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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도 장담 못한다…한국축구 앞에 놓인 서글픈 현실

한국 축구의 새 감독 찾기가 난항에 빠졌다. 우선 협상 대상이었던 감독 후보군들의 협상이 풀리지 않으면서 플랜 B로 여겼던 키케 플로레스 감독(53)과 접촉을 시작했지만 선임은 장담하기 어렵다.

대한축구협회가 플로레스 감독과 협상을 벌인 정황은 지난 10일 스페인 일간 ‘아스’가 감독직 제의를 받았다는 보도를 내놓으면서 드러났다.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이 8일 출국한 사실과 맞물리면서 플로레스 감독은 새 감독의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12일 “플로레스는 협회가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던 3명에는 들지 않았다”며 “우선 협상 대상자와의 협상이 원만하지 못할 경우 김 위원장이 새로운 후보군과 접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키케 플로레스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플로레스 감독이 한국과 계약을 하고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지휘봉을 잡는다면 반길 일이다. 현역 시절 스페인 발렌시아와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수비수로 활약했던 플로레스 감독은 평범한 팀을 특별하게 바꾸는 능력을 자랑한다. 2010년 강호로 거듭나기 전인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유로파리그 우승과 코파 델레이(국왕컵) 준우승으로 이끈 것이 대표적이다. 스페인 출신이지만 점유율보다는 공·수 밸런스에 초점을 맞춘 역습에 능한 실리적인 축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한국 축구의 방향과도 잘 맞는다. 애초에 플로레스 감독이 플랜 A가 아닌 B로 밀린 것 자체가 능력이 너무 뛰어난 탓이었다.

문제는 플로레스 감독이 한국행을 원할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뛰어난 명장을 원하는 팀들이 넘치는 상황에서 굳이 한국 지휘봉을 잡도록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찬조금 덕에 30억원 안팎의 연봉은 보장됐지만 기본 조건일 따름이다. 실제 플로레스 감독은 2014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 아인에서 연봉 30억원을 보장받았지만 “다시는 돈만 보고 이런 선택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후회했고, 이듬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헤타페로 떠났다.

최근에는 중국 슈퍼리그에서 상상 이상의 거액을 제안받았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유럽에서 일하던 감독이 한국으로 온다는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 플로레스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한국이 플로레스 감독과의 협상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새 감독 찾기는 더욱 꼬일 전망이다. 유럽 축구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에이전트는 “협회가 협상이 장기화에 빠질 것을 대비해 새로운 감독 후보군에게도 연락을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그동안 감독 후보들과의 접촉 내용을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언론 등을 통해 카를로스 케이로스 전 이란 감독,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일본 감독,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전 멕시코 감독 등이 후보로 거론돼왔다. 협회는 다음달 7일 국내에서 열리는 코스타리카의 평가전부터 새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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