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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돌’ 이세돌, 농심신라면배 바늘귀 뚫었다

이세돌 9단(왼쪽)과 백홍석 9단이 승부를 마친 후 그 과정을 되짚어 보고 있다.

‘쎈돌’ 이세돌 9단이 농심신라면배 바늘귀를 통과했다.

지난 20일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제20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국내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이세돌 9단은 백홍석 9단을 상대로 217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두며 베이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222명 중 3명을 뽑는 이번 선발전(경쟁률 74 대 1)에서 살아남은 첫 주인공이다.

이날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중반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반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백홍석 9단이 방심한 사이 우하 중앙 전투에서 20개가 넘는 백돌을 잡는 뒷심을 발휘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이세돌 9단은 백홍석 9단과의 상대전적에서 15승8패로 앞서며, 통산 5번째 농심신라면배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세돌 9단은 2009년 10회 대회 때 2연승으로 한국의 우승을 결정짓는 등 농심신라면배 본선에서 7승3패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반면 농심신라면배 첫 태극마크 획득 일보직전까지 갔던 백홍석 9단은 유리하던 바둑을 놓치며 분루를 삼켰다. 바둑을 배우던 시절 ‘형아’ 이세돌 9단의 귀여움을 독차지한 백홍석 9단은 프로 입단 후에는 이세돌 9단을 상대로 5연승을 거두는 등 6승1패로 앞서며 ‘천적’으로까지 불렸다. 하지만 2012년 12월 하순부터 이날까지 10연패의 수모를 겪었다. 무정한 승부 세계다.

한편 한·중·일 바둑최강국이 5인 단체전으로 승부를 벌여 ‘바둑 삼국지’로 불리는 농심신라면배에 출전할 ‘태극 5형제’ 중 박정환 9단(국내랭킹 1위로 자동 출전)과 이세돌 9단은 확정됐고, 나머지 2장의 티켓 주인공은 25일 결정된다. 안국현 8단과 이지현 7단이 1장의 티켓을 놓고 겨루며, 강동윤 9단이 24일 열리는 최철한 9단 vs 신민준 8단의 승자와 본선 티켓을 다툰다. 이후 후원사의 와일드카드 선정으로 올시즌 최정예 멤버가 완성된다.

국가대항전 형식의 바둑대회 중 최고의 무대는 단연 ‘농심신라면배’다. 20년 전통도 그러하고 출전 선수의 구성이나 대회 규모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축구로 치면 월드컵쯤 된다. 특히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가 올해부터 개인전으로 변경돼 농심신라면배는 남녀기사가 모두 출전하는 국제대회 가운데 유일한 단체전이다. 농심신라면배 대표가 진정한 국가대표인 셈이다.

따라서 후원사인 농심도 탈락자 중 최강자에게 와일드카드를 줘 최강의 진용을 갖추려 한다. 지난해에도 김지석 9단이 와일드카드로 출전 기회를 잡았고, 그는 중국의 당이페이·커제 9단을 연파하며 한국에 우승컵을 안겼다. 두 판 모두 대역전승이었으며, 5년 만에 되찾아온 우승컵이어서 감격은 더욱 컸다. 그런 만큼 25일 선발전이 끝난 후 누구에게 와일드카드가 주어질지 벌써부터 바둑팬들의 관심을 모은다.

선발전과 와일드카드 선정으로 국가대표 구성을 마친 한국선수단은 10월16일부터 19일까지 주중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제20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1라운드에 출격하기 위해 베이징행 비행기에 오른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농심이 후원하는 농심신라면배의 우승상금은 5억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을 하면 1000만원의 연승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원 추가 지급)이 지급된다. 그동안 한국이 12번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중국이 6번, 일본이 1번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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