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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무죄’ 규탄 시민집회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혐의 사건 무죄에 분노한 시민들이 집회를 열고 사법부와 수사기관을 규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350여 개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살겠다 박살내자’는 이름의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오늘 집회에 2만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무죄와 관련해 사법부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초 박물관 앞 인도와 바깥쪽 1개 차로에서 열린 집회는 참가자 숫자가 점차 불어나면서 3개 차로를 점유했고 집회 중 서대문 방면 차량 통행은 1차로로만 이뤄졌다.

경찰은 집회 참가 인원 추산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애초 예상했던 1000∼2000명보다는 많을 것으로 봤다.

시민행동은 “안 전 지사 무죄판결은 미투운동 이후 성평등한 사회로의 전환을 기대했던 수많은 시민에게 큰 좌절을 안겼다”며 “국가권력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되는 사회에서 더는 살지 못하겠다는 여성들이 사회를 박살 내려고 거리로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희정 전 지사를 고소한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는 정혜선 변호사의 대독을 통해 발표한 편지에서 “살아있겠다고 했지만, 건강이 온전치 못하다”며 “죽어야 미투로 인정된다면 죽어야 하나 생각도 했다”고 호소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무죄와 관련해 사법부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지은씨는 “세 분 판사님들은 제 목소리를 들었나. 검찰이 재차 확인한 증거들을 봤나.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으면서 왜 묻나. 왜 내 답변은 듣지 않고 가해자 말은 귀담아듣는가”라며 재판부 판사 3명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결을 하는 판사를 만나게 해달라고 간절히 바라는 것”이라며 “바로잡을 때까지 이 악물고 살아있겠다”고 강조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가 소송을 당한 최영미 시인도 발언대에 서서 “저는 김지은 씨를 지지한다”며 “안희정 씨는 범한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감옥에 가라. 그러면 기꺼이 용서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 오매 씨는 “1심 재판부는 새 입법이 있으면 해결될 거라고 했지만 틀렸다”며 “피해자에게서 찾은 단서 하나하나, 가해자 측 증인들이 일방적으로 말한 것을 피해자의 ‘예스’로 읽었다”고 법원을 겨냥했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 씨는 “(무죄판결은) 1심 재판부 조병구 부장판사의 사법농단이자 남성지배권력의 언어농단”이라며 “피해자 측 증언만 탄핵당했다. 탄핵당할 사람은 재판부이자 조병구”라고 1심 무죄 선고를 내린 조 부장판사를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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