 로맨스 소설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는 11일 개봉.

■고구마지수(5개만점) : 3개

■수면제지수 : 3개

■흥행참패지수 :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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