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그것도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화끈한 대승이 필요하다. 손흥민(토트넘)의 선발 출전 여부에 그 어느 때보다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20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키르기스스탄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최종전을 펼친다.
한국 입장에서는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하는 경기다. 한국은 지난 17일 말레이시아에 당한 ‘반둥 쇼크’로 인해 조 1위가 불가능하다. 이번 대회는 승점이 같을 경우 승자승 원칙을 우선으로 하는데, 최종전에서 한국이 키르기스스탄을 잡고 말레이시아가 바레인에 패해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승점이 같아지더라도 승자승 원칙 때문에 말레이시아가 1위가 된다.
이에 키르기스스탄을 이겨 조 2위를 확보하는 것이 지금 대표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말레이시아에 패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은 한국이 키르기스스탄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의 승리가 당연해 보이지만, 단순한 승리 이상이 필요하다. 바레인전처럼 무더기 골을 터뜨려 자존심 회복은 물론 ‘반둥 쇼크’의 굴욕까지 떨쳐버려야 한다.
사람들의 시선은 손흥민의 선발 출전 여부에 쏠리고 있다. 바레인전에 결장한 손흥민은 말레이시아전에서 후반 12분 교체 투입돼 33분을 뛰었다. 지난 13일 대표팀에 합류한 뒤 컨디션 회복에 중점을 둬왔는데, 이제는 때가 됐다. 손흥민 역시 말레이시아전이 끝난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컨디션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감독님과 상의해봐야 하지만 다음 경기부터는 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키르기스스탄의 포백 라인이 스피드가 느려 빠른 공격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손흥민의 선발 출전에 무게감이 더 실린다. 키르기스스탄의 경기를 모두 지켜본 김학범 감독도 “선수들의 준비가 덜 돼 있다. 포백의 스피드가 느려 발 빠른 공격수들로 흔들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모두 투톱을 쓰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전도 투톱을 쓸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이 선발 출전한다고 가정했을 때 파트너는 4골을 터뜨리며 절정의 골감각을 자랑하고 있는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황희찬(잘츠부르크)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데다 왼쪽 무릎 상태도 정상이 아니라는 점도 황의조의 출전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다만 황의조가 1~2차전을 모두 뛰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나상호(광주)와 교체할 가능성도 있다.
4-4-2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는 키르기스스탄은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공격수 카이랏 지르갈벡 울루(25·FC 도르도이)가 최고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상대 수비를 흔드는 데 능하고 팀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전에서 한국의 스리백이 상대의 빠른 공격에 자주 흔들리는 장면을 보여왔기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