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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결성 16년째’ 개그팀 졸탄 “군대, 와이프만 다르고 다 같습니다”

국내 코미디언 계보와 역사를 뒤돌아보면 과거 개그맨들은 2~3인 팀체재로 자신들의 이름을 건 만담이나 쇼브랜드를 구축해 활동해왔다. 어느순간 팀 체재는 무너지고 각개전투로 나섰고 정통 코미디보다는 ‘예능’이라는 프로그램 장르가 TV를 섭렵하면서 코미디언들은 MC나 방송인 역할에 충실해왔다. 이 와중에 국내에 흔치않은 개그팀 시스템을 16년째 이어오며 정통 코미디 장르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팀이 있다.

이재형-한현민-정진욱이 속한 개그팀 졸탄이다. 이들은 tvN <코미디빅리그> 고정 출연은 물론 자신들의 이름을 딴 개그 공연과 뮤지컬 등으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결성 16년주년 맞은 개그팀 졸탄. 왼쪽부터 한현민 정진욱 이재형 / 김만석 기자 icando@kyunghyang.com

팀을 이룬지 16년이 됐다. 이를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앞으로 코미디언도 ‘브랜드 네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개인보다는 3인이 주는 시너지로 인한 영향력이 클 거라 생각했어요. 또 코미디언도 브랜드 네이밍이 앞으로 더 필요한 시대가 올 거라고 믿어요. 갈길은 멀지만요.”(이재형)

“단점이 있다면 회의를 위해 3명이 스케줄 조율을 해야한 다는 점이죠. 그리고 뭘 사먹어도 꼭 세 개를 사야한다는 점? 가끔은 혼자 커피 마시고싶은 때도 있는데 개인 돈이 너무 나가요. 한 번은 리더(정진욱)가 잠시 나갔다왔는데 입에 빵가루를 뭍히고 나타난 적이 있어서 싸움이 날 뻔 했죠.(웃음)”(한현민)

10년 넘게 시간 날 때마다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세 사람이다. 요즘 코미디언들의 핫 이슈는 ‘1인 방송’이다.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많아지면서 콘텐츠 생산자인 코미디언들에게는 고무적인 시대적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코미디언들은 기존에 쌓아놓은 콘텐츠가 엄청 많거든요. 그동안 보여드릴 수 있는 통로가 한정적이었던 것뿐이죠. 그래서 많은 코미디언들이 1인 방송에 뛰어드는 것 같아요. 그들만의 콘텐츠로 더 많은 팬들을 확보할 수 있구요. 요즘 점점 저희처럼 팀체재로 가는 분들이 많아졌어요.”(정진욱)

그들은 이미 유튜브의 발전 가능성을 엿보고 2007년도부터 자신은 브랜드를 딴 ‘졸탄쇼’라는 영상을 올린 적도 있다.

“인터넷 영상이니까 방송에서 할 수 없는 수준의 조금 센 ‘코미디 영상’을 만들어봤는데 저희가 방송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자연스럽게 수위조절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너무 유치해졌구요. 2탄은 마음 먹고 모자이크등을 이용해 세게 그리고 야심차게 만들었는데 당시 매니저가 회사를 이사하면서 포맷해버렸어요. 너무 충격을 받아서 포기하고 당시 <코빅>을 막 준비할 때라서 TV에 전념하게 됐죠.”(이재형)

현재는 ‘개그미디어’라는 멀티 채널 네트워크 속에서 정진욱은 ‘달콤살벌한 부부’, 한현민은 ‘허니가이’ 이재형은 ‘이라이프’라는 각각 1인 방송을 하고 있다.

특히 이재형은 스무살 때부터 찍어온 영상이 1만 5천개에 달한다고 어필한다. 70세 칠순잔치로 지인들을 초대해 영상회를 열어 코미디판 ‘시네마 천국’도 꿈꾸고 있다.

개그맨 이재형-한현민-정진욱.|김만석 기자 icando@kyunghyang.com

졸탄을 결성하고 16년째 거의 매일 아이디어 회의를 위해 만나다보니 거의 가족같은 사이가 됐다. 단 한번도 얼굴을 붉히거나 싸운 적이 없다고. 한다.

“개그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예요. 실력도 중요하지만 사람끼리 문제가 생기면 팀 해체되는 건 순식간이니까요. 저희는 다들 성격이 무난하고 둥글둥글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한 명만 성격이 튀면 팀을 운영하기 어렵죠.”(이재형)

“서운한 거는 담아두지 않고 바로 얘기하는 점도 팀이 유지되는 이유예요. ‘왜 샌드위치 혼자 먹었어?’라고 바로바로 얘기합니다(웃음)”(한현민)

“군대만 따로 가고 와이프만 달라요.(웃음) 세 명이서 맞춰 입다보니 옷도 겹치는 게 정말 많거든요.”(정진욱)

음반을 발매하는 등 노래 실력도 출중한 졸탄 3인은 대학로 장수 뮤지컬 <루나틱> 연출가인 백재현이 제작한 뮤지컬 <오늘을 기억해> 무대에도 서고 있다. <오늘을 기억해>는 최고의 개그맨을 꿈꾸며 지방에서 올라온 주인공이 무명 개그맨의 사랑과 감동을 그린 작품으로 오는 9월 2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하고 있다. 한현민이 주연을 맡았다.

“개그맨 이야기다보니 어떤 장면은 제 과거의 모습인 것 같은 향수가 느껴져요. 개그맨들은 웃기는 사람이지만 무대에서는 감정을 숨겨야하는 애잔함이 있거든요. 초반 공연 중에 핸드마이크를 잃어버린다든가 가발을 씌어주는 장면에서 이어피스가 떨어져서 달랑달랑한 채로 공연을 마루리 한다든가 실수가 많았는데 뮤지컬이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한현민)

졸탄은 오는 8월에는 남희석, 박수홍 등이 참여하는 코미디 페스티발 ‘코미디위크 인 홍대’에서 10개의 극장 중 한 개 관을 지정받아 ‘졸탄쇼’를 선보이게 됐다.

콘텐츠 부자, 준비된 개그탬 졸탄의 궁극적인 꿈은 전세계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넌버럴(무언어)’ 코미디쇼를 만드는 것이다.

“해외무대는 저희가 10년 간 준비하고 꿈꿔온 일이에요. 물론 ‘옹알스’라는 개그팀이 잘해주고 있지만 저희는 좀더 한국적이고 특수한 도구가 있어요. 2003년 <웃찾사>때 잠깐 시도한 적이 있는데 분명 글로벌 코미디로 자리잡을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자신해요.”(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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