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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주 52시간 근무 시대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김영선 지음, 한빛비즈 펴냄

“‘어딘들 안 그렇겠어’ ‘다 그렇게 살아’라는 자조가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

장시간 노동을 문제 제기의 대상이 아니라

견딜 만한 것으로 용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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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를 심신이 허약한 사람의 문제로 보거나 ‘평소 건강 관리를 못했다’ ‘원래 건강이 좋지 않았다’며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례들이 많다. ‘무리하지 말아야지’ ‘건강 관리 잘 해야지’라는 대처도 마찬가지다. 진단과 대안 모두 ‘자기관리’ 담론 또는 ‘감내’ 프레임에 갇혀 있다. 과로사를 특정 집단의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보는 예외주의적 시선이나 문제의 원인을 개인화하는 자기관리 담론은 과로사가 착취적 생산관계에 따른 산물이라는 사실을 은폐한다. - 56쪽

정치사상가인 더글라스 러미스는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으로 ‘자유시간’을 언급한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의를 빌려 다음과 같이 여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모여 의논을 하고, 합의를 하고, 정치에 참가하는 데에는 시간이 든다. 그러한 틈이 없으면 정치는 불가능하다. 여가 시간이 있어야 정치를 하고, 문화를 만들고, 예술을 만들고, 철학을 한다.” -103쪽

새로운 시간 투쟁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선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주목할 만한 새 언어다. … 독일의 다임러가 시행하는 ‘휴가 기간 중 업무 관련 메일이 자동 삭제되도록 한 장치’가 이에 해당한다. -230쪽

시간마름병도 오랜 구조적 착취의 결과로 빚어진 사회적 질병이다. 개인 질병의 단계를 넘어선 일종의 국민병이다. 시간마름병이 창궐하는 곳에서 워라밸이나 칼퇴근, 시간권리는 요원한 일이다. -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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