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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 박항서 “히딩크 감독과 비교는 이르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감독(59)이 금의환향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을 이끌고 4강에 오른 박 감독은 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많은 국민들이 베트남 축구에 성원을 보내주신 것으로 안다”며 “고국에 돌아온 것을 환영해주신 것도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의 축구 영웅이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아 11개월 만에 베트남을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강호로 바꿔놨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의 쾌거를 이루더니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한국과 4강에서 맞붙을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베트남 현지에선 ‘바캉스(박항서 감독의 현지 발음) 매직’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거스 히딩크 감독에 빗대 ‘쌀딩크’라는 별명도 붙었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작은 성적을 낸 덕에 히딩크 감독님과 비교하는 것 같다”며 “아직 히딩크 감독님과 비교하기에는 이르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나 혼자의 힘이 아니라 이영진 코치를 비롯해 베트남 코치들까지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해줬기에 가능했다. 선수들도 훈련마다 적극적으로 따라줬다”고 덧붙였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감독이 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공항 | 연합뉴스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는 박 감독의 현재 월급(2만2000달러·약 2500만원)이 동남아시아에서 4번째 수준에 그친 데 대해 박한 대우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박 감독은 “계약 문제라 쉽게 바뀔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현재 상황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사랑을 받는 것은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다친 선수는 직접 어루만지고, 생일을 맞은 선수에게는 직접 손 편지를 쓰는 ‘파파 리더십’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아시안게임 도중 선수의 발을 마사지하는 영상이 올라온 것이 대표적이다. 박 감독은 “우연히 의무실에서 경기를 뛸 선수가 혼자 마사지하는 것을 도와준 게 영상으로 올라왔더라”고 말했다. 박 감독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또 다른 한국 감독들의 동남아 진출로 이어지고 있다. 박 감독은 “한국에는 나보다 뛰어난 지도자들이 많다”며 “외국에서 도전의 기회가 온다면 잡아보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도전을 해야 성공도 실패도 있다”고 당부했다.

박 감독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는 20일쯤 영국을 거쳐 베트남 하노이로 출국해 오는 11월 개막하는 동남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스즈키컵) 준비에 들어간다. 베트남은 2년 주기로 열리는 이 대회에서 2008년 첫 우승 이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베트남 국민들은 바캉스 매직이 스즈키컵에도 통하기를 바라고 있다. 박 감독은 10월7일부터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원정 훈련을 통해 담금질에 나선 뒤 스즈키컵에 출전할 계획이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아시안게임 호성적으로 부담과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부담은 되지만 즐기면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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