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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돋보기]“캄 노우 이름 사세요”…바르셀로나, 3억 유로에 캄 노우 명명권 판매 협상 중

‘클럽 이상의 클럽’을 모토로 하는 바르셀로나는 경기력 만큼이나 자존심이 센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니폼 스폰서를 거부하고 순수성을 고집하던 바르셀로나는 2011~2012시즌에서야 가슴에 ‘카타르 재단’을 스폰서로 받아들였다.

리모델링 한 이후의 캄 노우 조감도.바르셀로나 홈페이지 제공

바르셀로나 팬들은 유니폼 스폰서 만큼이나 또 하나의 ‘낯선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1957년 완공 이후 61년 동안 바르셀로나의 역사와 함께하며 팬들의 환호와 눈물을 지켜봤던 홈구장 ‘캄 노우’ 대신 새로운 구장 이름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현재 캄 노우의 명명권 판매를 위해 다수의 미국과 일본, 중국 기업들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셀로나가 20년간 쓸 수 있는 캄 노우 명명권에 매긴 가치는 약 3억유로(약 3900억원)이다. 2015년 처음 캄 노우의 이름을 팔기로 했을 때만 해도 2억유로(약 2600억원) 정도로 책정됐지만 3년 사이에 1300억원 높아졌다.

프리시즌 투어에 소극적이었던 바르셀로나가 올해 미국 투어에 나서고, 내년엔 아시아 투어를 계획하고 있는 것도 캄 노우 이름 권리를 살 스폰서 확보 차원이라는 게 유럽 언론의 분석이다.

바르셀로나가 상징과도 같았던 캄 노우의 이름을 팔기로 한 것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홈구장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바르셀로나는 올해 초 6억유로(약 7800억원) 규모의 ‘바르샤 공간’ 프로젝트를 승인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캄 노우는 현재 수용인원 9만9354명에서 10만5000명으로 늘어난다. 15만명 수용 규모의 북한 능라도 5·1 경기장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축구 구장이 된다. 단순히 크기만 늘리는 게 아니라 건물 외벽의 조명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팬들이 편안하게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지붕을 설치한다. 또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식당 등 각종 시설과 서비스도 재정비해 완전히 새로운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3억 유로는 최근 스타디움의 명명권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그리 높은 액수도 아니다.

투자자문회사 더프 앤 펠프스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스타디움 네이밍 가치는 2013년 7460만파운드(약 1090억원)에서 2017년 1억3560만파운드(약 1990억원)로 80% 가까이 치솟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경우 올드 트래포드라는 구장 이름만 포기하면 연간 2620만파운드(약 385억원)를 추가로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조사에서 1910만파운드(약 280억원)로 평가됐던 맨체스터 시티는 에티하드 항공과 유니폼 스폰서와 스타디움 명명권을 포함해 10년간 4억달러(약 4474억원)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바르셀로나의 가치는 맨시티 이상이다. 리오넬 메시라는 당대 최고의 스타를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에 걸쳐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트위터 팔로워 수만 단순 비교해도 바르셀로나가 2880만명으로 맨시티의 620만명보다 4배 이상 많다. 팬들의 충성심도 아주 높은 편이다.

전 세계적인 바르셀로나의 인기를 감안하면 캄 노우의 이름을 사는 건 남는 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캄 노우를 캄 노우로 부를 시간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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