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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올스타 MVP’ 롯데 이호연 “부모님 오시지 못하게 한 이유는…”

롯데 이호연이 13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 MVP를 수상한 뒤 정운찬 KBO 총재와 함께 기념촬영 하고 있다. 울산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프로 유니폼을 입은 아들이 처음으로 출전하는 올스타전이었다. 광주에 계신 부모님은 멀리 울산까지 오시겠다고 했다. 당연한 부모의 마음이었지만 아들은 “오시지 말라”고 했다. 스물이 넘도록 야구하는 아들을 뒷바라지 해준 부모님께 처음으로 직접 보여드리는 경기는 반드시 1군 경기여야 한다는 꿈이 있었다. 비록 TV로나마 아들은 퓨처스리그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

롯데 신인 이호연(23·롯데)이 2018 KBO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당당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호연은 13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남부올스타의 2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광주일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올해 롯데에 2차 6라운드 지명돼 입단한 왼손타자 이호연은 퓨처스리그에서는 44경기에서 타율 3할6푼4리 2홈런 19타점을 기록했다. 타격 재능을 눈여겨본 조원우 롯데 감독의 호출로 얼마 전 1군 선수단에 동행하며 훈련했을 정도의 유망주지만 아직 1군 등록 경험은 한 번도 없다.

이날 남부올스타에 함께 선발돼 온 롯데 출신 선수들은 내야수 한동희, 포수 나원탁 그리고 투수 정성종이 있다. 나원탁은 2017년 입단, 한동희와 정성종은 이호연과 같은 2018년 입단 신인이다. ‘슈퍼루키’로 불리는 한동희를 비롯해 3명 모두 1군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지만 이호연만 유일하게 1군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프로야구 유망주들의 축제인 퓨처스 올스타에서 가장 빛나는 밤을 만들었다.

이호연은 “올스타에 뽑힌 순간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휙 가버린 것 같다. 정신도 없고 어리둥절하다”며 “2군 경기에서와 가장 달랐던 것은 관중이 많았다는 점이다. 팬들이 많이 와 응원해주시니 더 집중하고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 이호연이 13일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호연은 “부모님이 직접 보시는 내 첫 경기는 1군 경기였으면 해서 오늘 오시지 말고 TV로 봐달라고 말씀드렸다. 상금의 절반은 부모님께 드리고 절반은 적금을 넣겠다”고 웃으며 “야구하는 아들을 항상 따라다니느라 부모님이 여행도 못다니셨는데 이제 스물네살이 됐으니 부모님도 즐기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퓨처스리그는 KBO리그 1군의 미래다. 채태인(2007년), 전준우(2008년), 김윤동(2013년), 하주석(2014년) 등 퓨처스 올스타 MVP 출신으로 현재 각 팀 1군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여럿이다. 이호연은 “1군 아니라 어디서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한다”며 “최대한 야구를 오래 하고 싶다. 그래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이 내 꿈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퓨처스올스타전에서는 2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한 남부올스타 박주홍(한화)이 우수투수상을, 3타수 2안타 2득점을 올린 남부 올스타 김민혁(상무)이 우수타자상을, 4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린 북부 올스타 조용호(SK)가 감투상을 수상해 상금 100만원씩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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