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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서 ‘안희정 무죄 규탄’ 대규모 집회 열려···김지은 “왜 가해자에게는 묻지 않습니까”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선고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지금까지 네 차례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를 열었던 단체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18일 오후 5시부터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긴급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 주제는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살겠다 박살내자’다. 이날 집회는 본래 25일로 기획돼 있던 다섯 번째 ‘성차별ㆍ성폭력 끝장 집회’로 안 전 지사 무죄 선고에 항의하기 위해 한 주 앞당겨 개최됐다.

이날 집회에서는 안희정 전 지사를 고소했던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 입장문이 대독됐다. 재판에서 김씨의 대리를 맡았던 정혜선 변호사가 김씨를 대신해 무대에 올라 김씨의 편지를 대독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회원 및 참가자들이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지은씨는 “함께여서 덕분에 힘을 냅니다. 살아내겠다고 했지만 건강이 온전치 못합니다”라며 “너무 힘들어서, 죽어야 제대로 된 미투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고 죽어야 할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씨는 “큰 모자와 마스크, 뿔테 안경 뒤에서 언제까지 숨어 살아야 할까. 내게 일상은 언제 찾아올까. 악몽은 언제 끝날까”라고 토로했다.

그는 “세분의 판사님께 묻습니다. 왜 가해자에게는 묻지 않습니까. 왜 그들의 증거와 그들의 목소리는 들으면서 저의 목소리나 증거는 듣지 않으시나요. 왜 가해자의 말은 귀담아 들으면서 피해자의 말은 듣지 않으시나요”라고 반문했다.

김씨는 또 “안희정에게 물었습니까? 왜 검찰 출두 직후 휴대폰을 파기했는지, 왜 미안하다면서 그리 여러 차례 김지은을 농락했는지, 왜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 아니었다고 했으면서 말을 바꿨는지 물었습니까”라고 재판부의 판결을 비판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무죄와 관련해 사법부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저는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던 노동자이자 평범한 시민”이라며 “제게는 친한 정관법조인도, 높은 언론인도, 유력 정치인도, 고위경찰도 없습니다. 강한 저들의 힘 앞에 대적할 수 있는 것은 여러분 밖에 없습니다”라며 항소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재판부는 원치않는 성관계를 했지만 성폭력은 아니라고 한다. 안희정은 그때는 미안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한다”며 “대적할 수 있는 건 여러분의 관심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도 단상에 올라 미국 시인 마야 앤젤루의 ‘그래도 나는 일어서리라’를 낭독하고 “안희정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상임대표 등이 연대발언을 한 후 세종대로, 광화문, 안국동사거리, 종로2가 등으로 향하는 행진이 이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 살겠다 박살 내자’, ‘안희정은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등의 구호를 내걸었다.

이날 집회에는 각종 여성단체를 주축으로 일반 시민 등 70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참가자들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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