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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승리보다 값진 부활투…‘그때 그 괴물’로 돌아왔다

105일의 부상 공백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은 투수같은 편안함의 연속이었다. 왼쪽 사타구니 부상에서 회복한 류현진(31·LA 다저스)이 완벽한 제구를 동반한 ‘팔색조’ 피칭으로 귀환을 알렸다.

류현진은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 5월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경기 도중 사타구니 근육을 다쳐 내려간 뒤 첫 복귀 무대에서 류현진은 6이닝 동안 볼넷없이 3안타 6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건재를 확인시켰다.

다저스의 류현진이 16일(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홈경기가 진행되는 5회, 더그아웃에서 그라운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류현진은 0-0이던 6회말 타석에서 대타 족 피더슨으로 교체되면서 선발 임무를 마쳤다. 류현진이 공 89개로 무실점 투구를 펼치고 있었으나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부상 복귀 첫 등판임을 고려해 빠르게 교체 타이밍을 가져갔다.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12에서 1.77로 낮아졌다.

류현진은 6회 1사 3루에서 자신의 타석에 대타로 나선 피더슨의 희생플라이로 다저스가 선취점을 뽑으면서 승리투수 요건을 확보했다. 하지만 3-0으로 리드하던 8회 불펜진이 앤드류 맥커천에게 동점 3점 홈런을 맞아 승리가 날아갔다.

다저스의 답답한 공격 흐름 속에 류현진이 흠 잡을 데 없는 투구로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압도했다. 칼같은 제구가 동반된 다양한 구종이 스트라이크존을 파고 들었다. 89개의 공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60개나 됐다. 류현진은 1회초 1사후 브랜든 벨트에게 2루타를 내줘 첫 득점권 출루를 허용했지만 이후 두 타자를 간단히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2회 첫 타자 고키스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볼카운트 2B-2S에서 6구째 높은 포심을 던져 첫 삼진을 잡았다. 이후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피칭이 이어졌다. 류현진은 2회부터 4회까지 삼자범퇴로 막았다. 3회에는 헌터 펜스부터 앨런 핸슨, 투수 데릭 홀랜드까지 공 15개로 삼진 3개를 잡았다. 결정구는 체인지업, 커터, 포심으로 다 달랐다. 자신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에 익숙한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상대로 완벽한 제구의 커터 비중을 늘린게 주효했다.

5회 1사까지 12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한 류현진은 브랜든 크로포드, 헌터 펜스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두 번째 고비를 맞았으나 핸슨과 홀랜드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스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류현진은 6회 세 타자를 아웃카운트 3개를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은 “내가 던질 수 있는 만큼 던졌다고 생각한다. 재활경기부터 차례대로 잘 해왔고, 오늘은 이닝도 늘렸다. 특히 오랜만에 나왔는데 볼넷 없이 경기를 마친 게 너무 마음에 든다”고 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굉장히 만족한다”는 표현까지 썼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완전히 돌아와서 경기를 내내 지배했다. 그를 얻은 건 우리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류현진의 성공적인 부상 복귀를 기뻐했다.

다저스는 이날 길고 긴 연장 승부 끝에 5연패에서 탈출했다. 1회말 2사 1·2루, 2회에는 무사 2루, 4회 1사 2루, 5회에는 무사 2루와 2사 만루까지 수많은 득점 기회에서 침묵하며 류현진을 돕지 못한 다저스 타선은 12회 무사 1·3루에서 브라이언 도저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4-3으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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