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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민호 코치-한화 김성훈의 첫 ‘부자 대결’

KIA 김민호 코치와 한화 김성훈. KIA 타이거즈·한화 이글스 제공

아버지와 아들이 적수가 되어 만났다. 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부자 대결’이 펼쳐졌다.

한화 투수 김성훈(20)이 이날 KIA를 상대로 선발 등판했다. 김성훈은 김민호 KIA 수비코치의 아들이다. 지난해 경기고를 졸업하고 한화에 2차 2라운드로 지명돼 입단한 김성훈은 올해 1군 무대에 데뷔해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7경기에 등판했다. 아직 승리는 해보지 못한 김성훈이 데뷔 첫승에 도전하는 8번째 등판 상대가 아버지의 팀이었다.

KBO리그에서 부자 맞대결이 벌어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 롯데 김진영 감독-태평양 내야수 김경기, 1992년 삼성 김성근 감독-LG 내야수 김정준, 2010년 LG 박종훈 감독-SK 내야수 박윤이 상대가 되어 그라운드에서 대결한 바 있다. 그러나 경기를 좌우하는 선발 투수로 아들이 나서 아버지의 팀과 대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역 시절 유격수였던 김민호 코치는 2003년 은퇴할 때까지 두산에서 뛰며 통산 1113경기 타율 2할4푼6리 838안타 29홈런 277타점 47득점 232도루를 기록했다. 1995년 한국시리즈 MVP 출신이기도 하다.

아버지를 따라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운 김성훈은 고교 3학년에 투수로 전업하고도 상위 순번에 지명된 야구인 2세로 화제를 모았다. 아직은 1군에서 선발로 자리잡지는 못했지만 큰 키에 140㎞대 후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가능성을 인정받아 선발 기회를 얻고 있다. 지난 7월22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하며 프로 데뷔한 김성훈은 이후 중간 계투로 뛰다 9월 들어 국내 선발들이 부진한 가운데 선발 기회를 얻고 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어린 선수지만 큰 경기 경험 쌓기 위해 선발은 아니더라도 엔트리에 포함시켜 키워야 할 선수”라며 김성훈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포함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올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이 될 이날 경기가 더 없이 중요한 경기였다.

특히 서로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마주했다. 한화는 포스트시즌 진출은 확정지었지만 3위 이상을 지켜야 하고, KIA는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지 못한 채 5위를 사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대결이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어릴 때부터 조카로 봐왔는데 이렇게 커서 우리와 상대 선발로 만나게 되니 대견하다. 오늘 김민호 코치에게는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둘 것이다”며 긴장 속에 표정관리를 해야 할 김민호 코치의 심정을 헤아리기도 했다. 한용덕 한화 감독도 “팀도 중요하지만 사실 아들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농담하며 김성훈의 호투를 기원하기도 했다. 김민호 코치는 경기 전 아주 짧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웃으며 복잡한 마음속을 애써 감췄다.

이날 김성훈은 2이닝을 던졌다. 1회 2안타와 몸에 맞는 공으로 만루 위기를 맞고도 실점 없이 잘 넘겼으나 2회에 1실점을 했다. 1-1로 맞서다 3회초 타선이 3점을 뽑아 4-1로 앞서자 한화가 냉정한 승부수를 띄우면서 아버지와 아들의 첫 대결은 2이닝 만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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