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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깜짝 호투'로도 넘지 못한 린드블럼의 벽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경기에서 승리한 두산 린드블럼 등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잠실 | 연합뉴스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화-두산전. 두산의 6회말 공격에도 마운드에 오른 한화 선발 김범수는 4번 김재환-5번 오재일을 연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전날 경기에 구원 등판해 0.2이닝을 던졌지만, 이날 예정됐던 선발 데이비드 헤일이 급작스런 고열 및 감기몸살 증세를 호소하는 바람에 갑작스런 대체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5.2이닝을 던지는 동안 내준 점수는 2점. 예상 밖의 호투중이던 김범수에게 한화 송진우 투수코치가 다가섰다. 우타자인 6번 김재호를 상대로 일찍부터 몸을 풀던 우완 구원투수가 교체되는 듯했다. 그러나 한화는 김범수를 그대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그 뚝심의 결과는, 아쉽게도 추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김재호를 상대로 낮게 뿌린 시속 144㎞ 직구가 배트 끝에 걸렸고, 타구는 예상보다 힘을 받아 계속 뻗어나가 좌중간 담장을 살짝 넘겼다. 잘 싸웠지만, 한 끗 차를 넘어서지 못했다. 한화는 외국인 선발이 갑작스레 경기에 나오지 못하게 되고 주전 타자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서도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을 앞세운 두산과 잘 싸웠지만 결국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경기 전부터 “오늘은 편하게 경기하겠다”고 했다. 전날 비가 와 경기 시작이 1시간 10분 밀렸고, 점수도 적지 않게 나와 밤 10시50분이 다돼서야 경기가 끝났다. 여기에 린드블럼과 선발 맞대결을 벌이려던 헤일이 아침부터 몸에 이상을 호소했고 경기 시작 5시간 전에야 선발을 부랴부랴 김범수로 바꿨다. 여기에 제라드 호잉, 이용규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들은 모두 라인업에서 뺐다.

두산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경기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한화가 2회초 백창수의 2루타와 이동훈의 좌전 안타로 1사 1·3루를 먼저 만들고 기회를 잡았다. 후속 김민하를 2루수 땅볼로 유도해 병살처리하며 실점을 겨우 막았다. 그러나 두산 타자들은 3회까지 김민하에게 안타를 한 개도 뽑지 못하고 끌려갔다. 3회를 마쳤을 때 김범수의 투구수(30개)는 린드블럼(35개)보다 적었다.

0의 균형은 4회말 깨졌다. 허경민의 2루타와 연속 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에서 김재호가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한 점을 뽑았다. 하지만 두산의 중심타선이 1사 만루까지 만들어 놓고 뽑아낸 점수 1점은 너무 적어보였다.

한화가 0-1로 뒤진 5회초, 곧바로 이동훈의 발로 점수를 냈다. 선두타자로 나서 좌전안타로 출루한 이동훈은, 이어진 김민하의 유격수 땅볼로 2루를 밟았다. 김민하의 타격에 앞서 이동훈이 스타트를 끊었기에 두산 내야진이 병살타로 연결시킬 수 없었다. 이어진 최재훈의 3루 땅볼 때도 이동훈은 3루수가 1루수로 송구하는 틈에 스타트를 끊었다. 당황한 두산 1루수 오재일이 3루수의 머리 위를 한참 넘기는 악송구를 던진 사이, 이동훈은 홈으로 파고들어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발야구의 원조’ 두산의 기동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5회말 2사 1·3루, 한화 김범수가 오재원을 상대로 풀카운트에 도달하는 순간 두산이 더블스틸을 감행했다. 한화 포수 최재훈이 2루로 송구하는 사이 3루 주자 이우성이 재빠르게 홈을 파고 들었고, 한화가 비디오 판독까지 요청했지만 세이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리고 6회, 한화의 김범수는 결국 한계에 이르자 김재호에게 홈런을 맞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6이닝 4피안타 4사사구 3실점. 1년 하고도 한달 전 세웠던 한경기 최다 이닝(5.1이닝) 기록을 넘어선, 예상 밖의 호투였다. 하지만 상대 에이스를 상대하기엔 한 끗이 부족했다.

린드블럼과의 차이는 여기서부터였다. 린드블럼은 6회와 7회를 삼자범퇴로 막고, 8회 볼넷 2개를 허용했지만 상대의 도루 실패가 나오며 8이닝을 꼬박 채웠다. 8이닝 5피안타 3볼넷 1실점. 주전들이 여럿 빠진 한화의 타선으로서는 넘기에 너무나 높은 벽이었다.

함덕주가 9회초를 삼자범퇴로 막고 세이브를 챙기며 두산은 3연전 첫 경기의 패배를 2연승으로 되갚았다. 주초 2위 SK에 당한 충격의 스윕패를 주말의 위닝시리즈로 만회했다. 린드블럼은 지난 5월26일 삼성전부터 이어진 선발 연승 행진을 7연승으로 늘렸다. 시즌 13승(2패)째를 올려 2015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거둔 시즌 최다승과 타이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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