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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꼬북칩의 아버지’ 신남선 오리온 스낵개발팀장

식감, 사람이 음식을 먹을 때 입 안에서 느끼는 감촉을 말하는 단어다. 아직까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들어있는 단어는 아니지만 어느새 부터인가 짠맛, 단맛, 쓴맛 등 맛을 표현하는 단순한 말들에 더해 음식 맛의 만족도를 표현하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일반적으로 고기류 등을 먹을 때 주로 쓰는 말이지만, 최근 등장한 과자 하나가 사람들로 하여금 이 단어를 과자의 맛을 평하는데 사용케 하고 있다. 지난 해 출시 직후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국내 최초의 4겹 과자, 오리온 ‘꼬북칩’ 이야기다.

‘바삭’하고 한 번에 부스러지는 일반 과자와 달리 꼬북칩은 한 번 맛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식감’을 떠올리게 할 만큼 기분 좋은 씹는 맛을 선사한다는 것이 인터넷 등에 쏟아지는 소비자들의 찬사다.

그 만큼 인기도 대단해 출시 1년이 갓 넘은 지난 6월 오리온은 꼬북칩의 누적매출액이 5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제2의 초코파이’가 탄생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따른 관계자들의 상기된 반응이었다. 단일제품으로 연간 누적매출 100억원을 넘기면 ‘성공’으로 분류하는 과자 업계에서 실로 오랜만의 대작이 출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세 달이 지난 9월 현재 꼬북칩의 누적매출액은 100억원이 늘어난 600억원을 넘어섰고 판매량도 5700만 봉지를 돌파했다.

<스포츠경향>은 지난 주 꼬북칩 개발의 주역, 신남선 오리온 스낵개발팀장에게 꼬북칩의 개발과정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경기대 식품생물공학과를 거쳐 연세대에서 MBA를 마친 그는 지난 2000년 오리온에 입사해 18년간 줄곧 스낵 연구개발 담당을 맡아 왔다.

신남선 오리온 스낵개발팀장. 오리온 제공

- 출시 직후 이른바 ‘대박’이 났다.

“이런 징크스는 안 좋은 건데 고생한 정도에 따라 매출이 비례하더라고요. ‘꼬북칩은 고생을 많이 해서 잘 될 거야’ 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듯이 계속 믿었죠. 다행히 출시 되자마자 입소문이 나면서 품귀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지금은 꼬북칩 때문에 잠 못 자고 고민하던 시간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 성공의 비결을 꼽는다면.

“내부의 평가도 그렇지만 경쟁 업계 역시 꼬북칩만의 모방할 수 없는 식감을 이야기 합니다. 총 4겹의 과자가 붙어있는 형태인 꼬북칩을 개발하기 위해 총 8년에 걸쳐 1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했죠. 꼬북칩 생산 설비에 대한 특허 출원도 진행 중입니다. 몇 해 전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끌자 수 많은 모방상품들이 쏟아졌던 것과는 달리 현재까지 꼬북칩과 비슷한 제품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중국에서도 꼬북칩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는데.

“진정한 맛은 어디서나 통하는 법이 아닐까 합니다. 꼬북칩은 지난 5월 중국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약 두 달 만에 1350만 봉지가 판매됐습니다. 이러한 인기를 두고 지난 달 중국의 유력 매체 <봉황망>은 ‘치열한 중국 제과 시장에서 오리온 꼬북칩이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죠. 봉황망은 꼬북칩이 중국인의 입맛을사로잡은 이유로 ‘쇼트 클립(SNS용 영상)을 활용한 홍보마케팅’과 ‘젊은 소비자 타깃’ 그리고 무엇보다 따라올 수 없는 ‘바삭바삭한 식감’을 꼽았습니다.”

- 회사 매출 증대에도 큰 역할을 했을텐데.

“꼬북칩의 성공에 힘입은 오리온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33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20% 증가했습니다. 매출도 같은 기간 15.6% 증가한 94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 개발과정에서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다.

“꼬북칩 개발은 2009년에 시작됐습니다. 떡을 찔 때 전분이 진득한 상태가 돼 서로 달라붙는 걸 경험해본 적 있으실 겁니다. 마찬가지로 꼬북칩 4겹의 스낵을 만들면서 여러 겹의 반죽이 달라붙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난제였습니다. 두께가 두꺼워지면 딱딱해져 바삭한 식감을 구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개발 초기 3겹까지는 반죽이 달라붙는 문제가 해결됐지만 4겹은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었습니다. 당시 기술로는 4겹 과자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고 개발 3년 만에 제품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간 다시 개발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끊임없이 원료부터 생산기술, 설비까지 고민을 거듭해 오던 2015년 2월 ‘다시 한번 해보자’는 미션이 떨어졌고 결국 지난해 꼬북칩을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 출시 과정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4겹의 꼬북칩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이를 대량 생산으로 옮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다행히 동료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연구하며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었습니다. 뒤 돌아보니 제품 테스트만 2000회,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8년의 시간이 걸렸네요. 과정은 힘들었지만 문제점들을 해결하면서 느꼈던 성취감과 기쁨은 그 어떤 때보다 컸습니다.”

- 어린이들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팬층이 두터운데 특별히 소비자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꼬북칩을 많이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 소비자분들이 처음 꼬북칩을 접했을 때 느끼셨던 만족감을 지속 전달하고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지불해주신 돈 그 이상의 가치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앞으로의 목표는?

“꼬북칩은 공정과정이 까다로워 모방품이 쉽게 나올 수 없는 제품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꼬북칩에 대한 자부심이 큽니다. 또한 요즘은 신제품의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이 짧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수제품 만들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들 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도록 맛있으면서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과자를 개발해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 나아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폭넓게 사랑 받는 과자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중국 식감도 사로잡은 ‘꼬북칩’

고유의 식감으로 출시 직후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은 꼬북칩의 인기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오리온은 올해 초부터 꼬북칩의 생산량을 2배로 늘린데이어 5월 부터는 중국 법인을 통한 현지 생산·판매를 시작했다.

꼬북칩의 중화권 수출명은 ‘랑리거랑’으로 ‘룰루랄라’와 같이 기분이 좋을 때 쓰는 표현으로 직역하면 ‘물결 속의 물결’이란 의미, 4겹이 특징인 꼬북칩을 빗댄 중의적 표현이다. 중국 출시 2달만에 국내 연간 판매량의 3분의 1에 이르는 1350만 봉지가 판매됐다. 오리온은 최근 강한 맛을 즐기는 중국인들 입맛에 맞춰 고래밥·예감에 적용됐던 시즈닝(향신료를 첨가한 양념)을 사용, 꼬북칩의 수출용 확장판인 비비큐(BBQ)맛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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